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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진 Apr 29. 2016

하노이를 걷다5

씨클로를 타다



번성하는 하노이의 36거리를

제한하기 위한 수단으로

거리 앞쪽에서 보아 건물의 높이와 너비가 일정 이상이면

허가조차 내주지 않았대요


그래서 앞에서 보면

가로세로 2미터 정도밖에 안되는 작은 점포이지만 옆에서 보면 수 십미터 이상이 늘어나 있는

기묘한 형태의 건물이 탄생했습니다


그들의 치열한 경쟁이 느껴져요

그런 책장형 주택은 하노이 전 지역에서 볼 수 있어요


36거리는 36종류의 물건을 팝니다
파는상품에 따라 거리 이름이 붙죠
신발거리 가방거리 옷거리 등등 요

이 거리를 채우고 있는 많은 여성들에 눈이 가네요


현지인 들도 있고


배낭 여행중인 사람들


열심히 일 하는 이모들


청소하는 아가씨두요


뉴욕커 없는 뉴욕

파리지앵 없는 파리를 생각할 수 없듯

이 사람들이 없는 하노이는 생각할 수도 없

그들은 그대로 풍경이 됩니다


그리고 또 하나있죠


씨클로요


저는 이 씨클로를 볼때마다 고딩 때 읽은

운수좋은 날이라는 소설이 떠올라요



병든 아내를 둔 김첨지는

오늘은 몸이 너무 안좋으니 함께 있어줘요 라는 아내를 뿌리치고

인력거를 끌고 돈을 벌러 나옵니다

그날은 운수가 좋은지 쉴  이 손님을 태워

오랜만에 큰돈을 벌었죠

아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설렁탕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지만 

이미 죽은 엄마의 젖을 빨다 지쳐

자지러지게 우는 아들만 남아 있었어요



갑자기 비가 내리네요
처마 밑에서 비를 그을 시간 따윈 없어요

몸 값이 비싼 카메라만은 가방속으로 안전하게 피신시키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흙탕물과 비가 범벅이 되도 걸어야죠

아직 36개 거리 중 반도 못봤거든요


내친 김에 씨클로를 타보기로 해요


한동안 비어있는 씨클로를 찾지 못합니다

1분마다 곁을 지나가며 호객하던 그 많은 씨클로들을
비오는 날 이국적인 시장거리 구경을

포기할 수 없었던 여행자들이

이미 죄다 차지하고 있네요



드디어 하나를 구했어요
흰 옷을 입은 아저씨가 천사처럼 보여요

이젠 부르는 게 값이겠죠
김첨지가 하필 그날 운수가 좋았던 것은 비가 왔기 때문이었으니까요

가벼운 실랑이 끝에 가격을 협상하고 자리를 잡습니다
이 곳의 김첨지들은 정직한 노동의 댓가로 돈을 얻고는 있으나
돈 맛을 꽤 아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자급자족 물물교환을 하던 세대에 길러진 이들은 대부분 농사를 짓거나 제조업에 있었다죠
그러다 관광객을 상대로 씨클로를 몰면

하루종일 일을 하지 않아도

벌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죠
자본금도 기술도 없던 이들에게 씨클로는

천사의 날개격 이었을 겁니다

아저씨는 질척한 길을 힘껏 페달을 밟아 이동합니다
얕은 물웅덩이가 여러군데 있던 탓에
앞에 앉은 저의 발로 흙탕물이 계속 튀네요

조금만 옆으로 가도 될 것 같은데요

'아저씨! 이옷 내일도 입어야 된단말이예요!'
하려고 뒤를 돌아보는데
처음에 흰 색이었던 아저씨의 셔츠에 얼룩덜룩 표범무늬가 생겼네요
게다가 천으로 된 가림막은 손님자리에만 있어서 내리는 비를 아저씨는 고스란히 맞고 있었군요



이어서 옆을 바짝 붙어오는 택시와 오토바이들은 악! 소리가 여러번 나오게 만들어요

매끈한 도로쪽으로 더 갈 수 없었던 건

좀 더 안전한 운행을 하기 위해서였나봐요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네요
옆으로 바짝 붙는 오토바이와 매연에 신경을 곤두세운 채 15분이 지났고 전 처음에 왔던 그거리로 돌아왔습니다
다행히 비는 그쳤네요



아저씨에게 협상했던 요금을 내주다가
모르는 척 만동을 더 건네요
저한테는 5백원이었지만 아저씨한테는 어떤 값어치를 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그 한 장은

아저씨의 미소와 함께 되돌아 옵니다
"투 머치. . ."

'잉?'


가슴이 뻐근해지네요
아주 약삭 빠르고 조금은 비굴해 보이기까지 했던,
아까 전 가격흥정을 하던 그사람은 어디로 가고
병든 아내를 떠올리며 페달을 밟았음직한

정직한 돈 만을 받는 사람이 서 있네요


그리고 그 앞에는

그 사람을 고용한 듯 말을 툭툭 던지고

그의 노고는 생각치도 않은채
무작정 돈을 깎으려 들었던 여자가 마주보고 서있습니다


제길. . .
애초에 내몸뚱이를 움직이는 수단으로

사람의 수고가 필요한 인력거를 택하는게 아니었죠
고개를 푹 숙인채 인사를 하고

만동을 받아내리다 다시 건냅니다

"그냥. . . 드리고 싶어서요"


다시 걸음을 옮기며 아무리 생각해 봐도


괜찮은 곳 같네요 여기. . .

마음에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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