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단축근무, 보건소 임산부 등록, 태아보험
속이 너무 쓰리고 방귀가 계속 나오고 어지럽다.
초기 임산부 단축근무를 위해 회사에 임신확인서를 제출했다. 어떻게 알려야 하나? 누구한테 먼저 말해야 하나? 요란스럽게 시끄러워지면 어떻게 하지? 많은 걱정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부드럽게 넘어갔다. 걱정했던 것만큼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전에 있던 사무실이었다면 좀 더 가족같이 축하해 줬을 텐데.. 다행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나한테는 너무나 새롭고 신기한 일이지만 여기 있는 어른들은 다들 겪은 일이라 그리 특별하지 않구나, 생각했다.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개념]
-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에 있는 여성근로자가 1일 2시간의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는 경우
- 다만, 1일 근로시간이 8시간 미만인 경우에는 1일 근로시간이 6시간이 되도록 근로시간 단축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 삭감 금지]
- 근로시간 단축을 이유로 해당 여성근로자의 임금 삭감 금지
[근로시간 단축 신청방법]
- 근로시간 단축 개시 예정일의 3일 전까지 임신기간, 근로시간 단축 개시 예정일 및 종료 예정일, 근무 개시 시각 및 종료 시각 등을 적은 문서(전자문서를 포함)에 의사의 진단서를 첨부하여 사용자에게 제출
[위반 시 제재]
-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하였음에도 이를 허용하지 않은 사업주에게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출처 : 찾기 쉬운 생활법령정보)
여름휴가 첫날. 원래는 강원도 피서를 계획했는데, 너무나 장거리 여행이라 취소하고 방콕 하기로 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일어나자마자 보건소에 가서 임산부 등록을 했다. 불과 한 달 전에 신혼부부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임신하면 또 새로운 검사를 받아야 한단다. 피를 뽑고 소변검사를 했다.
임산부 차량 등록증도 받았는데, 아직 배가 부르지 않아 그리 필요하진 않다. 그리고 등록증이 없는 채로 임산부 자리에 주차한다고 해서 벌금을 무는 것도 아니니.. 큰 의미는 없는 것 같다. 그것보다 임산부 배지도 받고 싶었는데(필요하진 않지만) 주지 않아서 아쉬웠다.
아파트에 우리가 너무나 귀여워하는, 친구의 아기에게 선물을 하고 싶어 아가방에서 옷을 하나 샀다. 아가방 사장님께서 우리는 아이가 없냐고 물으셨는데, 남편이 여기에 있어요! 하고 내 배를 가리킨다. 뭔가 쑥스러우면서도 기쁜 마음이 들었다. 정말 축하한다며 아기 손수건을 하나 선물로 주셨다. 첫 아기용품 선물을 낯선 가게 사장님한테 받다니, 신기하고 유쾌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며느리의 임신을 축하한다며 시아버지께서 용돈을 50만 원이나 주셨다. 지난번에 친정에서 20만 원 받아오고 시댁에서 50만 원 받고 벌써 우리 뚝딱이 덕에 70만 원이 뚝딱 생겼다. 뚝딱이를 위한 통장을 만들어 넣어두었다. 나중에 이 돈을 그대로 주려는 목적이라기보다, 임신 출산 과정에서 돈이 필요할 때 사용하려고 한다. 계획된 임신으로 모두가 기다리는 아이를 낳으려고 하니 가족들이 정말 행복해하고, 거리낌 없이 축하받을 수 있어서 기쁘다.
방귀가 너무너무 너무 많이 나온다. 호르몬 변화로 소화기능이 떨어지고, 자궁이 커짐으로써 내장이 압박받아 일어나는 증상이라고 한다. 그래도 그렇지 방귀대장 뿡뿡이가 따로 없다. 나는 방귀가 좀 나오면 화장실에 가는 편인데, 임신 증상으로 나타나는 방귀는 화장실에 가면 감감무소식이고 그냥 방귀만 계속 나온다.
오늘은 남편 보험을 정리하면서 태아보험에 대한 고민을 좀 했다. 30년 만기, 100세 만기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알아보니 당장 보험료 부담이 크거나, 화폐가치 하락을 걱정하는 경우엔 30세 만기를 추천하고, 혹시 아이가 태어나서 30세가 되기 전에 병에 걸려 30세 이후애 새로운 보험을 들기 어려울 것을 걱정하면 100세 만기를 추천하는 듯하다. 우리는 일단 어차피 실비보험은 꼭 가입할 것이니, 100세 만기에 중대한 질병들의 진단금을 높이고 자잘한 보험들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 손해보험사 쪽이 태아보험으로 유명한 듯 하지만 우리는 어머님이 미래에셋 보험을 하고 계셔서 그쪽으로 가입할 예정이다. 우리의 생각대로라면 생명보험사도 진단금이 빵빵하다는 면에서 괜찮을 것 같다.
입덧은 없는데 음식이 별로 안 당긴다. 다이어트 한약 먹었을 때처럼 식욕이 없는 느낌이다. 임신하면 과일이 그렇게 먹고 싶다더니, 정말로 상큼한 음식이 당긴다. 토하진 않아도 속이 약간 거북해서 그런 것 같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비빔냉면을 내 돈 주고 시켜먹었다. 원래는 물냉만 먹는데.. 임신하니 식성이 바뀌고 있다.
휴가 중에 아무 데도 안 가는 건 아쉬워 가까운 근교에 나가 게장을 먹었다. 게장은 임산부가 주의해야 하는 가열되지 않은 음식 중에 하나인데, 유명한 식당이기도 하고 다른 임산부들도 게장은 종종 먹는 것 같아서 괜찮겠지? 하는 불안한 맘으로 먹었다. 아주 맛있었는데 마치 육사시미를 먹었을 때처럼 약간 거북한 느낌이 들었다. 나의 걱정 때문에 그런 걸까?
남편 친구 부부랑 계곡에 갔다. 나는 물에 못 들었지만, 여름이니 물놀이 한번 가자고 의기투합되어 가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아서 가고 싶지 않았지만 나 때문에 약속이 파투 나는 게 싫어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일어났다. 그래도 일어나서 한두 시간 있으면 컨디션이 나아진다. 산장에 가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사람들이 노는 것을 지켜보았다. 발이라도 담그고 싶었는데 발을 담그면 따가운 햇빛을 쬐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땅 위에 있었다.
남편 노는 걸 구경하며 책을 읽고 있는데 어디선가 치아를 딱딱 부딪히며 덜덜 떠는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들어 보니 어린 여자아이가 추워서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있다. 보호자가 근처에 없는 것 같아 일단 밖에 나오라고 손을 잡고 이끌었다. 같이 햇볕으로 가 가져온 비치타월을 둘러주고 입술색이 돌아올 때까지 함께 있었다. 처음 보는 아줌마의 말을 듣고 몸을 녹이는 아이가 참 사랑스러워 보였다. 어릴 때 계곡에서 한참 놀다 보면 엄마가 따뜻한 보리차와 라면을 끓여놓고 부르곤 하셨는데, 몇 년 있으면 나도 뚝딱이에게 그렇게 해줄 수 있겠지? 또 우리 뚝딱이가 커서 나처럼 우리 엄마가 그랬는데~하고 엄마의 사랑을 떠올려 주겠지? 어느새 빨갛게 혈색이 돌아온 입술로 다시 신나게 물놀이를 하는 아이를 보면서 미래의 뚝딱이를 상상해 보았다. 벌써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