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텔, 아파트먼트, 민박까지
* 오늘 주제는 숙소입니다. 네, 이 여행기는 시간 흐름이 아니라 주제별 이야기입니다. 우선 밝혀두고.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품을 많이 들인 것 중 하나가 바로 숙소였다. 대략 보름간의 여행이라 비용을 생각하면 마냥 좋은 호텔에 머물 수만은 없었고, 남편과의 여행에서 한 방에 여럿 들어가는 이층 침대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양한 형태의 숙소를 만나보고 싶었기에, 아고다부터 스카이스캐너, 에어비앤비까지 여러 사이트를 기웃거리며 숙소를 알아봤다.
한국에서 숙소 예약은 마치고 기대반 걱정반으로, 베를린, 브레멘, 슈투트가르트, 바르셀로나, 마드리드까지, 총 다섯 군데 숙소를 이동한다. 이 또한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일 터다.
숙소는 호텔, 아파트먼트, 민박(에어비앤비)을 고루 전전(?)했다. 베를린과 바르셀로나에서 묵은 아파트먼트형 숙소는 우리식으로 하면 대략 펜션 같은 곳이다. 숙소에 싱크대부터 조리도구, 식기도구, 식기세척기까지 모두 갖추어져 있어 '집' 같은 느낌이 드는 숙소다. 호텔보다 대체적으로 넓고, 블루투스 스피커, 에스프레소 머신이나 커피 드립기, 어떤 곳은 세탁기도 구비되어 있다. 가격은 3-4성급 호텔 정도인데, 방 크기는 더 크고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다는 장점(어떤 사람에게는 장점이 아닐 수도 있고)이 있는 반면, 직원이 일반 회사처럼 저녁 6시경 퇴근한다거나(이 경우 자동으로 체크인할 수 있는 기계가 있는 등 별도의 체크인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어떤 곳은 묵는 기간 동안 따로 청소를 해 주지 않거나 타월을 방 안에 있는 세탁기로 직접 빨아 써야 하는 경우도 있다.
베를린에서 묵었던 Apartments Rosenthal Residence는 매일 청소와 타월/침대 시트 교체까지 호텔처럼 해주고 어메니티도 모두 구비되어 있었다. 별 다른 불편함 없이, 베를린에 살고 있는 친구와 숙소에서 무려, 떡볶이를 해 먹는 호사도 누릴 수 있었고, 더블 침대에 소파 배드가 추가로 있어서 친구도 하룻밤 숙소에서 묵을 수 있었다.
반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묵었던, 에스파냐 광장 근처의 Eric Vökel Boutique Apartments는 청소도 안 해주고 타월도 갈아주지 않았지만... 다행이었던 것은, 분명 방이 두 개인 숙소를 예약했다고 생각했는데, 가보니 방이 세 개에 화장실이 두 개인 가족 숙소였던 것. 타월이 3일을 쓰기에도 충분해서 따로 빨래는 하지 않아도 되었다(아마 비용을 지불하면 타월을 더 주는 것 같다). 예약할 때 가격이 비싸지 않아서 이렇게 큰 방인지 몰랐던 거. 분명 two bedroom apartments라고 쓰여 있었는데... 직원이 뭔가 실수했는지도 모르겠다. 흣. 어쨌든, 넓디넓은 숙소에서 일주일치 속옷과 양말도 빨고, 하루 저녁은 와인과 함께 파스타와 샐러드도 해 먹으면서, 공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참! 바르셀로나는 숙소에서 '여행자 세금', 즉 '도시세' 같은 것을 받는다. 여행자에게 1인당 1박에 대략 2유로 정도의 세금을 받는 것. 유럽의 몇몇 도시에서 받는다고 하는데, 같은 국가인 마드리드는 안 받는데 왜... 모르고 있다가 체크인할 때 지불하고 나니 왠지 아까운 생각...
호텔은 마드리드와 브레멘에서 묵었다. 브레멘은 하루만 묵는 관계로 유명 체인 호텔인 ibis를 골랐는데, 위치도 약간 애매하고 무엇보다 너무너무 좁았다. 캐리어 두 개를 펼쳐 놓으니 지나다닐 공간이 없을 정도. '조식 포함' 메리트가 있었고, 하룻밤뿐이라 약간 대충(?) 고른 곳이었는데, 아쉽긴 했지만 좁은 거 빼곤 하루 정도 지내기엔 크게 무리는 없었다. 다만, 개인적으로 애틋한 도시 브레멘이라 조금 더 아쉽긴 했다.
마드리드에서 묵은 Dear Hotel은 최근에 생긴 매우 깔끔한 숙소(여기도 마드리드의 '에스파냐 광장' 근처다!). 방은 조금 좁지만 대신 화장실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샤워부스가 넓고 검정색 벽면의 매우 현대적인 인테리어. 어메니티의 향도 무척 좋아서, 몇 개 집에 가지고 왔다 :) 마드리드에 살고 있는, 또 다른 친구의 말에 따르면, 시내에 있는 숙소 중에서 깔끔하고 좋은 호텔이라고.
마지막으로 슈투트가르트에서 묵었던 숙소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개인 민박이었다. 여긴 펜션도, 호텔도 아닌 정말 '집'을 쉐어하는 것이라, 훨씬 더 아늑하고 주인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아이템이 많았다. 웰컴 초콜릿부터, 벽에 걸린 그림, 혹시 비가 올 때 쓰라고 놓아둔 우산 등. 여기선 음식은 해 먹지 않았지만 조리도구가 모두 준비되어 있고, 네스프레소 머신, 세탁기 등 보통의 집에 있을 법한 거의 모든 것을 사용할 수 있다.
한 가지, 에어비앤비는 예약할 때 구체적인 집 주소를 공개하지 않는다. 대략적인 구역만 확인한 상태에서 예약을 하게 되는데, 예약을 하고 주소를 받아보니 찾아간 숙소가 트램과 버스 정류장에서 1km 정도로 꽤나 멀었다. 평소 같으면야 1킬로미터쯤 금방 걸어갈 테지만 여행 짐을 메고 끌고 그 거리를 이동하기란 쉽지 않다. 심지어, 눈까지 쌓인 길을. 결국 도착하고 출발하는 날, 기차역-숙소를 택시로 이동했고 호텔보다 싼 숙소 가격의 차액만큼을 택시비로 쓰는 결과가 됐다. 이런, 시행착오가 있긴 했지만, 그래도, 내부 공간은 어느 곳보다 아늑하고 편안했으니 만족한다. 그보다 아쉬웠던 건, 공간이 너무 좋았는데 밤늦게 도착, 새벽에 일정 시작 등으로 숙소에 머무르는 시간이 극히 짧았다는 것. 좀 더 도시에 여유롭게 머무를 수 있는 곳에서 에어비앤비를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는 교훈.
10년 전, 독일 브레멘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다녔던 여행과 동생과 함께 했던 배낭여행에서는 대부분 저렴한 게스트하우스(당시 평균 20유로였다!)에서 묵었던 터라, 이번 여행에서 숙소를 고르는 게 마냥 쉽지는 않았다. 약간의 '미스'도 있긴 했지만 다양한 공간을 만나고 그 공간에서 각각의 도시를 바라보고 느끼는 시간 자체가 좋았다. 그 자체로 커다란 쉼이자 낯선 여행이었으니까.
벌써부터 그리워진다. 하루하루 설레며 보냈던 밤들이. 그 공간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