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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진 May 15. 2016

오사카를 걷다 3

난바 관람차

7시네요

어둠과 함께 내릴 고요함을 기대하긴 했지만 낮동안은 많이 보이던 홀로여행자들도 자취를 감추었네요

그들을 보며 내심 동질감을 느꼈는데 아쉬워요



오사카의 야경을 보려고 헵파이브 관람차를 타려해요

근데 아무래도 잘못된 선택이었나봐요

야경 볼 생각만 했지

혼자 높은곳에 갇히게 된다는 생각은 못했어요



야경 따윈 볼수 없어요

밖으로 고개를 못 돌리는데요


그때,

이따금씩 파란눈을  깜박거리며

내가 여기있어 넌 혼자가 아니야

말해주는 녀석이 있네요

사실 이 녀석은 2년동안 실로 많은곳을 함께 여행했거든요

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장면들이나

잊어도 그만일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여적 간직하고 있더라구요

얘가 거들어주지 않으면 내가 여기   다녀갔다는것을 어떻게 증명할까요

아. . . 내 사랑 옵티머스 지투

전 지구 최초로 핸드폰과 불륜에 빠진 여자가 되었네요


갑자기 허기가 느껴져요

맞아요

먹은지 4시간이 채 안됐죠

그냥 내가 혼자라는게

견딜 수 없는 시간이 된것 같아요

속을 채우면서 투명한 창을 통해

이 도시를 걷는 사람들을 구경해 보는 건 어떨까요

바로 앞에 식당이 있네요



내가 추구하는 깔끔하고 진한맛을 내는 일식과는 동 떨어진 듯 했죠

살짝 주저하자 입구에있는 종업원이 잽싸게 미소를 띄며 응대해요

혼자 온 나를 배려하여 어색하지 않을

구석의 작은 테이블로 안내를 하네요


젠장.,. 밖이 보이질 않아요



 테이블에는 차림새로 미루어보아

가까운곳에 자취방을 뒀음직한 남자와

공들여 단장하고 먼곳에서 그를 만나러 온 것이 틀림없는 여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물론 일본어였죠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들의 대화내용을 알 것 같아요

"보고 싶었어요"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좁은식탁. 어두운조명. 가까이 하면 입술이 닿을 거리임에도 그들은 거리를 좁히지 않아요 애틋하네요

여자에게 주문을 받은 웨이터가 메뉴판을 가져가자 남자는 여자의 손을 잡고 뭔가를 이야기 하네요

나는 왜 비언어적인 요소가 대화에 70프로를 차지하는지를 알게되요

사랑하는것이 분명한 눈빛으로 신중하게 말을 전하는 두 사람.

아. . .저도 저런시절이 있었는데요



저는 상상 속의 애인이 앞에 있다고 생각하고 최대한 공허함을 들키지 않으려 노력해요

"옷은 왜 이리 춥게 입고 왔어?"

머플러와 장갑을 벗어 입혀주던 사람이

지금 앞에 있네요

식사를 마치고 일어나려해요

"일어날 땐 빠진 물건 있나보고. . ."

치밀하지 못한 저를 너무 잘 알고 있는 익숙한 잔소리가 참 편안해요

"이제 우리 들어가서 한잔하고 잘까?"


술과 안주를 잔뜩 사들고 호텔로 들어갔어요

근데 왠열. . .

침대에 기대자마자 잠이들어 눈을 뜨니 아침이네요

맞아요 어젠 12시간 내내 걸어다닌거죠

그동안의 불면증은 삶이 너무 편해서 였던가요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죠

온 김에 교토일주까지 마치 했지만

애들한테 미안해서 안되겠어요

또 기회가 있겠죠


간사이공항으로 가서 탑승수속을 밟아요

아차차!

언니에게 줄 시세이도 클렌징폼을 생각없이

기내에 가지고 들어갈 가방에 가져왔네요

아. . . 그걸 왜 잊고 있었을까요


수하물을 검사하 남자직원이

자기 조국의 과거사를 사과라도 할 듯한 표정으로

"미안하지만 들고 들어 갈 수 없습니다"라고 하더니

옆으로 돌아서서 그것을 들고

여직원과 눈빛을 교환해요

여직원이 씩 웃네요

아 개새끼. . .

잊기로 해요 잘못한 건 저니까요


탑승시간을 기다리며 내가 탈 비행기를 바라봐요 내사랑 옵티머스 지투만큼이나 믿음이 가는군요

앞에 무슨 단무지색 옷을 입은 사람이 돌아다녀요 어디서 많이 본 사람 같네요



자세히 보니 어제 말한 제 애인이예요

12년동안 같이 잔 남자죠

출발전에 항공기 외부점검을 해야한다더니 그건가봐요

저를 봤어요

기장석의 비행기 창문이 열리네요



저거 열리는 거였군요

고개를 내밀고 손을 흔들어요

참 귀엽네요

이제 얼른 집에가서

보고싶어요



https://brunch.co.kr/@j-gimme/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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