썽태우여행
투욱 툭 툭 툭
투드드드득 투르르륵 쏴아~~~
역시 비내리는 밤이 지났습니다
집 안에서 내리는 비를 보는 것은
커피를 마시는 것 책을 읽는 것 만큼이나
즐거운 일이예요
비소리를 들으며 잠들었던 날은
밤새 실컷울고 난뒤 맞는 아침처럼
개운하고
새로운 각오로 살고 싶게 합니다
아. . . 오늘은 더 열심히 먹어야 겠구나
새로운 것도 먹어봐야겠구나
그러기 위해 좀 더 멀리 나가봐야겠구나
집을 나와 직진해서 좌측으로 난 커브를 틀면
고급져보이는 툭툭이가 있습니다
그 앞에는 역시 비싸 보이는 오로바이가있고
양 옆은 정다운 암수가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눈꼴시려 차라리 눈을 감아버리면
어느선가 솔솔 풍겨오는 스테이크 냄새가 마음을 풀어주죠
그 것을 따라가다보면 냄새의 근원인 차바레스토랑에 이르고
그것을 왼쪽에 두고 직진하다보면
바다로 가는 표지판이 나온답니다
아! 이쪽으로 쭉 가면
내가 찾는 것이 있겠구나 확신하며 걷죠
중간에 들어가고 싶어
죽을 것 같은 샛길이 나오지만
절대 들어가면 안됩니다
바쁘니까요
가는 길은 길어도 지루하지 않습니다
거리의 음식들을 기웃거리고
어제본 티보다 더 자극적인게 있나 살펴보다가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박스티 모델로 활동하시는
체 게바라를 또 만났습니다
게바라 아저씨의 음영초상은
예수님만큼이나 흔하죠
저는 그 이유가
그의 사상이나 업적보다는
그의 간지에 있지 않나 생각하곤 합니다
물론 그는 훌륭한 혁명가였음이 틀림없지만
헐. . . 운전은 개가 하나요?
걷다지쳐
여기 맞아?
나올때가 지난 거 같은데?
젠장 잘못왔나봐
버스가 다닐 분위기가 아니잖아
하는 생각이 들 때쯤 5분만 더 걸어가면
드뎌!
올드타운으로 가는 유일한 대중교통
'썽태우' 출발지임을 알리는 시간표를 만납니다
지도를 보고 잘 찾아왔다는 대견함에
마구마구 자신을 칭찬해봅니다
이런건 구글지도에는 없지요
현지에 가서 지도를 구해들고
수소문하고 해야만 알 수 있는것들이 있습니다
앉은 자리에서 얻은 공짜정보는
시간이 지날수록 허약해지니까요
태우야~~ 어디갔었어
내가 너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기나 해?
한번 둘러봅니다
두둥!
넓은 실내공간
긴급식수 구비
데코로 고장난 선풍기 장착
승객들의 쾌적함을 위한 청소도구 완비
궁금하면 올라가서 볼 수 있는 사다리 탑재
내리기 5초전
슈퍼맨 놀이가능
정말 좋죠?
정류장은 없습니다
썽태우는 현존하는 가장 인간적인 버스로
우샤인 볼트보다 초큼 빠른 속도로 달리다가
천장에 달린 저 노란 벨을 누르면 바로 내려주고
누군가 타겠다고 손을 흔들면 바로 서서 태워줘요
사람들이 가득차면 바닥에도 앉구요
짐을 모두 위로 올리고
사다리에 매달려가는 한이 있어도
승차거부는 절대 없답니다
경마장에서 퇴역한 말처럼
더이상 달릴 수 없는 노장 트럭을 개조해서 만든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것이. . .
오르막길을 갈 때는
모두 내려서 태우를 밀어야 하진 않을까
할정도로 힘을 못쓰구요
턱이라도 하나있으면
다같이 디스코팡팡을 탄것마냥
고통스러워하며 동시에 웃음이 나요
푸켓의 지형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려주는
고마운 태우입니다
아파도 좋은걸 어쩔까요
해변을 따라 상권이 발달한 이곳이라
내륙쪽으로 들어가니
제가 원하던 로컬스러움과 동시에
가려져 있던 고단한 생활인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쓰레기 분리 수거장인가 생각되던 곳에
비가 새지않게
지붕을 대충 엮어 만들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천막의 한 공간을 차지해 살림을 꾸리고
작은노점을 아이와 함께 해 나가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어요
안타깝다가도 다행스럽고
푸근하다가도 코가 시큰거리는 건 왜일까요
저는
집도 있고 차도 있고 저축도 하고 있죠
더이상 가난은 저의 문제가 아니예요
옛날에 제가 제 일처럼 저들을 함께 느껴
부둥켜 안고 울고 싶은 시선이었다면
지금 저는
저들이 결핍이 불편해 보이고
그래서 돕고 싶은
좀 사는 사람으로서의 시선인거죠
'내가 여행때마다
가난한 생활자를 연기하고 있을때
누군가는 도무지 피할 수 없는
진짜 가난과 온몸으로 싸우고 있겠구나'
오늘 밤 또 비가 쏟아질텐데
저 엄마 저 아이 괜찮을까요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구요. . .
쳇!
그거만큼 바보같은 말이 또 어디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