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테기 두줄 보고 부모님께 서프라이즈로 임신 사실 알리기
빠른 사람은 배란 8일 차에 두줄을 본다고 해서 떨리는 마음으로 임신 테스트를 했다.
내 눈엔 왠지 두줄이 보이는 것 같은데, 사진을 찍어도 안 보이고 긴가민가 싶어 남편에겐 알리지 않았다.
밤 10시부터 졸린 것 빼고는 하루 종일 컨디션이 괜찮고 아무 증상이 없어서 괜히 맘이 떨린다.
그동안의 증상은 그냥 몸이 아팠던 걸까? 임신이 아닌가?
임신일까? 어제보다 선이 더 진해졌을까? 너무 궁금해 알람이 울리기 도전에 잠에서 깨어나 테스트를 했다.
일명 '매직아이'로 봐야 할 만큼 흐리지만, 어제 테스트한 것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두줄이 보인다. 내일 야간근무를 마치고 온 남편에게 카메라를 설치하고 서프라이즈로 알리려고 계획했건만, 얼떨떨한 마음으로 화장실에서 나갔다.
오빠 나 테스트기 했어
화장실에서 띠리링 동영상 켜는 소리를 들은 남편은 눈치채고 임신이라 말하기 도전에 "예~~~!!!"하고 소리를 지른다. 임신을 계획하기도 전부터 어떻게 알릴까 많은 고민을 했건만 서프라이즈는 둘째 때로 넘겨야겠다. 이렇게 입이 간질간질한데 어떻게 비밀로 한담?
계획임신 시도 첫 달에 바로 성공하니 기분이 얼떨떨하다. 둘이 자축의 포옹을 하고 우리 아기 여기에 있나? 저기에 있나? 배 여기저기를 만져봤다. 정말 선 보이지? 우리 눈에만 보이는 거 아니지?
사람들이 인터넷에 '이거 두 줄 보이나요? 임신 맞나요?' 하고 왜 그렇게 많이들 올리나 이해할 수 없었는데, 나도 아무리 연해도 두줄이면 임신이란 이야기를 들었지만 선이 너무 연하니 인터넷에 올려서 물어봤다. 두줄이 보이나요? 임신인 것 같나요? 두줄이 보인다는 사람들의 축하에 기쁜 맘으로 출근을 했다.
낮에 출장 다녀오는데 차 안에서 어찌나 졸리던지. 집에 와서는 퇴근하자마자 7시부터 졸렸는데 저녁시간이 아까워 버티고 버티다가 9시 40분쯤 잠에 들었다. 왼쪽 아랫배가 계속 콕콕 찌르는 느낌이 들고 너무 피곤하다.
왼쪽 배가 아프다.
콕콕 찌르는 느낌이 아니고 둔탁한 통증과 뻣뻣한 느낌이 난다. 가끔 구르릉거리는 느낌도 난다.
아기 심장소리 들은 후에 주변에 알리자 약속했는데, 두 시간 반 거리의 친정집에 방문하는 김에 임신소식을 전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꼭 서프라이즈에 성공하자 다짐하며 올라가는 남편과 머리를 맞대었다. 건강검진에서 심각한 결과가 나왔다며 봉투 안에 임신테스트기를 넣어 주자고 했지만,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와서 결국 "줄 거 있어!" 하고 봉투를 전달했다.
다음 주에 부모님의 해외여행이 예정되어 있어서 엄마는 용돈 봉투인 줄 알고 열어보지도 않으셨고, 아빠는 열어보고 한참을 말이 없다. 알아챈 거야 모르는 거야? 어리둥절하고 있으니 드디어 입을 떼신다.
4월에 딸 낳아? 아들 낳아?
이제야 상황 파악을 한 엄마는 "뭐야!!!!!! 너 애가 졌냐????????" 하고 날것의 반응을 하신다. 동생에게 미리 부탁해 동영상까지 촬영했더니 돌려보는 재미가 있다. 즐겁다. 여행 가는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러 갔는데 도리어 임신했다고 두배의 용돈을 받아왔다.
집에 돌아오는 차 안의 시간이 고통스럽다. 시간과 공간의 방에 갇힌 것처럼 시간이 더디게 흐른다. 두 시간이 약간 넘는 거리라 평소엔 휴게소 한번 들리지 않을 때도 있는데, 허리도 엉덩이도 너무 아프고 몸이 힘들어서 두 번이나 쉬었다. 장거리 이동이 괴로워 다음 주에 친구들과 예정되어있는 여행은 취소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몸이 좀 피곤했지만 시댁에도 들려 임신소식을 알렸다. 자연스럽게 식후에 과일 먹을 때 말하려고 했는데, 남편이 다짜고짜 이리 와보시라고 부모님을 부른다. "강아지 재롱이라도 보여주게?" 하시는 어머님 말씀에 그렇다고 빨리 오시라고 부르는데, 나는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하나 흔들리는 동공으로 남편에게 당황스러운 눈빛만 보냈다. 뭐 어떻게 하라고...!!!!!
에라 모르겠다 하고 "강아지가 아니고 이거예요..!!"하고 봉투를 어머니께 드리니, 확인하자마자 깜짝 놀라 기쁨의 비명을 지르고 나를 안아주신다. 모두가 기다리던 축복받은 임신을하니 행복하다.
집에 왔는데 엉덩이가 아파 누워있기도 힘들다. 임테기 선이 점점 진해지고 있음에도 아랫배가 너무 당겨 예정일인 내일 생리가 터질까 봐 너무 무섭다. 옆으로 누우면 골반이 아프다. 잠자기가 힘들다.
주말을 지나 생리 예정일이 되니 임테기 진단선이 눈에 띄게 진해졌다. 이제 사람들에게 네 눈에도 보이니? 하고 물어볼 필요가 없다. 임신이 문제없이 지속되고 있나 확인할 길이 없으니 점점 진해지는 선하나에 의지해 우리 아기가 잘 자라고 있구나 생각한다.
체력적으로 피곤함이 지속되고 회사에서 오후 3시가 되면 몸이 너무 지친다. 앉아있기 힘드니 곤욕이고, 하필 화장실도 2층에 있어서 힘들다. 얼른 병원에서 임신 확인을 받아 단축근무 신청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