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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진 Nov 11. 2016

타이베이를 걷다2

지우펀

대만' 두번째



타이베이에서 한시간 반거리, 여기는

전철이 뚫리지않아 불편한 버스로 산중턱까지 올라서 만난 지우펀이야.

지우펀은 중국어로 다툼 분쟁 등의 뜻을 담고 있어.

지명이 언제 붙은건진 모르지만 이름만큼 아픈 역사가 있는 곳이지.


대만도 일본의 지배를 받았었거든. 근데 대만의 역사를 통틀어서 타국의 간섭없이 온전한 "대만"이였던 시대가 별로 없어. 오히려 네덜란드나 중국의 지배하에 있을때보다 일제강점기시대는 편했다고 할 정도야. 그래서 격렬히 저항했던 우리와는 달리 대만사람들은 일본에 우호적이었다네.


근데 이곳 지우펀은 금을 캐던 광산이었던  것이 문제였지.

일본순사들은 주민들이 금 한자락이라도 빼돌릴까봐 신체의 은밀한 곳까지 돋보기로 살피며 모욕을 주었어. 특히 광산으로 일을 나갔던 사람들은 출퇴근 때 마다 수모를 당했대.

1945년 해방을 맞이했지만 후엔 우리나라만큼이나 엄청난 혼란과 갈등을 겪었다지. 그 시절 아무도 '안녕'하지 못했던 그들의 사연이 영화 '비정성시'에 담겨있어. 배경이 된 이곳의 아름다워서 더 서러운 자연과 함께.

6년전 홍콩에 다녀와서 쓴 글엔

'이곳의 밤은 화려하다

야경으로 유명한 이곳에 오면서 시골의 정취를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이미 네온사인에 질린 나에겐

가지각색 빌딩의 깜박거림이,

단지 음악에 맞추어 리듬을 탄다고 해서

볼만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밤하늘은 맑았지만 텅비어 있었다.

빛의 자리를 인공에 내어 준 하늘은

그야말로 빈 공간일 뿐이었다.'

라고 쓰여있네.

각자의 정서는 모두 다른 것 같아.

나같이 약간의 어두운 정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낮과 같은' 밤의 색을 좋아하지 않아.

밤은 생각하기에도 책 읽기에도 좋은 시간이고 구태여 낮을 가장할 정도로 밝을 필요가 없어.

그런면에서 적당한 어둠을 간직한 지우펀 거리는 마음에 안정을 줘. 다소곳이 앉은 홍등을보며 나는 여행지에서 걸을 수 있는 가장 느린 걸음으로 아이들이 가리키는 곳을 향했어. 땅콩아이스크림이 만들어 지는 곳, 매콤한 소시지가 구워지는 곳,

예쁜 오카리나 소리가 나는 곳으로...



지우펀의 야시장 상인들은 순박한 느낌을 줘. 물건을 파는 것보다 사람을 만나기 위해 이곳에 온 것 같은...

그래, 그것이 오히려 그들이 터득한 자본주의적 기술일 수도 있어. 같은 종류의 상점이 밀집해 있는 거리에서 행인들의 시선을 잡기위해

최대한 수수하고 친근한 눈빛으로 교감하는 기술. 그래도 좋아.

백화점 같은데 가면 살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느라

빠르게 사람들을 훑어내리는 시선.

그거 정말 피곤하거든.

꼭 사야하는데도 얼른 나오고 싶어져.

여기서 나는 안되는 언어로 값을 깎고

상관없는 질문을 하고 뻔한길도 물었어.

그들이 무척 친절했고 재밌었기 때문이야


여기 물가는 서울의 30퍼센트정도 되는 것 같아.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3천원쯤 하겠지 하고 가격을 물으면 천원. 특히 맛있고 다양한데다 푸짐하기까지한 거리음식들은 늘 만족스러워.

고심해서 고른 오카리나와 샌들을 손에 든 두 아이들 얼굴에도 역시 행복함이 가득하네.


도착한지 1시간쯤 되니

센이 왜 여기서 행방불명이 됐는지 알겠더라.

정말 좁은길에 사람이 빼곡하거든.

마침 잠든 셋째를 애아빠한테 맡겨두고 애 둘과 함께 다니는데 손을 놓치면 그대로 미아가 될 것 같았어.

근데 천천히 발을떼는 그 많은 사람들의 얼굴에 짜증이 전혀 없어.

시속 1키로?

마음이 움직이는 속도가 그 정도 될까?

인디언들은 말을타고 한참을 달리다가도 어느정도 왔다 싶으면 제자리에서서 달려온 길을 되돌아 본대.

몸이 너무 빨리 달려 미처 쫒아오지 못한 영혼이 돌아오기를 기다려 주는 거라나.

이곳에선 영혼을 기다릴 필요가 없네.

마음과 몸이 함께 움직이는 좁다란 길의 행렬.

사람들은 어디론가 분주히 가고 싶은 여행자의 기분을 가라앉히고

만화속 같은 이 홍등거리를 천천히 담아가고 있었어.

그들은 아마

되돌아가서도 지우펀 홍등거리가 나오는 기분좋은 꿈을 여러번 꾸게 되겠지.

나도, 우리 아이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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