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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진 May 19. 2016

싱가포르를 걷다1

싱가포르의 차이나타운


날이 밝았네요

제가 낯선 침대에 가로로 누워있어요

잠에서 깨면 늘 아무런 걱정이 없는 상태가 되는데 지금은 뭔가가 불안하네요


정신을 집중하여 며칠 사이에 일어난 일을 가만 더듬어 보아요

며칠전부터 여행지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느라 도서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죠

그런데 바로 전 날

피치못할 사정으로

하루 사이에 목적지가 세번이나 바뀌고

결국 지친 마음으로 아무런 정보가 없는

싱가폴행 비행기를 탔어요


아, 그게 불안의 실체였네요

오늘 하루 어디로 가야 할지도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것이요


일단

아이들이 망고와 수영장에 빠져 있는 틈을 타서 아이아빠한테 육아와 관련된 모든 권리를 이양하고 혼자 나옵니다

다행히 신랑은 이 곳을 몇번 다녀가서 좀 식상하다는 군요


구글지도를 엽니다

현재위치에서 목적지를 내키는 대로 입력하니

각종 교통 수단으로 예상한

도착시간 이동경로 비용등의 정보가 나옵니다




 빠르지만 바깥을 볼 수 없으니 버스를 탈까요


버스시설은 좋은데 안내방송이 나오지도 이정표가 나와있지도 않네요

대신 물마시마 떠들지마 두리안가지고타면 혼나 이런경고문으로 버스안이 여기저기 도배가 되어있지요



행동 하나하나에 이런 과도한 제한을 두는 걸 보니 이나라 정부는 국민들을 어린애로 보는 걸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드네요


사실 전 이 곳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이제 밤11시에 공항에 도착했죠

싱가폴에 왔으니 예의상 타이거 맥주를 한캔 마셔주려 편의점에 들어갔더니

10시반이 넘었기 때문에 안판다는 겁니다

내가 술먹고 꽐라되서 난동이라도 부릴까봐요?

그럼 술집도 문을 닫아야지요

심지어 어떤 술집은 그 시간을 기점으로

안그래도 비싼 맥주를 더 비싸게 팔아요

맥주 한캔을 만오천원을 내고 마시는 게 말이 되나요

말레이지아 끝에 매달린 이 작은 나라가 왜 이렇게 잘 사나했드니

관광객들 털어서 GDP 높인게 아닌지 의심이 드네요


거기서부터 심기가 불편했는데 눈 앞에는 비흡연자들도 보기 역겨운 금연광고가

담배를 파는 곳이라면 어디든,

제일 잘 보이는 곳에 걸려있어요


어떤 음식을 파는 가게에서

우연히 그 곳을 지나가는 것 뿐인 사람들에게

'야! 이거 먹으면 니 애기는 이런 기형아가되고

니 몸속 내장은 타다 만 숯덩이가 되

봐바 바로 이렇게~'

라고 보여주는 데에 동의할 수가 없어요

이거 사는 사람들만 볼 수 있게 하면 안될까요?


 정도로 건강에 악영향을 줄 만한 음식이면

이렇게 많은 곳에서 판매를 허가허주면 안되죠

많이 팔아 세금은 걷어야 겠고

"나는 분명 경고 할 만큼 했다

그런데도 골초가 된 건 니탓이야"하며

흡연자들 건강에 대한 책임은

개인으로 돌리고 싶은

정부기관의 속이 뻔히 보입니다

전 비흡연자로서 담배냄새를 혐오합니다만

저런 시각폭력 또한 극혐입니다


싱가포르 공공장소에서는

또하나의 은근한 시각폭력이 행해지고 있

공중화장실에도 물 안내리면 벌금이다

지하철에서 물 마셔도 벌금이다

무단횡단하면 센 벌금이다

다니는 곳마다 조심스러우니

이거 뭐 여행할 맛이 안나네요

버스에서 사진 찍어도 되나?

길거리 다니면서 햄버거 먹어도 되나?

별 걱정을 다하게 되니요. . .


매의 눈으로 경고문을 하나하나 캐치하던중

휠체어를 타신분이 버스에 오릅니다



기사님이 손수 다리를 놓아서 안전하게 오르도록 돕고 자리를 잡은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출발을 해요



저기 횡단보도에는 장애우카드나 시니어카드를 터치하면 파란 신호등이 더 오래 켜지게 되어있네요

신호등이 없는 거리에는 사람이 횡단보도와 근접하면 무조건 차가 서요

그것도 혹시라도 닿을까 저만치. . .



아~ 촌스럽게도 너무 신기하네요

이런 건 좀 선진국스러운데요


버스에서 내려 걷기 시작합니다

차이나타운으로 향하는 대로에는 개성이 강한 예쁜건물들이 많아 눈이 참 즐거워요



가포르독립 49주년을 맞아 착공했다는 건물은 1년만에 완공되어 싱가폴의 현기증 나도록 빠른 속도를 대변하고있네요

영국이나 독일 같았으면 아직도 땅을 파고 있을텐데요


어딜가든 10미터마다 강박적으로 쓰레기통이 설치되어 있네요



거리가 깨끗한 건 이때문인가봐요


에스컬레이터를 탔습니다

너무 빨라 토 나올 것 같네요

놀라운건 사람들이 안그래도 빠른 그것을 타고도 서 있는 시간이 아까워 걷습니다

꼭 묘기같아요


동남아의 도시를 걷다보면

눈을 마주치면 미소를 띄고 고개를 끄덕이는,

외부인을 반기는 사람들이 많죠

일종의 수용과 존중의 표시로요

그런데 싱가포르에서는 눈을 마주칠 시간적 여유도 없을 뿐 만 아니라

미소를 띈 얼굴을 보기가 힘드네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느끼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요

우리야 뭐 원체 삶이 팍팍하다지만

얘들은 왜 그럴까요

서울만한 좁은땅에도 불구하고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7위

공무원청렴지수는 5위

서민 주택보급률이 90프로가 넘는다는데

이쯤이면 살기좋은 동네인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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