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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상처받지 마라 <괜찮은척 말고 애쓰지도 말고>

이대로 멈춰 서기엔 인생이 너무 짧다

by 책읽는제이

홍창진 신부님의 에세이. 내 종교와는 무관하지만 순전히 제목에 이끌려 집어 들었던 책이다. 괜찮은 척하는 것에 이골이 나있을 때쯤 누군가 내 어깨를 툭 건드리며 던지는 말 같았다. '괜찮은 척하지 마.'


함부로 상처받지 마라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일이 있다. 첫째는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일, 두 번째는 내 마음대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 많은 사람들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세상과 싸우느라 애를 쓴다. 남 탓을 하며 삶의 주도권을 밖으로 돌린다.


억지로 되지 않는 일을 붙잡고 누군가를 원망하는 일은 불행을 자초하는 일이다. 그래봤자 세상은 내 맘대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이다.

홍창진 신부님은 시선을 나에게로 돌리라고 이야기한다. 내 마음이 하는 말을 좇으며 나답게 살기. 그것이 어떤 상황에서도 만족하며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나에게로 시선을 돌린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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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핸드폰 번호를 바꾸면서 인간관계를 정리했던 적이 있다.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던 사람, 잘나가는 친구들을 헐뜯고 시기 질투하던 사람, 생각 없이 말을 던져서 두고두고 곱씹게 만들었던 사람.. 등이 그 대상이었다.


당시에는 갑작스러운 나의 손절에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까 신경이 쓰였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내 감정을 우선으로 생각했던 그때의 행동에 후회는 없다. 정말 소중한 사람들은 여전히 내 곁에 있다.

상처를 많이 받는 사람들의 특징은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점이다.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고 사랑받길 원한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은 좋지만 상처만 남는 관계에서는 과감하게 포기도 할 줄 알아야 한다.

누구도 이유 없이 나에게 상처를 줄 자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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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내가 주로 걱정했던 일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상상 속의 사건이었다. 예를 들면 누군가와 찝찝한 만남을 하고 난 뒤 그 사람이 나에 대해서 나쁘게 생각하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 이사를 가야 하는 데 집이 나가지 않아 이사도 못 가고 밖에 나앉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 한동안 우울에 빠져 지냈을 때에는 인생이 이대로 끝날 것 같은 답답함에 사로잡혔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도 실제로 일어난 일은 없었다. 생각보다 사람은 남 일에 관심이 없었고, 무사히 이사도 할 수 있었다. 우울도 바닥을 찍고 나니 다시 위로 떠오를 수 있었다.

누구나 고민거리 한두 개쯤은 안고 살아간다. 내 안에 미숙함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쁜 상상이 들 때면 '그럴 수 있지'라고, 과감히 시간의 몫으로 던져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의연하고 대담하게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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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에게 인정을 받는 경험은 조금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발판이 되기도 한다. 사람은 사회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사랑받고 인정받기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감정이 지나칠 때 생긴다.

타인의 인정에 초점이 맞춰지면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 한다. 그런 모습에 긍정적인 피드백이 오면 점점 상대가 원하는 대로 맞추게 된다. 어느 순간 진짜 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어려워진다.

세상 누구도 완벽한 사람은 없다. 조금 모자라고 어설퍼도 내가 그렇다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면 오히려 세상 살아가는 게 더 편해진다.

나의 단점이 드러나도, 실수를 좀 해도, 큰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사랑이 아닌, 내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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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유튜브에서 보았던 어느 영상이 떠올랐다. 동생이 갑작스럽게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가슴 아픈 사연이었다. 자기는 나중에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고 했다. 매 순간, 지금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고 있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나중에 행복해지기 위해서 현재를 열심히 산다. 하지만 그 나중에라는 것이 나에게 올 것이라고 어찌 확신할 수 있을까? 머릿속으로는 100세 인생을 살아갈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쓸데없는 짓에 불과할지 모른다.

나는 가족이 먼저 떠올랐다. 사랑하는 부모님, 남편, 그리고 우리 두 딸들. 내 가족들에게 사랑을 마음껏 주지 못한 일이 가장 후회될 것 같았다. 나중에 잘 해야지 생각하지 말고 오늘 바로 내 마음을 표현하자. 가족보다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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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부탁을 잘 못하는 성격이다. 하지만 남의 부탁도 잘 거절하지 못했다. '싫어!'라고 말하고 싶지만 나의 이미지를 생각하거나 상대방이 받을 상처가 걱정돼서 어쩔 수 없이 수락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알게 됐다. 한 번 두 번 배려했던 것들이 쌓이다 보면 어느새 나는 거절을 하지 못하는 '예스맨'이 되어버린 다는 것을.


관계의 중심에 나를 두어야 한다. 이것은 이기적인 것과는 분명 다르다. 남이 나를 존중해 주길 바란다면 우선 내가 나를 존중해야 한다. 싫은 것은 싫다고 말해도 괜찮다. 불필요한 일과 소중하지 않은 사람들이 내 삶을 차지하게 두지 말자. 솔직한 마음을 담아 거절의 뜻을 전한다면 상대도 오히려 나를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게 나다, 그래서 어쩌라고?


이 문장에 꽂혔다. 그래. 이게 나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부족한 자신을 감추기 위해서 포장하지 말고 억지로 괜찮은 척하지도 말자.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인정한다는 것은 생각해 보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 그렇지 않나?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닐 테니. 내가 모르는 저마다 속 사정들이 있을 테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조금은 뻔뻔해지자. 조금 못나도 괜찮다. 우리는 이미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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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 홍창진


수원 기산성당 주임 신부로 사제서품을 받은 지 33년이 되었다. 스스로를 ‘속세를 벗 삼은 괴짜 신부’라 말하며 방송과 강연을 비롯한 여러 대외 활동으로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주고 치유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저서 : <괜찮은 척 말고, 애쓰지도 말고>,<홍창진 신부의 유쾌한 인생 탐구>,<신들의 수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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