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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진 May 14. 2016

오사카를 걷다2

도톤보리와 닛폰바시 거리 풍경


한 눈에 안이 다 들여다 보일 정도로 작은 가게에 긴 사람행렬이 있어요



밖에 나와있는 빨간색 조리복을 입은 사람은 사람들을 줄을 세우는게 주 임무인 듯 해요

순서를 가늠하되

통행하는 사람들을 방해하지 않고

바로 옆 동일 업종의 가게에

최대한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배려가 느껴지네요


반면 같은 종류의 음식을 팔고 있음에도

바로 옆의 가게는 철저히 외면 받아요

슬프겠네요 저 사장님

사실 맛에는 별 차이가 없지 않을까요


조금 더 걸으니 줄은 서지 않고도 들어갈 만한 오코노미야키점이 나와요



혼자 식사중인 한국인 여행자와 합석을 하라네요

저 혼자 차지하기엔 테이블도 크고 자리도 없으니 시키는 대로 해야죠 뭐

커피나 술은 별로 안친해도 함께 할 수 있지만

전 밥먹는 건 원래 아무하고나 안 하는데요


간단히 인사를 나눠요

마주보며 멀뚱이 있는것을 견딜 수 없어서

차라리 말을 나누기 시작해요

말이 끊기면 다시 어색함이 어깨를 누르죠

이런 대화는 즐거울 수가 없어요


나이가 비슷하니 친구래요

근데 함께 있는 동안의 침묵이 자연스러울 정도는 되야  친구 사이가 아닐까요


그녀가 먹는 모습을 봐요

삶의 의욕이 느껴지네요

부러워요

잘먹는 사람은 잘 웃고 잘 걷고 잘 자고

심지어 설겆이도 더 잘 할 것 같아요

전 참 맛없게 먹거든요


그녀는 이번이 5번째 방문이래요

매번 맛집탐방이 주된 목적이라고 하는데

재수없게 나보다 훨씬 날씬하잖아요

"난 오늘 벌써 4끼째야

넌 점심이야 저녁이야?"

"아. . .난 아점저?"

"먹는거 싫어해? 다이어트 해?"

"아니"

"근데 왜?"

"난 사실 애가 셋이거든

나 여행하겠다고 친언니한테 맡겨놓고 나왔어

언니한테도 너무 미안하고

엄마없이 불안하게 잠들 애들 생각하면

먹히지가 않아"

"나는 애가 없어서 그런건 잘 모르지만

그래도 이왕 나온 거 신나게 놀다 들어가는 게 덜 미안한 일 아냐?"

"그럴지도..."


"이렇게 맛있는 게 많은데 어떻게 참?"

"참는게 아니라 진짜 안먹고 싶어

다른 욕구에 비해 식욕은 원래 좀 없는 것 같아"

"나랑은 반대네

난 많이 먹는 것 때문에 주변 사람들한테 눈치를 많이 보게 되

그래서 맛집도 혼자 다니는 게 편하구

특히 여행 와서는 혼자 여러 개 시켜 먹어도 쳐다보는 사람이 없으니까. . ."


식사를 다마친 그녀가 먼저 일어나요

일본인 두명이 그 자리를 채우네요

언어의 장벽이라도 있어 다행이예요


무작정 걷다보니 더 많은 걸 보게 되네요


편의점에 가봤어요



아사히 맥주가 한국보다 비싸요


호빠에 버젓이 걸려있는 사진들을 봐요



12명이 다 문희준을 닮았네요


거리공연하는 사람들을 봐요


우리나라 고등학생 아무나 네명 모아놔도 저정도 실력은 될듯해요


스타벅스에서 커피 내리는 사람을 구경해요



쉬지않고 커피를 내리는 내내 똑같은 미소를 짓고 있네요

이것이 바로 프로정신인가 싶긴해도. . .

미안하지만 자연스럽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다리도 아프고 이젠 지하철을 타기로 했어요

한적한 출구에는 에스컬레이터가 한쪽 방향으로만 움직이게 되있네요

홍콩의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가 생각나요

신기하게도 양방향이 아닌

선택적으로 한쪽 방향으로만 움직이게 되어있었어요

그곳의 유동인구를 고려해서

올라가는 사람이 많은 출근시간부터는 상으로,

퇴근시간에는 하행으로 운행하죠


그것이 효율적이긴 하지만

과연 정의로운가에 대해 생각해봐요

계단은 내려가는것보다는

올라가는것이 훨씬 힘들죠

특히 교통약자들에게는요


그들을 고려해서 항상 상행으로 운영하는것이

더 정당하지 않을까요

지금 여기 오사카의 지하철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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