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은 한겨울, 그나마 스페인은 봄
3월에 유럽 날씨가 변덕스럽다는 걸, 생각 못했다. 한국에서 방문하게 될 도시의 날씨를 확인했을 때만 해도, 흐리거나 비 예보가 있기는 했지만 온도는 대략 10도 안팎이었다. 그래, 한국보다는 따듯할거야. 옷도 그에 맞춰 챙겼다. 그.런.데!
"여기 우울해."
유럽이 처음인 남편의 첫마디다. 베를린Berlin 도착 첫날부터 비가 온다. 바람도 불고 조금 쌀쌀하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날씨가 괜찮았다고 하는데, 하필 왜 오늘부터...... 그래도 첫날인지라, 의지를 불태워 이곳저곳을 우산을 쓰고 돌아다닌다. 오랜 비행으로 피곤할 대로 피곤했지만 그래도 신나는 첫째날이니까. 그.런.데!
비가 온 뒤부터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바람이 쌩쌩 불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영하 1도까지 찍고, 베를린-브레멘Bremen을 거쳐 남부인 슈투트가르트Stuttgart에 가서는 드디어 눈까지 온다. 밤 사이 소복이 쌓였다.
점입가경. 3월 맞아? @_@
물론, 추운 대신 '눈' 호강은 할 수 있었다. 겨울왕국이 따로 없었으니까. 고요한 마을의 눈 덮인 일요일은 그야말로 천상의 장소 같았다. 예전에 스위스 알프스 산맥 어디께에 펼쳐져 있던 설원을 보았을 때, 이게 꿈이냐 생시냐 했던 그 기분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아니, 여긴 산맥도 뭣도 아니고 그저 조용하고 평화롭고 깨끗한(*프라이부르크와 환경에 관한 이야기는 추후 다시 포스팅할 예정이다) 마을일 뿐인데 이런 풍경을 선사하다니 비현실적이었다. 얼핏 보면 봄의 벚꽃처럼 보이는 3월의 '눈꽃'나무를 넋을 놓고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우리가 머무는 동안 독일은 따듯해질 가망이 없다. 시간이 흘러가는 것은 아쉬웠지만, 스페인으로 넘어가면서 큰 기대를 품을 수 있었던 건 뭐니뭐니해도 바르셀로나Barcelona의 따듯한 햇살 때문이었다.
드.디.어!
생각만큼 아주 많이 따듯하진 않았지만(ㅠ) 그래도 독일에 비하면 여긴 동남아다(물론 동남아보다 온도도 훨씬 낮고, 또 몹시 건조해서 동남아처럼 습하게 더운 건 물론 아니지만... 말이 그렇다는 거다). 독일에서 껴 입고 다녔던 칙칙한 옷을 벗고 드디어 좀 밝은 색의 옷으로 갈아입을 수 있었다. 야외에서 밥을 먹을 수도 있고, 햇살 가득한 해변도 걷는다. 날씨에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달라진다.
하지만, 스페인도 우리에게 마냥 햇살을 선물하진 않았다. 마드리드Madrid로 넘어와서 둘째 날부터는 조금씩 흐려졌고 비도 조금씩 뿌리더니, 셋째 날 마드리드 근교인 세고비아Segovia에서는 거의 폭풍 같은 바람이 불었다. 예쁜 집과 벽의 문양, 알카사르, 수도교 등 입을 떡 벌어지게 할 광경을 바람과 추위 없이 좀 더 여유롭게 볼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금세 지난 시간과 날씨를 아쉬워하며 마드리드로 돌아왔다.
작년-올해 겨울은 스페인도 유난히 추웠다고 하던데, 그 여파가 아직 남아있는 것 같았다. 3월 유럽 날씨가 변덕스럽다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마드리드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유럽은 서머타임Summer Time이 시작되었다. 해가 점점 길어져 한여름에는 9시-10시가 되어야 해가 지는 터라, 시간을 한 시간 당기는 것이다. 3월 마지막 주 일요일 새벽 2시가 그 기점이다. 그러니까 새벽 2시 땡, 하는 시간에 2시가 아닌 3시가 되어 한 시간이 공중으로 사라져 버린다. 해가 일찍 뜨기 때문에 시간을 한 시간 미래로 돌려두고 활동 시간을 앞당기는 것이다(예컨대, 출근 시간이 9시라고 할 때, 서머타임이 시작되면 원래 8시가 9시가 되어서 이전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퇴근하게 되는 것이다).
'서머타임'이라는 이름대로, 여름 시간대의 시작인만큼 우리가 떠난 뒤 마드리드는 날씨가 쨍, 하고 개었다고 한다. 우리가 추위를 몰고 다닌 건가.
유럽을 여행하려거든 되도록 3월은 피하는 게 좋겠다. 물론 운이 좋아 좋은 날씨만 골라다닐 수도 있고, 유럽도 유럽 나름인지라 날씨가 좋은 나라도 있겠지만, 최소한 전반적으로 날씨에 변덕이 심하다는 것에는 대비하는 것이 좋겠다는 교훈! 또 3월 말부터는 대략 2주간 부활절Easter 방학이 있어서 유럽 어디든 붐비기 시작한다는 것도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