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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 Apr 26. 2018

봄날의 작은 텃밭

- 옥상에 아주 작은 텃밭을 만들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나는 조금 두렵다. 

드문드문 떠오르는 기억이지만, 어릴 적 마당에서 키우던 개가 있었다. 어느 날 그 개가 새끼를 낳았는데, 왜인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병으로 앓다가 결국 죽고 말았다. 얼마 살아보지도 못하고 끙끙대며 죽어가던 새끼 강아지에 대한 기억이, 그 두려움의 원인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결혼을 하고 나서, 친구가 고양이를 입양하라며 여러 번 이야기를 했지만 엄두가 안 났다. 내 살결에, 마음에, 직접 와 닿는 생명체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대신 식물을 키우기로 했다. 화분에 씨앗부터 모종까지 이것저것 심어서 자라는 것을 바라보곤 했다. 매일이 다른 것 같고, 흙을 뚫고 나오는 힘이 놀랍고, 겨울에 실수로 얼려버린 줄기가 따듯한 곳에서 다시 살아나는 놀라운 광경도 보게 됐다. 그렇지만 화분에서 키우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아직 내가 경험이 없어서겠지만 뿌리를 깊게 내리지 못하니 잎도 크게 자라지 않고 금세 맥을 못 추고 죽는 경우가 많았다. 온도 조절에 실패해 열대식물을 얼려 죽인 경우도 있고......@.@




너무나도 추웠던 겨울을 견디고 봄이 시작되면서, 옥상에 작은 텃밭을 만들었다. 나무를 짜서 틀을 만들고 배수판과 부직포를 깔고 흙을 덮었다. 그 위에 화분에 있던 몇몇 식물을 옮겨 심고, 상추, 케일, 고추, 방울토마토, 부추 모종을 조금씩 심었다. 지역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친구가 사진을 보더니, 고추와 방울토마토는 간격을 벌려야 한다고 말해줬는데, 뿌리가 다칠 수도 있을 같아서 옮겨 심지는 않았다. 


이제 일주일 정도 지났다. 그 사이 비도 한 번 흠뻑 왔는데, 하루에 두세 번씩 옥상을 들락날락하니 자라는 게 더딘 것만 같다. 


그래도, 자꾸만 보고 싶다. 





충남 홍성에서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시작한 친구가 매월 채소 등의 농작물을 보내주기로 했다. 계절마다의 선물을, 일상 속 옥상 텃밭에서의 선물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식물, 채소, 곡식의 이야기이면서, 음식 이야기이고, 또 자연과 생명의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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