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교 사원
힌두교 사원이에요
힌두교사원이라면 앙코르와트처럼 흙과 돌로 만든, 쪽쪽 빨아먹고 남은
옥수수대 모양을 떠올렸죠
이런거요
근데 여긴 다채로운 색감의 모험과 신비가 가득 한나라 롯데월드 입구같아요
힌두교의 신이 줄잡아 3백만이라더니
이렇게 많은 신들이 동산에 소풍하러 오신 듯 앉아계시네요
음. . . 헌데.
여신들은 하나같이 예쁘고 글래머러스한데 반해
남신들은 죄다 식스팩 하나없는
배나 온 아저씨들 입니다
쳇. . . 왜 여성들의 눈은 고려하지 않을까요?
겁나 유감입니다
사원 안으로 들어가보니 이거 원. . .
성당가면 성모님이 어서와~~하며 자비로운 모습으로 맞아주시죠
절에가도 부처님이 늘 웃는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었네' 하며 독대할 준비를 하고 앉아 계시잖아요
근데 이곳의 신은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눈을 부릅뜬채 네 팔에 무기까지 들고 저를 노려보며
죄를 샅샅히 고하라하네요
헉. . .
향내는 점점 목을 조여와요
풀과 유황냄새가 섞인 듯 한데
모든 죄를 자진해서 고하도록 유도하는 최면가스 같아요
정신을 잃기 전에 도망치듯 나옵니다
휴~
하마터면 고3때 공부한다고 뻥치고
친구집에서 야동을 봤던 이야기까지 할 뻔 했어요
사원 앞 길을 걸어내려오며
몇해 전에 읽었던 책을 생각합니다
신도 버린 사람들 이란 제목이었죠
카스트제도는 법률적으론 효력을 상실한지 오래지만 아직 인도에 뿌리깊게 박혀있어요
힌두교는 카스트제도를 공고히 하는 데에 합당한 근거를 제공했죠
하층민들이 현세에 불만을 품지 않고
그저 열심히 살게 만드려는 데에
힌두교의 교리는 완벽하게 들어 맞았으니까요
그게 참 슬프네요
이 세상의 모든 종교는 선함을 가르치는데
지배자는 그것을 상황에 맞게 재해석하고
힘없는 사람들은 우매해서가 아니라
믿지 않을 도리가 없어 그걸 믿어요
"너네는 전생에 죄를 많이 지어서
낮은 신분으로 태어난 거야
그니까 반항할 생각 말고 받아들여
열심히 살아야 다음생엔 계급상승할 수 있으니까"
카스트의 네계급 안에도 속하지 못한
'신도 버린 아이'가 머릿속에 맴도네요
이유없이 돌을 맞고 또래들이 학교에서 공부할때 오수처리장에서 맨손으로 일을 해야했던 아이. 신발을 신고 다닐 수 없고 물한모금도 허락을 득해야 했던 불가촉천민이라죠
어렸을 때 윗 계급 아이와 몸이 닿았다는 이유로 그집 부모가 염산을 붓는 바람에 왼손은
흉측하게 변해있어요
그래도 받아들여야죠
불가촉천민으로 태어났으므로. . .
조금만 걸어가면
무스타파센터라는 큰 마켓이 있어요
이곳에서만 구할수있는 레어템이많은데다가 가격이 워낙싸서 지나치면 안될곳이었죠
사람들이 북적이기 시작하네요
이런 곳에서는 오감을 곧추 세우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죠
먼저 카메라를 단단히 목에 감아요
이제 카메라를 가져가려면 제 목을 따야 할 거예요
또 돈을 숨기는 저나름의 기막힌 방법이 있죠
바로 윗 속옷 안으로 돈을 넣는거에요
안에 캡이 들어갈 작은 주머니가 있는 브래지어 있죠 그 안에다가. . .
여자들은 허락받지 않은 무언가가 가슴에 닿으면 본능적으로 소리를 지르잖아요
그리고
단도직입적이고 정면도전적인 눈빛으로 사람들을 쳐다보는 거죠
쇼핑센터에 들어가는 것은 포기해요
전 백화점을 제일 싫어하기든요
쇼핑을 하느니
차라리 화장실 청소나 실겆이를 하겠다 싶을 정도로요
그렇게 싫어하는 일을 굳이 여행와서 할 필요 있을까요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옆으로 예쁜 버스들이 지나가네요
숙소에 도착했어요
싱가포르의 호텔은 대부분 좁고 비싸서 가성비가 떨어져요
그래서 에어비**를 이용해 저렴한 비용으로
야외수영장과 헬스장을 갖춘 아파트를 예약했었죠
근데 출발전까지 오너와 연락이 안되는거예요
입금까지 다했고 새로운 숙소 알아볼 시간도 없는데요
에어비**에 고충상담을 했더니
오너와 약속된 시간까지 만나지 못했을 경우,
기다리면서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시는 비용은 에어비**에서 제공한다네요
'오예!! 비싼거 먹어줘야지'
게다가 우리 가족은 다섯명 이거든요
싱가포르 공항에서 내려서 제발 받지마라 하며 전화를 했는데. . .
헉!
아파트 입구까지 친절히 마중나와 주신다대요
이런. . .망했습니다
숙소는 멀리 마리나베이의 건물들이 보이는 곳에
수영장과 헬스장을 갖춘 아파트였어요
덕분에 아이들은 수영을 하느라 엄마가 없는지도 시간가는 줄도 몰랐대요
낮동안 외출을 허가해주어 신랑한테 고맙고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물에 뛰어들어 같이 첨벙거립니다
잔뜩 사들고온 빵과 과일을 나눠주고
하루종일 햇볕에 그을린 얼굴을 달래주려
샘플로 받은 팩을 꺼냈어요
근데 헐. . .
샘. . . 플. . .인걸 알았음에도 속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