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시작합니다

- 10년 만에 다시, 독일과 스페인

by jose


독일 북부, 브레멘bremen이라는 도시에서 약 10개월 간 교환학생 생활을 했었다. 당시의 나로서는 엄청난 결정이었다. 아직 어렸기에, 수능 이후 거르지 않고 알바를 했던 나는, 한 번쯤은 다른 거 다 빼고 하고픈 걸 해보자, 라며 독일행을 결정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상하게도, 당시 부모님은 나의 설득을 비교적 금세 납득하셨다. 한 달에 ‘이 정도 돈’이면 될 거라며(결국 예상보다 대략 두 배 가량의 돈이 매달 필요했다ㅠ) 부모님을 설득했다. 독일이 아니라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곳이었다면 엄두도 못 냈을 테다.


독문학과에서 교환학생 다녀와봤자 취업에 도움이 되나 뭐에 도움이 되나, 지금이라면 혀를 끌끌 차고 말 이야기지만, 당시 부모님은 왜인지 나를 믿어주시고 나를 보내주셨다. 독일에.


딸만 “넷”인 우리집에서 말이다.


그게... 2007년이다. 자그마치 10년도 더 된 이야기.


그런 내가, 다시 독일에 왔다. 남편과 함께.




출발. 두근두근. 다가오는 공항버스를 보니 정말로 마음이 쿵쾅쿵쾅 떨려왔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두근거림이다. 정말 이 날이 오다니. 십 년 만에 다시, 그곳에 간다.

안개 낀 공항은 한산. 기묘한 분위기를 띤다. 달리 할 것이 없어 걷다 보니 훌쩍 지나가는 시간. 시작도 하기 전에 먼저 마지막을 아쉬워하기 시작한다. 이러면 안 되지. 너무 많이 기대하고 있다는 증거. 그 떨림은 좋지만, 그 때문에 망치게 되면 안 되니까.

내가 탄 KLM 항공은 인천공항 제2터미널 출발이다. 버스로 제1터미널에서 15분 가량 더 달려 도착.


시간과 순간에 몸을 맡기고 온몸의 감각을 열어 보고 듣고 말하고 냄새 맡고 촉감을 느끼며, 흘러가 보자.

모든 것에 준비와 본경기가 있듯이, 여행도 마찬가지. 변수는 있지만, 어떤 여행이 될지는 준비의 과정에 힌트가 들어있다. 상상했던 모습 그대로일 수는 없겠지만, 그 언저리의 모습으로 다가올 시간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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