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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진 May 04. 2016

하노이를 걷다 7. . .   마지막 산책

위로의 길을 걷다

여기는 하노이 중심에 위치한

작고 가난한 마을 입니다

4년전 이 마을에 대해서 들은 이후로

이곳의 사진 몇장을 저장해놓고

마음이 갈기갈기 찢겨져

회복이 불가능하다 생각될때 꺼내보곤 했어요

그때 나를 위로했던 것이 과연 무엇일까

오늘 찾을 수 있을까요?


막상 카메라를 들고 나서니 걱정이 되네요

자신들의 궁핍한 살림을 신기해하

사생활 깊숙히 침투하여

사진을 어가는 사람처럼 비추어지진 않을까

가진게 적은 사람들은 쉽게 상처받습니다

어린 시절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보이는 그대로를 말씀드리면

집은 좁아보이고


 

밖으로 나와있는 집기들은 궁색해요



실내는 어두웠는데

사람들은 불을켜지않고 문을 열어 들어오는 햇빛에 의존하고 있네요



1인당 주거면적이 0.5평이라는

글로만 접한 열악함을 막상 눈으로 체험하니

실제 이들은 제 생각보다 더 나아간 불편을 감수하며 살고있음을 깨닫게됩니다


안으로 더 들어가 봅니다

오늘 점심으로 볶음밥을 먹고 늘어지게 티비를 보는 20대여성의 집을 지나



점심으로 연탄불에 목살을 굽는 어머니를 지나




빨래가 널려있는 집 앞에서 멈췄습니다



이 빨래는 남자가 널었습니다

여긴 우리와 관념이 비슷한 곳

자기 속옷을 가장 잘보이게 둘 여성은 드물겠죠


이 남자는 살림에 능숙한 사람입니다

새옷같이 깨끗하게 빨아

더이상의 다림질이 필요없게 각을 잡아 걸었네요 옷걸이 간격도 얼추 맞춘 걸 보니 혹시 군필일까요?


주중에는 캐쥬얼차림으로 출근하는 이남자는

오늘 아침 조기축구회에서 한바탕 뛴 다음

미안한 마음에 집안일을 거들고

나들이를 나갔나 봅니다

165센티 미터의 키에

75 B컵인, 빨간색이 잘 어울리는 아내와 함께요



무슨일이지?

온가족이 헐레벌떡 뛰어나와서 집에 불이라도 났나하고 다가갔더니

이제 갓 대소변 훈련을 마쳤을 아가가 볼일을 보네요




화장실이 없는 거군요

이들이 사는 집에는. . .

막 급한 불을 끈, 시원한 웃음이네요





아가야 나도 안단다

화장실이 없는 집의 서러움과 괴로움을 . . .

그건 아픔이나 배고픔을 참는것과는 다른 종류의 고통이지

넌 그것을 견디며 성장할꺼고

그렇게 어른이 된 너는

더 뛰어난 생활력과 문제해결력을 갖게 될꺼다


저를 보고 웃네요

순간

아이가 물고있던 사탕을 떨어뜨립니다

저런. . .

천사같은 얼굴에 눈물이 그렁그렁하네요

뒤에서 바라보고 있던 형이 다가옵니다

그리고 자기입에 있는 것을 꺼내어 아낌없이 동생에게 물립니다

엄마는 큰 아들을 칭찬해요


아. . . 저건 잘한 일이 아닌데요

저. . . 그렇게 길러진 아이를 알거든요

자기욕구를 억누르고 자라서

자기 마음이 뭔지

어떤 권리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아이요



진이라는 애가 있었어요

3녀 1남 중 셋째딸이었죠

마당이 있는 서울의 큰집에서

화장실 없는 작은 집으로 이사를 온

어느 날 세 딸들은

죽기로 결심을 했대요


우리가 먹는 밥을 줄이면

하나뿐인 남동생이 좀 잘 먹고 클 수 있을 거야

엄마 아빠가 우리 넷이나 키우느라 너무 힘들잖아


첫째는 잠든 두동생들을 먼저 부엌칼로 찌른 후

자신도 죽겠다고 말했답니다

두 동생들은 너무 슬프고 무섭지만

동의했습니다

그날 이후 셋째는 잠들기가 두려웠죠

그리고 아침이 되어 깰때마다 안도했습니다

아. . 아직 살아 있구나



"형아야! 너 참 예쁘게 생겼다"

우리말이 튀어나오는데 이 아이 알아 듣나봅니다

수줍어하며 엄마 뒤로 숨더니 이제 집안으로 들어가려 하네요

진심으로 안아주고 싶었는데요


3살짜리 아이가

이미 자기 입안에 들어와 있는 달콤함을 양보하는 심정과

그때 6살 진이가 동생을 위해 결심했던 마음은

다르지 않았겠죠

지금도 가난한 집의 착한 누나 형들은

자기몫을 고스란히 기부하며 살아가고 있을거예요

자기 삶을 통째로 포기할 수도 있다는 각오로요



동네사람들은

제가 아기의 손을 잡고 말을 걸고

요리하는 것을 들여다보고

사진을 찍어도 마냥 웃어주네요


걷던 발걸음을 멈추면

어떤 사물이




풍경이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가 말을 걸어요

왔어? 많이 힘들었지?

그래 이리와 앉아


할머니가 살아계시던 시절

이웃들이 뒷동 셋째 손녀딸 대하듯

따뜻하게 맞아주네요



떠나기 싫어

한참을 바라보다

딸의 지친 목소리를 듣고야 발을 움직입니다

실컷 위로 받은 마음 때문인지 발걸음은 가볍네요



어느 도시를 가던

걷다보면 여기다! 하는 장소가 있어요

특별할  없지만  마음이 가는곳이죠

늘 그런곳은 멋지고 풍족하고 유명한 곳이 아니었어요


부디 순수한 이들의 삶의 터전이

관광지로 전락하는 일이 없길 바래봅니다



아!

그 셋째 진이

초중고를 겨우 마치고

대입시험 후에는 군인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등록금이 없어서 사관학교에 진학했답니다

공군소위로 임관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유시진만큼 멋진 대위만나

결혼 해서 3년간격으로 세 아이를 낳았대

제대한 뒤에는 세계여행을 다니며

화장실이 두개인 집에서

글을 쓰고 있답니다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겠죠

아마도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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