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의 아침
바오닌이라는 베트남의 소설가가 있습니다
우리 아버지 세대이죠
학자였던 아버지와 예술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유복한 문학소년이었던 그는
고교졸업과 동시에 자원입대를 하고
5개월후에 하사로 초고속 진급을 했습니다
함께 월남전에 참전한 선임병들이 모두 전사했기 때문이죠
동료가 죽고 적들을 죽일때 마다 그는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괴물이 되어갔고
곁에 살아남은 동료가 딱 한명 이었을때
전쟁은 끝이 났어요
하지만 그의 전쟁은 그때부터 시작이었죠
꿈에서 날마다 목이 잘린 적들이 나타나고
죽은 동료들이 울며 사연을 이야기 했대요
다시 미칠 수 밖에 없던 시간동안
그는 이 소설을 썼습니다.
그런 자신이 사람다울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이 바로 자신의 고향, 하노이를 떠올릴 때 였다고 말합니다
저는 지금 그가 꿈에서 그린거리
하노이 36거리 한 가운데에 있습니다
아침 6시
막내가 집과는 다른 낌새를 느끼고 일어납니다
엄마 여긴 어디야
여긴 조식포함 3만원짜리 숙소예요
시설은 모텔수준인데 침구는 정결하고 하루 자는데에 불편함이 없는..
게다가 작은 창으로 복잡한 하노이 시장 뷰 까지 갖췄으니 별 다섯 개짜리 입니다
배가 고프네요
공짜이니 기대할 것 없이 모텔조식을 먹으러 식당으로 갑니다
그런데 세상에~
이건 애슐리급인데요
저희 빼곤 모두 현지인이예요
우리 5가족이 들어서자 그 사람들이 일제히
니들이 여긴 왠일이야?
하는 표정으로 바라봅니다
하지만 경계를 한다거나 배척하는 자세는 아니에요
다만 신기할 뿐. . .
그들과 저는 곁눈질로 서로를 살핍니다
주로 뭘 먹는지 얼마나 많이 먹는지요
그들은 참 조금먹습니다
대부분 한 접시로 끝내요
그래서 우린 그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쳐다 봅니다
여긴 뷔페라구요~다섯번은 오가야 하는 곳이죠
이들은 사용했던 접시를 또 씁니다
빈 접시가 차곡차곡 쌓이는 테이블은 우리 것 뿐 이었죠
더 놀라운 건 화장실에서 였습니다
큰 볼일을 보고도 깜짝 놀랄만큼 적은 휴지를 씁니다 우리처럼 두둑하게 말아쓰지 않네요
옆의 휴지통에 쌓여있는 휴지들이 고스란히 그것을 증명했죠
이상하죠
여긴 자기집이 아니잖아요
자기가 설겆이를 하는 것도 아니구 휴지정도는 무상으로 제공되는 공동화장실이구요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사용했던 접시를 또 쓰는
것에 대해 불결해 했나. .
화장지도 그러네요
분명 내몸에 품고 있던 것 들인데 밖으로 나오는 순간
손에 닿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겹겹이 휴지를 겹쳐써야 하나요
어차피 손은 씻으면 될텐데요
어쩌면. . .
그들과 우리는 다르다가 아니라
그들은 맞고
우리가 틀린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