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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 May 02. 2018

4월의 채소꾸러미 - 봄과 함께 도착한 녹색식물


충청남도 홍성군에 풀무학교(http://www.poolmoo.net )라는 곳이 있다. 정확한 명칭은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ex-직장동료(ㅋ)이자 친구가 약 2년전 서울을 훌쩍 떠나 이 학교에 입학했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올해 졸업까지 했다. 일반적인 농사와 달리 농약이나 화학비료 등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적인 방식으로 농사짓는 법을 가르쳐주는 학교인데, 살펴보면 꼭 농사일만 가르치는 학교라기보다는 그 외 더불어 살아가는 것, 균형잡힌 삶을 꾸려나가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를 체험하고 배우는 곳인 것 같다. 


친구가 졸업 후 조그마한 땅을 빌리고 일을 도우면서 키우는 농작물들을 한 달에 한 번씩 보내주기로 했다. 평소에 자주 접하는 채소들이야 어디서든 살 수 있지만, 어디서 자라서 나에게까지 오는지 알 수 있는 작물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잘 모르는 새로운 작물들을 보고 공부할 수 있다는 점, 또 싱싱한 제철 채소로 건강한 밥상도 꾸려볼 수 있을 거라는 점 등등, 기대를 품고 택배를 기다렸다. 


그리고 4월의 봄과 함께 처음으로 녹색식물들이 도착했다. 


(오른쪽 사진) 왼쪽부터 개망초, 머위, 쇠별꽃, 헤어리베치


봄에는 뭐니뭐니해도 이지. 쑥을 빼고, 개망초, 머위, 쇠별꽃, 헤어리베치는 모두 처음보는 아이들이었다. 개망초 정도는 이름을 들어봤지만 나머지는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풀들. 흙 하나 묻어있지 않게 너무 잘 씻고 손질해서 보내주어 따로 손질할 것이 없었다. 



(실력이 없어... 음식 사진 좀 부끄럽지만...)

개망초, 쇠별꽃, 헤어리베치는 한데모아 데친 다음, 간장, 들기름, 다진 마늘을 넣고 조물조물 무쳤다. 줄기가 있는 머위는 쓴 맛이 난다고 하여 간장 대신 된장을 넣고 무친다음 깨를 솔솔 뿌려 완성. 머위는 맛있었는데 양이 너무 적어서 한 입 먹으니 없었다. 


은 뭐니뭐니해도 된장국이다. 봄철에 엄마가 해주시던 나물이나 찌개맛을 어릴 때는 잘 몰랐는데, 어느 순간 맛을 들이고 나니, 특히 찌개에 들어가는 미나리나 쑥의 향과 맛이 참 좋아졌다. 무친 나물로 만든 비빔밥이랑 쑥된장국으로 정갈한 한끼 완성. 


며칠 뒤 만든 '쑥 김치전'은 모양은 괜찮았지만 맛은 실패. 맛이 없었던 건 아닌데, 김치의 강한 맛 때문에 쑥의 맛이나 향은 하나도 나지 않았다. 친구가 화전을 해 먹으면 좋다고 했는데, 좀 어려워도 그걸 해볼껄 그랬다...! 택배 안에 함께 온 쑥버무리 레시피도 이번에는 하지 못했다. 얼마 전, tvN에서 금요일 밤에 하는 <숲속의 작은 집>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박신혜가 쑥버무리를 해 먹는 걸 봤는데, 넘나 맛있어 보이는 것...! 다음번엔 도전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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