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사에서 드리는 기도
가까운 나라의 여행에세이는 쓰는 사람이 적어.
출판하기도 힘들고 내봤자 유럽, 미주, 아프리카 여행기만큼 팔리지가 않는대. 론니 플래닛 하나만 들고 가서 사전을 찾듯 알고 싶은 정보만 캡쳐하면 되는데.
누가 개인적인 감상이나 지나친 지식 같은것을 원하겠냐고.
근데 말야.
여행을 마칠때 쯤에 뭔가 아쉽고 재밌고 궁금해져서
다음에 좀 더 잘 알아보고 다시 와 봐야지. 한 적 없어?
하지만 아무리 싸고 가까워도 한번 밟은 도시를 또 가게 되진 않잖아.
결국엔 대부분이 첨이자 마지막인 그 도시를
모르는 채 와서,
시간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모르고 왔기 때문에 모르고 가버리게 될 꺼고,
여행후엔 좋았다. 재밌다. 힘들다. 등
한 단어의 느낌으로만 남는 여행지가 되.
주변 여러나라들이 가깝기때문에, 싸기때문에
몰라도 되는 나라가 된다는건 참 아쉬운 것 같아.
11시에 출발해서 두시간 반을 날아왔는데
도착하니 아직 12시 반.
하루가 25시간으로 느슨해졌네.
이런게 참 재밌지.
내가 의도한건 공간의 이동 뿐이었는데
덤으로 시간도 이동해 왔다니...
아, 그러고 보니 여긴
주걸륜이 사랑을 위해 몇 십년의 시간을 거스르는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촬영지고,
일본에서 태어난 센이 '행방불명'이 된 곳이기도 하네.
응, 지금 여기 타이완, 대만이야.
아이 셋과 함께하는 내게 유독 사람들은 친절했어. 입국할때부터 아이를 동반한 승객은 바로 수속할 수 있게 창구를 따로 마련해 놓았더라구.
세아이가 놀고 있으면 와서 귀엽다며 한참을 보다 가기도 하고. 아이들 사진을 찍고 있으면 곁에서 지켜보다가
가족사진을 찍어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어.
애엄마를 어찌나 배려하든지 대중교통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어.
그런데도 이상하게 타이베이에선 어린이들을 보는것이 쉽지않다했더니
이곳은 3년전에 출산율 1.0을 찍은, 초고령화 사회로 가는 속도가 우리나라보다 빠른 나라였네.
처음 간곳은 용산사야.
기와끝마다 달려있는 용들이 절을 번쩍들어 통째로 승천할 것 같아. 입구로 들어오는 순간 이곳이 지상인가 천상인가 헷갈리기도 하고.
크게 두채로 이루어진 절.
앞에는 불교의 부처님이 모셔져 있고 뒤에는 도교의 노자와 온갖 토속 신들이 함께 모셔져 있는게 신기했어.
우리의 종교는 유일신이 기본이 되고 다른 신을 믿는것은 종교적 배반이라 여겨지잖아?
근데 여기서보니
앞에서 음식을 바치고 절한 사람들이 뒤에서 또 다른 신들에게 기도를 하고 묵상을 하네.
여러가지 생각에 잠기게 하는곳이었어.
영화 파이이야기에서, 아버지는 '모든신을 믿는다는 건 아무것도 믿지 않는거'라고 단정했었지.
혜민스님은 '하느님 부처님 마호메트는 하늘에서
서로 차도 마시고 담소도 나눌텐데 그들을 믿는다는 어리석은 인간들은 서로 싸우고 헐뜯고 있다'고 했었고...
우리나라에서 불교와 기독교, 천주교를 합친 교회를 만든다면,
그 안의 교인들은 어떤 모습일까?
이곳의 사람들은 평소 자기가 즐겨 먹던것들을 소박하게 접시에 담아 공양해.
우리처럼 형편이상으로 해야한다는 부담이 없어보여.
대만에서 즐겨 마시는 차를 가져온 이도 있고 과자나 과일 두 세개를 올려 놓고 절을 올리더라.
이걸 보면서 그들의 신이
얼마나 그들과 가까이 있는 것인지를 알 수 있었어.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신도 좋아할꺼라는 믿음. 정성들인 음식에는 가격을 매길 수 없다는 신념.
나는 천주교 신자지만
하느님을 믿지 않는다고 이 사람들 모두가 지옥에 갈꺼라고 생각하지 않아.
나의 구원은 하느님이 하시고
이들의 구원은 부처님과 저 뒤에 있는 많은 신들이 하시겠지.
곁에서 보는 것 만으로 사연이 전해질 듯, 간절히 기도하는 사람들.
반드시, 신의 가호가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