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온도

엄마를 놓아줄께

by 임제이


엄지에 힘을 주어 찌푸린 이마를 쓸어 내린다. 찰흙 인형이 부드럽게 뭉개지듯 깊게 패인 미간이 서서히 펴진다. 구부정한 등을 곧게 세우고, 축 늘어진 팔과 다리를 단단하게 다듬는다. 하지만 몸에 새겨진 고된 삶의 흔적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주름진 얼굴 위로 엄마의 피곤한 눈이 떠오른다. 듬성듬성 자란 흰머리는 잿가루를 흩뿌린 듯 지저분하게 자리하고 있다. 허공에 손을 내밀어 엄마의 잔상을 매만지다, 한숨을 쉰다.


엄마는 늘 불안했다. 사랑과 상처가 얽힌 긴 세월, 엄마는 그 안에 갇혀 있었다. 밤에도, 낮에도, 아빠는 엄마의 감정을 휘저었다. 불안이 깊어지면 우울 속에 잠겼다.


엄마는 철저히 현실적이었고, 나는 반대였다. 조용했지만 머릿속은 늘 부산했다. 남의 말을 듣는 듯하면서도 공상에 빠지면 중요한 일들도 놓쳤다. 모두에게 사랑받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그 생존 방식이 뼛속까지 스며들어 이제 손쓸 수도 없다.


나는 있는 그대로 사랑받을 수 있을까.

딸이 가끔 사랑을 되돌려 줄 때면 가슴이 벅차다. 작은 손으로 나를 토닥이며 “사랑해”라고 말한다. 그 순간만큼은 과거의 내가 위로받는 기분이 든다.나는 늘 바랐다. 나를 온전히 이해하고, 내가 필요할 때마다 정확한 온도의 위로를 건네는 사람을. 하지만 엄마의 사랑은 헌신이었고, 희생이었고, 끝없는 염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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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깨닫는다. 가로 30cm쯤 되는 오로라 빛을 띤 둥그스름한 형태, 딱 나에게 맞는 온도의 사랑.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을 줄 사람도, 만들 사람도 없다.


나는 이제 따뜻하고 아름다운 블랙홀로 몸을 던지고 싶다.

부족함이 없는 곳. 더 이상 원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곳.

어쩌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를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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