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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진 May 03. 2016

하노이를 걷다6

호안끼엠 호수를 따라


하노이는 설화와 민담이 지배하는 나라입니다


호안끼엠 호수의 이 거북이는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모습을 드러 낸다고 하죠
에이. . . 걔들은 그걸 믿어? 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몇 차례에 걸친 강대국과의 오랜 싸움에서도 지지않는 정신력은 이 믿음에서 나옵니다


제국주의자들은 하노이의 정신을 지배하던 유적들을
'낡은 것'또는 '미신'을 처분한다는
명목 하에 닥치는 대로 파괴합니다
베트남에서 가장 오래된 성을 부수고

 자리에 자신들의 정신적 위안을 위해 성요셉성당을 세워요
하느님께 닿아보겠다고
있는데로 솟은. . .
그러나 사람에게서는 한없이 멀어진 고딕양식이죠



바로이성당이요
하나님이 퍽 좋아셨겠죠
자신들의 침략을 과시하듯
전 세계 프랑스 과거 식민지에 가면  어디에나 상징물처럼 서 있는 저 건물이

왜 하노이의 필수 관광지가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주변경관을 고려하지 않고 쌩뚱맞게 들어 앉아 있는 꼴이 우숩기만 한 걸요
천주교 신자이지만
저 성당엔 들어가지 않기로 합니다



꼰 꼭 정원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깁니다
여기도 볼 성 사나운 물건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요
 이 기념물은 프랑스가
화합의 상징으로 만들었대요




근데 화합을 하려는 의도치고는 매우 불순하죠
하노이의 상징은 '승천하는' 용인데
이건 용이 땅으로 곤두박질 쳐서 개구리와 얼굴을 맞댄 형상이네요




성당 앞에는 전쟁을 테마로한 카페가 성업중이예요
베트남사람들은 강대국을 상대로 승전했다는 자부심이 있던지라 이 컨셉은 성공을 거둡니다
카키색을 기본으로 군보급품을 소품으로 사용했네요



종군기자가 찍었음직한 사진이 몇장 걸려 있으나 이것들은 모두 연출된 사진이라는 데에

5천원을 겁니다
코코넛 스무디가 그렇게 맛있고 싸다는데
이곳에서는 어서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테이블마다 놓인 재털이 때문이죠
언제 혐오스런 담배연기가 피어 오를지 모르는 곳에

아이와 함께 있을 수는 없습니다
아. . 문 앞에 저와 생각이 같은 아이엄마가
카페 밖 목욕탕 의자에 앉아 쥬스를 먹이고 있네요




딸아이와 천천히 대화를 하며 걷습니다
 호수 앞에서 잠시 쉬자며 멈추니
이제 그만 가자하는
제 목소리를 들을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생각에 잠겼네요



이 아이가 곧 청년이 될 것이라 생각하면 가슴이 아립니다
그 즈음의 청년들 세상은
지금보다 상황이 좋지 않겠지요
요즘 한국사회를 설명하는 학자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어요
동물들 중 약한 종일수록 자기 자식을 잡아먹는대요
우린 지금 청년층의 빈곤을 담보로 노인복지를 점점 폭넓게 이루고 있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였죠
우린 국제사회에서 점점 약한 종이 될거라는 우울한 이야기요.
정권교체의 조짐이 보이니 조금은 희망을 가져도 될까요


여행자 거리에 들어선 예쁜 카페앞에서
차례로 앉아 사진을 찍다가
우리말을하는 현지인을 만났습니다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서는데
차한잔 한잔 하실래요?
뜻 밖의 제안을 합니다
하지만
이국에서 가장 경계할 대상은 한국말을 능눅하게 구사하는 현지인이었죠
낯선 사람이 건넨 음료를 조심하라는 말을 기억하는데다
지금은 아이까지 있으니
괜찮아요 하며 나와요
안그래도 시원한 차와 그늘이 무척 그리웠는데
선의를 뿌리치며 다시 땡볕으로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  참 슬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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