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상에 아주 작은 텃밭을 만들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나는 조금 두렵다.
드문드문 떠오르는 기억이지만, 어릴 적 마당에서 키우던 개가 있었다. 어느 날 그 개가 새끼를 낳았는데, 왜인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병으로 앓다가 결국 죽고 말았다. 얼마 살아보지도 못하고 끙끙대며 죽어가던 새끼 강아지에 대한 기억이, 그 두려움의 원인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결혼을 하고 나서, 친구가 고양이를 입양하라며 여러 번 이야기를 했지만 엄두가 안 났다. 내 살결에, 마음에, 직접 와 닿는 생명체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대신 식물을 키우기로 했다. 화분에 씨앗부터 모종까지 이것저것 심어서 자라는 것을 바라보곤 했다. 매일이 다른 것 같고, 흙을 뚫고 나오는 힘이 놀랍고, 겨울에 실수로 얼려버린 줄기가 따듯한 곳에서 다시 살아나는 놀라운 광경도 보게 됐다. 그렇지만 화분에서 키우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아직 내가 경험이 없어서겠지만 뿌리를 깊게 내리지 못하니 잎도 크게 자라지 않고 금세 맥을 못 추고 죽는 경우가 많았다. 온도 조절에 실패해 열대식물을 얼려 죽인 경우도 있고......@.@
너무나도 추웠던 겨울을 견디고 봄이 시작되면서, 옥상에 작은 텃밭을 만들었다. 나무를 짜서 틀을 만들고 배수판과 부직포를 깔고 흙을 덮었다. 그 위에 화분에 있던 몇몇 식물을 옮겨 심고, 상추, 케일, 고추, 방울토마토, 부추 모종을 조금씩 심었다. 지역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친구가 사진을 보더니, 고추와 방울토마토는 간격을 더 벌려야 한다고 말해줬는데, 뿌리가 다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옮겨 심지는 않았다.
이제 일주일 정도 지났다. 그 사이 비도 한 번 흠뻑 왔는데, 하루에 두세 번씩 옥상을 들락날락하니 자라는 게 더딘 것만 같다.
그래도, 자꾸만 보고 싶다.
충남 홍성에서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시작한 친구가 매월 채소 등의 농작물을 보내주기로 했다. 계절마다의 선물을, 일상 속 옥상 텃밭에서의 선물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식물, 채소, 곡식의 이야기이면서, 음식 이야기이고, 또 자연과 생명의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