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도, 첫 수확
홍성에 살고 있는 친구로부터 매달 농작물 꾸러미를 받습니다. 옥상에서는 작은 텃밭을 키우고 있고요. 인구 천만의 거대 도시에 살면서 자연과 연결되는 일상을 꾸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도시와 자연을 잇는 삶에 대한 작은 기록입니다.
4월에 텃밭을 만들고 나서 거의 매일매일 옥상을 들락날락. 그래도 처음엔 하루에 두세 번씩 드나들다 점차 하루에 한 번 정도로 정착했다.
약 열흘 사이 조금씩 커가는 모습에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는데......
띠로리. 우박의 위력이 이렇게 강력한 줄은... 미처 몰랐다. 낮동안 잠깐 내린 우박이었는데, 얼마 자라지도 못한 여린 잎을 다 뚫고 지나가 버린 것. 아... 농부님들의 마음이... 이런 것이구나... (라고 말해 보지만, 그 마음 아마 헤아릴 수도 없을 것이다.) 그나마 빠르게 자라던 케일 잎들이 다 아작이 나고, 이제 막 기를 피려고 하던 적상추도 시들시들... 블로그를 좀 찾아보니 그냥 놔두면 다시 살아난다고 하여, 새 잎이 나기를 기다리며, 놔둬 보기로 한다.
그렇게 다시 열흘쯤 지나자, 기특도 해라. 다시 기를 펴고 있다. 뚫린 잎들이 피부 아물듯 아물지는 못하지만, 그 상태로 계속해서 자라고, 거기에 새로운 잎도 나서 큼지막하게 자라고 있다. 아직 고추나 방울토마토는 자라는 속도가 느리지만(역시나 더 널찍이 심었어야 했나 보다), 케일은 눈에 띄게 자라 아래쪽에 있는 잎이 위쪽 잎에 가려져 시들해지고 있다.
그렇게, 케일 첫 수확! 변변찮은 흙과 돌봄에도, 우박을 맞고서도, 이렇게 두껍고 강하게 자라다니, 그 생명력이 신기할 따름이다.
다시 열흘쯤 지난, 지난주 금요일 사진이다. 텃밭 만든 지 한 달여 만에 많이 자랐다. 고추와 방울토마토는 벌써 꽃을 피웠는데, 아직 키가 많이 자라지 않은 상태에서 꽃을 피운 터라, 열매가 실하지는 못할 것 같다. 지켜봐야지.
우산 가지고 다니는 게 싫어서 비 오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인데(물론 집에 있을 수 있다면 비 오는 소리 듣는 것, 비올 때 낮잠 자는 것 너무 좋아한다!), 텃밭을 만든 이후로는 비 오는 게 반가웠다. 물을 머금은 식물들의 생동감과 싱그러움이 기분을 좋게 해주기 때문이다. 충분히 습기를 흡수하고 그다음에 내리쬐는 햇볕을 다시 받으면서, 한 달 사이에 많이 자라준 아이들. 초반의 이 마음을 잘 유지하면서 자주자주 기록하고, 돌보고,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