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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나와 연결하다

<퓨쳐셀프>책리뷰

by 책읽는제이


하루 종일 쉴 틈 없이 바쁜 날이었다. 온종일 쌓여있는 피로 때문에 몸이 녹아내릴 것 같았다. 저녁 먹은 설거지를 빨리 해치우고 이불 속에 몸을 파묻고 싶다.


아이들은 엄마의 관심을 끌고 싶어서 야단법석이다. 저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재잘대고 있지만 반쯤 눈을 감고 있는 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아득하게만 들린다.


지금보다 나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처럼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는 못한다. 아이들에게 소홀해지는 걸 느낄 때면 '엄마로서의 나'와 '내 꿈을 좇는 나'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곤 한다.


내가 생각하는 미래는 무엇일까? 20년 뒤의 내 모습을 상상해 봤다. 아이들은 모두 자라서 성인이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더는 나와 함께 살고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외출했다가 돌아왔을 때에는 어질러진 거실 대신에 청소를 마친 모습 그대로 가지런한 모습이다.


저녁을 먹을 때에는 남편과 나의 것, 두 그릇이면 된다. 어른들이 먹을 매운 반찬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맵지 않은 반찬까지 두 종류를 만들 필요도 없다. 남편이 바쁜 날에는 나 혼자 저녁을 먹는 날도 있을 것이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조용한 집에서 편하게 책을 읽고 있을까? 아니면 적막함이 싫어서 타닥 타닥 키보드를 치고 있을까. 아이들은 무얼 하고 있을지 궁금하지만 선뜻 전화하지 못하고 그대로 잠을 청한다.


두 번째 삶을 사는 것처럼 살아라. 그리고 첫 번째 삶에서 했던 잘못된 행동을 지금 하려고 하는 게 아닌지 생각하라. - 빅터 플랭클-

-퓨처 셀프 中-


빅터 플랭클의 말을 나에게도 적용해 봤다. 20년 후의 내가 40대 중반의 나로 다시 돌아와 오늘을 살아볼 기회를 다시 얻었다고 상상한 것이다. 나는 미래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로 돌아왔다.


학교에 다녀온 아이가 "엄마!" 하고 달려와서 나에게 안긴다. 오늘 점심 급식이 맛이 없었다면서 배가 고프다고 하는 아이에게 '반찬 투정하지 말고 골고루 잘 먹어야지!'라는 잔소리 대신에 서둘러 토스트를 구워 우유와 함께 내왔다. 학교에서 종이접기를 얼마나 근사하게 해냈는지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딸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미래의 딸들은 각자 삶이 바빠서 자주 만날 수 없었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지금 이 순간은 나와 함께하고 있다. 옷을 여기저기 벗어두고 두 아이가 서로 말싸움을 하느라 소란스럽다. 밤에는 잠들기 싫어서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시간을 끌었다.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나를 화나게 했던 모든 행동들. 모든 게 그대로여서 너무 행복했다.


만약 아이들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 5분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미래의 나는 무슨 말을 할까? 아이들에게 설교를 늘어놓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히 미래의 나는 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말을 귀담아듣고 아이들에 대해 더 잘 알려고 노력하며 무조건 지지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는 귀를 열고 입을 닫았다.

-퓨처 셀프 中-


미래의 나를 현재로 불러와 살게 되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 오늘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평소에는 하찮게 여겨졌던 것들이 알고 보면 대단한 일이었고 반대로 나를 힘들게 괴롭혔던 일들도 아주 사소한 일에 불과했다.


내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면 결과에서부터 시작을 하면 된다. 미래에도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으면 지금부터 자주 대화하면서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된다.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원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거꾸로 가보자. 목표를 향해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목표라는 지점에 와 있다고 생각하고 그 자리에 가기 위해서 어떤 행동을 했을지를 거슬러 가보는 것이다.


퓨처 셀프 책에서는 현재 당신의 모습이 바로 미래의 증거라고 이야기했다. 내가 바라는 모습이 어떤 것이든 현재의 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기대하는 것만 볼 수 있고 내가 관심을 두는 것만이 내 경험이 된다.


미래의 나와 함께 한다면 현재를 더욱 소중하게 여길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이 나에게는 금광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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