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꺼진 집에 고단한 몸을 이끌고 쓸쓸한 발걸음을 옮기던 나에게 환한 불빛으로 맞이하는 내. 편. 이 생겼다.
결혼 선배들의 말에 따르면 딱 3년까지만 내. 편.이고 그 후엔 남. 편.으로 변신한다던데, 아직은 내. 편. 인걸로.
커플끼리 닭살 돋는 이쁘고 아기자기한 애칭들도 많던데 그 수많은 애칭 중 난.... '똥이'다. 연애 시절 남자 친구가 실수를 할 때 놀린답시고 "자기는 바부야? 똥꾸야?" 하던 것이 남편의 애칭 '똥꾸'가 되었고, "내가 똥꾸면 넌 뭐냐?"라고 되묻던 남자 친구의 질문에 나도 모르게 "넌 똥꾸고, 난 똥이야!"라고 장난스레 대답했던 '똥이'가 어느새 내 이름이 되어 버렸다.이래서 사람은 말 한마디도 헛으로 해서는 안된다고 했던가.
출장이 잦은 나를 늘 공항까지 데려다주고, 혹시 출장 중에 아프진 않을까 비상약을 챙겨주는 다정한 남자.
며칠 후면 볼 텐데 영원히 이별하는 것 마냥 슬퍼하던 그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돌아오는 날엔 많이 피곤할 테니 꼭 데리러 가야 한다며 주말이 아닌 평일에 돌아올 때면 연차까지 써가며 날 마중 나오던 그런 남자를 이젠 '나의 기사님'으로 평생 계약을 하기로 다짐했다.
우리의 결혼 서약
나의 모습을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해라
대중교통에서는 절대 잠들지 못하는 예민한 내가 남자 친구의 차만 타면 새근새근 잠이 든 이유를 그때 이미 난 알고 있었던 걸까. 여기가 내가 쉴 수 있는 휴식처라는 것을. 장시간 비행으로 망가진 모습도, 지쳐 잠이든 못난 모습까지도 사랑스럽게 바라봐주는 너였기에 가능했던 것이 아닐까.
내 직장은 경기도, 남편은 서울로 한 시간 반씩 하루 3시간을 힘들게 출퇴근하면서도 선 듯 "나 하나만 고생하면 되니까, 신혼집은 우리 똥이 회사 가까운 데로 하자!"라고 얘기 해준 배려 깊은 사람이다.야근이 잦은 나 때문에 늘 먼저 퇴근해 집안을 정리하고 손수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 내가 언제 집으로 돌아올지 늘 궁금해하는.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이고 눈물겹게 감사한 일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