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하우스(Das Filmhaus)'라는 이름이 붙은 건물에는, '아르제날 극장' 외에도, '영화텔레비전박물관(Deutsche Kinemathek Museum für Film und Fernsehen)'과 '영화텔레비전 아카데미(Die Deutsche Film- und Fernsehakademie Berlin/dffb), 그리고 도서관까지 마련되어 있다. 우리나라 문화체육관광부와 유사한 연방문화미디어부(Die Beauftragte der Bundesregierung für Kultur und Medien)의 지원을 받고 있는데, 우리로 치면 한국영상자료원과 영화아카데미와 유사한 성격이긴 하지만 운영 주체나 방식은 조금씩 다른 듯 보였다. 단적으로, 아르제날 극장의 경우 100퍼센트 국가 지원으로 운영된다기보다는 극장 수입과 다른 미디어 기관들, 즉 신문사나 잡지사, 라디오 방송국과의 파트너십 등을 통해 다양한 자원과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있었다.
영화텔레비전박물관(https://www.deutsche-kinemathek.de/)은 독일의 영화, 텔레비전의 역사와 관련된 상시 전시와 다양한 비상시 기획전을 진행하고, 아카이브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아르제날 극장이 베를린영화제 포럼 섹션을 담당하는 것처럼, 여기에서는 영화제 회고전 섹션(retrospective section)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독일은 국가적으로 학생들의 영화, 미디어 능력 증진을 위한 지원(https://www.visionkino.de/)도 아끼지 않고 있는데, 베를린영화제에서는 학생과 선생님들에게 영화제 방문뿐 아니라 연중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프로젝트(The berlinale School Project)도 진행하고 있다. 영화와 관련해 정부와 시, 민간기관, 기업, 영화제 등이 원활하게 협력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너무나 아쉬운 것은... 박물관이 아르제날 극장 코 앞에 있는데도 시간 상 방문하지 못했다는 것. 베를린에 또 가야 하는 이유가 하나 생겼다. 아쉬운 마음은 뮤지엄숍에서 영화 OST 악보집을 사는 것으로 위로한다.
프라이부르크 코뮤날레스 키노 Kommunales Kino
'코뮤날레스 키노(https://www.koki-freiburg.de/), 말 그대로 공동체상영관이다. 상영관 외관과 'im Alten Wiehrebahnhof'라는 말로 보아, 예전에 기차역이었던 곳을 지금은 상영관 건물로 쓰는 듯했다. 입구로 들어가자 오른쪽에는 한창 영화를 상영 중인 상영관이 있었고, 반대편 왼쪽에는 작은 강당 같은 공간이 있었다.
상영관 앞에는 안에 설치되어 있는 장치에 관한 설명이 붙어 있다. 소리를 잘 들을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소리를 증폭시켜 귀에 전달해주는 기술장비가 있는 모양이다. 자그마한 마을 극장에도 이런 장비가 구비되어 있고 또 그걸 표시해주는 합의된 심벌도 있다니.
때마침 왼쪽의 강당 같은 공간에서는 무슨 프로그램이 끝이 났는지 아이들을 데려 온 가족들이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우리가 간 날이 일요일이라 가족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있었던 모양이다. 둘러보니 'Kinderkino', 'Schulkino'라고 해서 아이들과 학생들을 위한 영화, 워크숍 등을 소개하는 팜플렛이 따로 비치되어 있었다. 그 날은 아이들을 위한 영화를 상영하고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 있었고, 그 외에도 매주 일요일마다 영화 상영과 함께 갤러리에서 조립하기, 라이브 음악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신기했던 일 하나!
앞의 글 "조금 특별한 영화, 영화관-⓵'에서 잠시 소개했던 무성영화 연주자 귄터씨가 내가 이곳을 방문하기 하루 전날에(!) 여기에서 공연을 했던 것이다. 타이밍이 좀만 더 잘 들어맞았으면 독일에서 우연히 만나는 신기한 일이 벌어질 뻔했다.
바르셀로나 영화협동조합 Zum Zeig, 암스테르담 극장 DE UIT KIJK
스페인어와 네덜란드어는 전혀 몰라서 이 두 곳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지만, 여행하는 동안 짧게나마 이런 공간들을 둘러볼 수 있어서 그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되었다.
바르셀로나 중심지이지만 골목 구석에 위치한 Zum Zeig(http://zumzeigcine.coop/es/)은 협동조합 형태의 비영리 상영관이자 문화공간이다. 상영관 옆에는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파는 카페 공간이 있어, 이곳에서 영화토론, 콘서트, 라운드 테이블 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상영작도 독립예술영화 중심으로 짜여 있고, 어린이 프로그램도 빠지지 않는다. 협동조합이라는 형태가 말해주는 것처럼 상호 협력과 민주적이고 참여적인 모델을 만드는 것이 이 곳의 목표라고. 잘 모르긴 해도 다양한 종류의 상영과 함께 여러 가지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인 것 같다.
경유하는 동안 12시간 정도 머문 암스테르담의 DE UITKIJK (어떻게 읽어요...?위트키크...?) 극장(http://uitkijk.nl/)은 도시를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 곳이었다. 도시 전체를 흐르는 운하 옆에 일반 집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새로, 극장이 있었다. 내가 갔을 때 <셰이프 오브 워터> <러빙 빈센트> 같은 영화가 걸려있었고, 지금 홈페이지를 방문해보면, 매주 화요일 저녁 10시에 있는, "Sexy Cinema" 같은 특별전 소식도 볼 수 있다. 뭔가, 암스테르담스럽네?!
여행 기간 동안 잠깐 스치기도 하고, 또 들어가서 영화까지 보기도 한, 이런 작은 영화관들은 말 그대로 점점 '특별한' 곳이 되어 간다. 독립예술영화관, 지역의 단관극장들이 하나둘 문을 닫고, 남아있는 극장이 손에 꼽히는 우리의 현실. 이 같은 상황이 비단 우리나라뿐만은 아니겠지만, 멀티플렉스가 전체 극장의 9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고, 거기에서 또 한 두 개의 영화가 멀티플렉스 상영관의 9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식의 상영 환경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어릴 때부터 영화를 다양하게 보고 즐기고 생각하고 읽어내는 법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자연스럽게 마련되고, 영화의 산업적 측면뿐 아니라 보존해야 할 문화, 예술적 측면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 그리고 그에 맞는 여러 가지 국가적 정책과 다양한 자원이 덧붙여진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풍성한 영화를 접할 수 있을 거다. 몇 편의 '대박'영화보다 영화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영화산업의 발전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게 나의 생각이자 믿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