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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희 Aug 14. 2019

임신 4주 차 증상 일기

아기집과의 만남

4주 2일 차


한우를 먹으러 갔는데 사이드로 육사시미가 나왔다.

임신이 아직 낯설어서, 날음식을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몇 점 먹었다. 입에선 맛있지만 왠지 거북한 느낌이 든다. 어릴 적 포도를 먹으면 꼭 이랬는데... 소고기도 덜 익힌 건 먹고 싶지 않아 바싹 익혀먹었다.

입덧의 전조증상일까?



4주 3일 차

병원에 전화하니 생리 예정일이 지났고, 임테기 두줄을 봤으면 내하라고 한다. 원래는 5주 차에 가려고 했는데 맘이 설레어 반반차를 내고 병원에 갔다.


오랜 기다림 끝에 진료실에 들어갔는데, 너무 일찍 와서 초음파로 아기집이 안보일수도 있다고, 안 보이면 보험이 안되어 5만 원이 청구된다며 피검사를 제안한다. 

이럴까 봐 미리 전화하고 온 건데 화가 난다. 오늘 피검사만 하고 가면 병원엔 또 언제 방문하라는 거지? 직장 때문에 미리 전화로 문의 한 후 방문하는 건데도 병원에선 마치 아무 때나 올 수 있는 것처럼 말을 한다.


아기집 안 보이면 돈 내겠다는 맘으로 초음파를 했는데 다행히도 아기집이 보인다.



아직 보일 때가 아닌데 보인다며 의사 선생님이 나보고 마지막 생리를 부정출혈과 혼돈하는 게 아니냐고 물어본다.

아닌데요.. 그럴 리가요..


아기집은 5미리라 아직 몇 주 차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아기집이 보이니 현재 5주 차로 봐야 할 것 같다고 말씀하신다. 정확한 주수는 다음 방문 때 알려주신단다.

임신 시 주의사항이라던지, 앞으로 올 수 있는 증상이라던지, 아기집이 자리를 잘 잡았는지 등의 이야기는 안 해주고 자궁과 난소에 혹은 없고 오른쪽 난소에서 배란이 되었다고만 이야기해주셨다.


증상 일기 적어둔 것을 보면 오른쪽 배가 콕콕 찔러 배란통인가? 생각한 날이 있는데, 진짜 배란이었나 보다, 배란 예정일보다 흘 정도 빨랐기 때문에 아기집도 빨리 생긴 게 아닌가 싶다.



얼떨떨하게 진료를 마치고 2주 뒤에 이 병원에서 유명한 원장님으로 다음 예약을 잡았다. 오늘 진료는 여러모로 불만족스럽다..


초음파 사진을 가족들에게 보내줬더니 시어머니께서  눈물이 날 것 같다고 전화하셨다. 양가의 첫아이라 모든 게 신기하고 감동적이다.



나의 출산예정일은 4월 9일. 그런데 아기집이 일찍 보이니 아마 4월 3일경으로 예정일이 변경될 것 같다고 하셨다.  임신확인서를 받았는데도 얼떨떨하다. 심장소리를 들으면 실감이 날까?



영양제를 사가라고 해서 병원에서 판매하는 닥터 퍼스트 맘을 구입했다. 보건소에서 준 엽산 먹는다고 했더니 가장 저렴한 거라고 사 먹는 걸 권장한다 하기도 했고, 비타민A를 잘못 먹으면 기형 유발한 다는 소리도 들었고, 보건소 엽산과 기존 종합영양제를 함께 먹으면 과복용될까봐 겁나기도 해서 임산부용 영양제를 하나 구입하기로 했다.


임신 초기엔 엽산을 비롯한 종합영양제, 유산균, 오메가 3, 비타민D를 섭취한다. 비타민D는 피검사에서 수치가 21로 나와 약국에서 미리 2000IU로 구입했기 때문에 그대로 먹기로 했다.

오메가 3은 기존에 먹던 일반제제를 먹으면 출산 시 출혈이 멈추지 않아 중간에 복용을 끊어야 한다고 하고, 중금속 위험 때문에 식물성을 먹어야 한다고 해서 임산부용으로 구입했다.


내가 보기에 큰 차이 없이 더 저렴한 것도 있었는데, 남편이



제일 좋은 걸로 사! 앞으로 제일 비싼 거만 먹어!


라고 해서 퍼스트 맘으로 구입했다. 덜컥 구입하고 나니 눈탱이 맞은 거 아냐? 너무 비싼데? 싶었지만 집에 와서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앞으로도 좋은 것만 사줘 ~~ㅎㅎ



4주 4일 차


오늘은 스타벅스에서 디카페인 커피를 먹었다. 하루 한잔 정도는 먹어도 된다고 하지만 왠지 모르게 꺼려진다. 나는 임신해도 걱정 없이 잘 먹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염려될 줄이야..


동생이랑 모델하우스 한 시간 반 정도 구경했는데 너무 몸이 힘들어서 더 이상 앉아있기도 힘든 상태가 되었다. 이러다 아기가 잘못되는 거 아니야? 싶을 정도로 체력적 한계가 느껴진다. 낮잠을 한숨 자고 나니 조금 나아졌다.




4주 5일 차


아침부터 몸살처럼 등과 팔이 너무 아프다. 유두가 서고 약간의 가슴통증이 있고 가슴이 커졌다.


배가 계속 당기는 느낌이 나서 몸을 구부려도 불편하고, 아주 넉넉하고 편한 속옷인데도 팬티라인이 배에 닿는 부분이 불편하다. 두통도 있고 기립성 저혈압이 생겼다.


입덧은 없지만 음식을 별로 먹고 싶지 않다. 고기는 안 끌리고 복숭아가 먹고 싶다. 동네에 막창집이 생기길 고대했는데, 막상 공사하는 걸 보니 내장을 먹는다는 생각 들어 역다.

밤이 되니 심장이 두근거리고 잠이 안 온다.
아기의 혈액을 만들고 키워내느라 엄마의 심장박동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는 거라고 한다. 불쾌한 기분이 순식간에 안도로 바뀌고 괜히 뱃속의 뚝딱이가 사랑스럽다.


임신 전엔 임신, 출산으로 인한 여성의 신체변화가 끔찍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계획해서 원하는 아이를 임신하니 내 몸의 영양분 좀 가져가도 잘 컸으면 좋겠다. 기특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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