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진 May 20. 2016

싱가포르를 걷다2

리틀인디아


싱가포르 차이나타운이에요


시장구경은 언제나 재밌네요

3천원정도면 그럴싸한 한끼 식사가 해결되요



치킨요리를 혼자먹고 있는데

제가 앉은 테이블에 두명이

아무런 말없이 와서 앉아요

적어도 앉아도 되냐고 물어는 봐야하는건 아닐까 5분정도 생각하고 있는데

식사를 끝내고 일어나네요


다른 두명이 또 앉아요 역시 묻지 않네요

이 사람들 눈엔 제가 안 보이는게 확실해요

아까 두명과 다르게

테이블을 탕탕 치면서 얘기를 나누어


반쯤 먹다 배도 부르고 기분도 별로라서

꼰 다리를 흔들어서 테이블을 울렁거리게 해요

뭐라하면 일본인인척

"스미마셍"하고 자리를 뜨려고요

근데 끝까지 그걸 참아내네요

참내. . . 내가 졌어요




예쁜 그림이 있는 건물들과

찍어낸 듯 똑같은 기념품 샵을 구경하고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나니 탈진하겠네요

커피숍으로 들어갑니다


살인적인 가격을 자랑하는 메뉴판을 보니

갑자기 편의점 캔커피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지금 물보다 필요한 것이 쉴곳이니까요



자리가 없어 매우 불편한 높은 의자에 앉아있는데 바로 뒤에 들어온

혼자 여행하는 한국인을 만납니다

남자이고 대학생으로 보입니다

청년은 점심을 해결하러 왔다는데 저렴한 아이스티를 한잔시키고

가방에서 냅킨으로 대충 싼 토스트를 꺼내요

오늘 아침 도미토리에서 제공하는

조식에서 챙겼음이 분명하죠

하지만 전혀 짠해 보이지 않네요

젊음은 초라함을 상쇄하고도 남을

패기와 자신감이 있죠

호텔에 가면 공짜로 여겨지는 모든 물건을 가방에 쓸어넣는 저로서는

적극 격려합니다 그런 행동. . .




아이스커피는 맛도 향도 훌륭해요

커피와 책을 대하고 있으니

여기가 내집이든 외국이든

행복해지는 방법은 별거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청년이 가지고 있던 책을 빌려 훑어보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합니다

싱가폴은 집권당이 57년째 바뀌지 않고 있다는 것과

언론은 국가가 완전 통제하고 있다는 것.

빈부격차는 세계탑이고

싱가폴의 국민행복지수와 출산율은 거의 세계꼴지네요

거봐요


셋째 낳으면 1억을 주는 이 나라에서도

애를 안 낳잖아요

우리 엄마들은 말예요

지금 당장의 경제적 안정보다는

아이들의 미래가 나의 삶보다는

좀더 나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어야

아이를 낳아요



서로 다녀온 곳에 대한 정보를 나눕니다

전철로 세 정거장 거리에 '리틀인디아'라는 곳이 있다네요  

인도에서 건너 온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인데 힌두교와 불교사원이 몰려 있대요

인도에 관심이 있던지라 솔깃합니다


다음 행선지는 이곳으로 정하죠


이 청년은 경비도 아낄 겸 걸어서 이동한대요

이곳은 두 세 정거장 간격으로 볼거리가 있어 가면서 거리구경도 할 수 있다고요

하지만 지금 기온은 32도인데요

마구 안쓰러워 지면서 현역시절 함께 있었던 병사가 생각나네요

군대에서 주는 10만원이 채 안되는 월급을 모아

제대 후 배낭여행을 떠난 병사가 있었거든요

정말 성실하고 참한 녀석이었죠


군대는 다녀왔냐 물었습니다

다녀왔다네요 물론 행군도 해봤대요

다행입니다



맘같아선 시원한 커피 한잔 사주고 싶지만

그냥 돌아섭니다

월급과는 상관없이 여행자는 늘 돈이 없는데다 여긴 너무 비싸고

전 다시보지 않을 사람한테는,

그것이 남자라면 더더욱 호의를 베풀지 않습니다


같은곳을 가는데

저는 에어콘 바람 쪄는 전철로 10분동안,

청년은 도보로 40분을 이동하게 되겠네요

시간은 누구에게든 평등한 건 줄 알았는데

저는 어쩌면 지금

시간을 돈으로 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했네요

정말 숨막히게 더운 날입니다

출구로 나오자마자 인도풍의 노래가 흘러 나오네요

온몸이 베베 꼬이며 정신이 혼미해지는

그 멜로디에요


음악을 따라가보니 핸드폰매장이네요

이동통신매장은 반경 수 십미터 안을

시끄러운 음악으로 가득 채워야 한다는

세계공통 규정이 있나 봅니다


그 곳을 벗어나니 한 눈에 보기에도

인도사람 같은 사람들만 보이네요



그때 그 시절 같은 영국식민지라  

인도사람들은 이곳에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기 위해 건너와야 했고

지금까지도 싱가포르의 저소득계층을 이루고 있다해요

그래서인가요?

건물들은 알록달록 밝은데

사람들은 어둡고 낯설어요


사원으로 걸어가는 길은 너무 더워선지 관광객도 안보이네요

근데 이 사람들은 왜 저를 노려보는걸까요?



무서운데다가 아까 커피가 진해서인지

가슴이 너무 두근거려서 가까운 구멍가게로 들어가 생수를 찾아요

이 사람들은 제가 진짜 싫은가봐요

"넌 뭐야?"

". . . 물 한병 사러. . . "

"2달러!"

6살때 였을까요? 사탕을 몰래 가져가려다 슈퍼주인 아저씨한테 들켰을 때

딱 저 표정을 보았죠

하지만 저는 오늘 훔치러 온 게 아닌데요


생수값이 턱없이 비싼 건 알았지만 내색하지 않아요

최대한 몸을 숙여

난 당신들을 지배하던 나라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해명하려 애쓸 뿐 이죠

매거진의 이전글 싱가포르를 걷다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