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여행 에세이 추천
가장 위대한 여행자는
세계를 열 바퀴 돈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한 번 돌아본 사람이다.
-간디-
WWOOF는 World Wide Opportunintes on Orgarnic Farms의 약칭으로 유기 영농을 영위하는 전 세계 농부들의 네트워크이자 호스트와 여행자들이 일상의 삶을 나누고 문화를 교류하는 플랫폼이다. 땅과 집을 가진 호스트들은 농가를 방문하여 일정 시간 노동력을 제공하는 여행자(Woofer:우퍼)들에게 숙식을 제공한다. 전 세계 130여 개의 나라에서 1만 5천 곳 이상의 호스트가 매년 수만 명의 여행자를 맞이하고 있다.
거기에는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은 삶의 지혜가 있고 경쟁과 생존을 위해 지친 심신들이 생기를 회복하는 치유의 시간이 마련돼 있다. 낯선 사람들과 교감하며 삶과 지식을 나누는 교류의 현장에는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은퇴자들도 모여든다.
WWOOF는 그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는 여행이다. 좀 더 가까이서 관찰하고 교감하는 것이다. 인간은 타인을 통해서만 자신을 조금씩 발견해 가는 존재라고 했다. 우리는 익숙한 환경과 타성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낯선 환경에 자신을 데려가 봄으로써 자신에 대해 더 명확히 알게 되고 한편으로는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여백을 마련할 수 있다.
우리는 그들의 삶에 우리의 모습을 비춰봄으로써 위로를 받기도 하고 영감을 얻기도 하며, 시각을 교정해 갈 수 있다. 타인의 삶을 엿본다는 것, 그것은 곧 자신을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우리가 부족한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이유는 타인들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를 중요하게 여기며 자신을 조금이라도 더 낫게 보이려는 우리의 타고난 본성, 즉 '허영'이라는 망령 때문이다. 외국어를 못하더라도 기죽지 않고 자신감을 잃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나의 있는 그대로를 내보일 수 있는 용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해외 WWOOF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유창한 외국어 실력이 아니라 연대의식과 신용, 진실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시 말하면 세계시민으로서 그들과 함께 하는 데에 필요한 마음가짐이다. 이에 대한 그들의 준거는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 이상의 것이다.
하루는 에르베가 내게 장작을 패는 일을 요청했다. 매일 잡초를 제거하는 일에 싫증이 나기 시작했던 터라 장착 패기는 반가운 메뉴였다. 하지만 막상 한 시간 정도 장작을 쪼개고 나니 팔이 아파지기 시작했다.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호기 있게 시작했건만 익숙지 않은 망치질은 내게 힘든 일이었다. 얼굴에서 땀이 뚝뚝 떨어졌다.
기다리던 토요일이 왔다. 노동 없이 쉬는 날이다. 전날 저녁에 에르베가 준 리용 관광 안내자료를 들고 리용 관광을 나섰다. 버스 정거장까지는 마티유가 차로 데려다주었다. 슈비네에서 리용까지는 자동차로 20여 분을 가는 거리다. 사실 나는 도시를 구경하는데 별 흥미가 없었다. 그저 혼자서 한가롭게 거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고 유유히 흐르는 론강을 따라 리용의 구시가지를 산책하고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에르베와 마티유가 보여준 그들의 생활양식, 타인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조금씩 엿보았던 삶에 대한 철학의 일면들은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유난히 말수가 적었던 그였지만 대화 말미에 "우리는 호스트와 우퍼로 만났지만 이제 친구가 되었다."라고 결심하듯 말했다. 그것은 선언처럼 들렸다. 실제로 그 이후 지금까지 우리는 친구처럼 대화하며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고 있다.
앙드레의 어머니는 떠나기 전날 저녁 무렵에도 나를 찾아왔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깔끔한 옷매무새였다. 주름진 얼굴에 거동이 느렸지만 기품을 잃지 않은 인자한 모습이었다. "아들한테 들었는데 당신이 내일 떠난다고? 작별 인사라도 하고 싶어서 왔어. 그동안 내 얘기 많이 들어줘서 고마워"
"좋은 여행하길 바라요. 산다는 건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이에요.."
행복하게 사는 데에는
그렇게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아.
하지만
행복하게 사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는
많은 것이 필요하지
해외여행이 보편화되고 SNS를 통해서 여행이 실시간으로 중계되기도 하는 요즘 같은 세상에 자칫 진부한 이야기로 분류되기 쉬울 '여행 이야기'를 용기 내어 책으로 써내게 된 이유는 사실 단순합니다. 이 여행 방법이 좀 특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풍성한 결과를 가져다주었기 때문입니다.
같은 행성에서 살아가는 타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또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싶은 여행자들에게 참고가 되는 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통해 새로운 기대를 품을 수 있기를 바라고 용기를 내서 떠나는 사람이 늘어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