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켓을 걷다6

정실론, 빠통비치

by 윤진

'정실론'이라고 하는,

왠지 그 발음에서부터 얼음이 동동 떠있는 새콤달콤한 홍차가 생각나는

푸켓의 쇼핑센터로 왔습니다


워낙 쇼핑을 싫어하는 저인지라

이 곳은 꼭 벗어날 수 없는 파리지옥 같습니다

한국이라 치면

여긴 현대백화점이잖아? 하고 뛰쳐나가

옆의 건물을 가니

거기는 롯데백화점이고

거길 나가서 맞은 편으로 도망가면

다시 신세계백화점이 나타나 기현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그 가운데에는

전세계의 프랜차이즈 레스토랑과 커피숍이 다 모여 있는 덫에 걸려있습니다

정실론이란 곳은

어디가도 볼 수 있는 상표를 한데 모아놓은

참으로 특색없는 것이 특징적인 곳입니다


목 좋은 곳에 커다랗게 자리한 맥도날드를 보니 예전의 치기어린 제가 생각나네요


맥지수 라는 것이 있어요

세계의 물가를 비교하는 데이타로 쓰이곤 하는. . .

물가를 가늠하려면 동일상표의 동일제품이

전 세계에서 판매가 되어야 비교가 가능한데

그것이 맥도널드의 빅맥버거였고

각 나라의 빅맥가격 순위를 매긴 것이 빅맥지수였습니다

전 한동안 이것을 외워서 다니면서

아는 척을 하곤 했어요


하지만 불과 몇개의 국가만 비교해 봐도

제품의 질은 균일하지도 않았고

맥지수와 물가지수간의 상관관계도 그닥 믿음직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모든것이 대체로 싼데

햄버거만이 유독 비싼나라도 있었고

버거엔 원래 '고기가 생명'이지 라는 신념으로

채소를 몽땅 뺀 빅맥도 있었으니까요

저 노란 알파벳 M을 볼때마다

아무 쓰잘데기 없는 정보를

대단한 걸 알고 있는 것처럼

자랑했었던 저를

반성하곤 합니다




춤을 끝내주게 추다가 갑자기 마네킹 모드가 되어 버리던 저 아저씨만이

이곳의 유일한 볼 거니다



사람일까 아닐까 내기를 하며 붙박이가 되어 버린 두 아이예요


지하의 푸드코트는 '이건 정말 꼭 먹어봐야되'

한국의 여러 블로거들이 극찬을 해서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그들은 야시장을 돌아다니며

길거리에서 파는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었음이 분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맛도 별로이지만 같은 가격에 양이 반도 안되요

제가 며칠 동안 겪은 바에 따르면

푸켓의 1인분은 이 접시 아닌데요

호텔레스토랑에서 선 보는 여자라도

이거보단 많이 먹겠네

이런 못돼먹은 접시 같으니...



광장을 중심으로 세워진 빌딩 사이로

각 나라의 여행자들이

자신은 어디에서 왔는지 스티커로 표시해 둔 하드보드 판이 있어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주로 해안가에 사는 사람들이 왔어요


왜지?

왜 바다에 사는 사람들이 이 섬에 온거지?

궁금하지만 알 수 없어요

아마도 해안가의 도시가 상대적으로 잘 사는 것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 밖에요





여행 하는 내내 유럽 사람들이 많이 보였던 이유가 있네요

푸켓은 기후와 자연경관이 좋고

저렴한 숙식과 액티비티를 누릴수 있어

긴 휴가를 즐기는 유럽인들에게

꽤 매력적인 여행지겠죠


특징적으로 중국은 동쪽에서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모로코에서

서남아시아에서는

오만 예멘 이란 여행자가 많이 왔어요


왜지?

태국이 그 나라들하고 외교적으로 긴밀한 관계인가?

궁금하지만 역시 알 수 없네요


어쩌면

무비자로 입국가능 하니까~ 정도로

별것 아닌 이유일 수도 있겠죠



한국과 일본에서는 비슷한 수가 다녀갔나봐요


바다를 사이에 두고

두 나라간의 기싸움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지금은 한국이 우세인가 봅니다

슬며시 입가에 미소가 번지면서

가슴속에 작은 감동이 일어납니다

성격이 급한 누군가가

이런! 이게 무슨 씨발스런 소리야?

하며 배낭에서 검정색 모나미 플러스펜을

꺼냈을 광경이 눈에 선하네요


일본해 아니고 동해! 동해라고!!

이스트 씨!!!

유 노우?


다음에 푸켓에 가시는 분들께 부탁드려요

수정테이프로

'시 오브 저팬'을 완전히 지워주세요


좀 더 욕심을 부려서

하늘색 종이에

13포인트 명조체로 프린트 된 East Sea를

저 위에 붙여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까요


원래부터 그랬던 것이라

논란의 여지가 없었고

마치 이제까지도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그렇게 말이예요





정실론 가까이에 있는 빠통비치로 갑니다



뭔가 애들을 데리고 가기가 꺼려지는 느낌입니다



빠통비치로 가는 방라로드에는 경쟁적으로 바가 들어서 있는데


대낮부터 시원한 유니폼을 맞추어 입은 언니들이

춤을 추며 호객행위를 하고 있습니다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시겠다면


맞은편 길가에서

시선의 방향을 전혀 파악할 수 없는 미러선글라스를

우리돈으로 3000원에

모자까지 세트로 6000원에 팔고 있습니다

길을 걷다보면 참 많이 보게 됩니다

자본의 시선은 늘 틈새를 놓치지 않고

사람의 필요를 정확하게 캐치해 낸다는 것을요


밤이 되면 이곳에서는 라이브 스포츠 쇼, 봉댄스를 보여주는 바와

전세계 젊은이들이 함께 춤을 추는 클럽

트렌스젠더들이 보여주는 쇼 등

볼거리 즐길거리가 넘쳐납니다


우리도 나중에 애들없이 와서

진한 쇼 한번 봐보자

남편과 귓속으로 얘기를 주고 받는데

"뭐야? 엄마는 우리 빼고 오고싶어?"

둘째딸이 눈을 부라립니다


무슨 그런 당연한 말을,

마치 당연하지 않아야 당연한 것 처럼

얘기하나 싶어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그래 그냥 우리 모두 성인이 됐을때

다같이 오자"

훈훈한 결론을 내렸죠

과연 그때도 엄마랑 오고 싶을지

두고 봅시다

온갖 거짓말을 동원해

남친과 갈 계획을 세우리란걸

인생 선배로서 알고 있으니까요



이번주 일요일 열리는 올드타운의 야시장을 가봐

거긴 진짜 천국이야

아. . . 그래?


이 스티커 10장 모아오면 사은을 줄게

대신 3개월안에 와야되

아. . 그래?


다음주 안에 재방문하면 30프로 할인이야

아. . . 그래?


난 그 시각 이 자리에 없음을. .

3개월, 1주는 고사하고

이틀 뒤면 이곳을 떠나는 사람임을

현지인들은 알지 못하고

마구마구 설레는 말들로

다음을 꿈꾸게 합니다


화끈한 나이트 쇼가

토요일 밤 열린다는 포스터를 보며

'이 또한 나와 상관없는 일이지. . . '

멍 하게 바라보고 있노라니

마치 며칠후면 지구밖으로

흔적없이 뿅하고 사라질 사람처럼 속상합니다

그때

뒤에서 익숙한 찰칵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눈이 마주치자 멎쩍어 하는 모양새가

꼭 나쁜 짓을 하다 들킨 녀석의 것입니다

평소 여러 사람의 모습을 훔쳐담기도 했으니

권리를 주장할 없지만

하필 찍힌 사진이

야한 포스터를 넋놓고 보고 있는 찰나였다니


푸켓에서 가장 핫한 쇼와

그것을 간절하게 보고 싶은 동양여자

라는 제목으로 남게 될 그 사진이 못내 신경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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