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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se Mar 07. 2020

매일 2시간X365일X30년=!

- <배철수의 음악캠프> 30주년 기념 특별방송을 보고 들으며

<배철수의 음악캠프> 30주년 기념 특별방송 유튜브 영상 캡처 :)


1.

<배철수의 음악캠프> 30주년 기념 특별 방송 <Live at the BBC>.


2020년 3월 19일이면 이 프로그램이 꼬박 30년이 된다고 한다. 이 방송을 줄곧 들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처음 듣기 시작한 건 적어도 15년은 됐다. 그 무렵 친구들이랑 근처 바다에 놀러갔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내가 보낸 문자 사연이 읽혀서 기뻐했던 기억이 나니까. 그러다 최근 몇 년 사이 열심히 들었고, (벌써!) 4년 전에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공연에도 당첨돼서 오마라 포르투온도 할머니의 노래를 듣는 감동을 맛보기도 했더랬다. 흘러나오는 곡이 좋아서기도 하지만, 지긋한 나이에도 '꼰대끼' 대신 장난'끼'와 담백함 넘치는 배철수 아저씨의 진행이 편안해서 오래도록 듣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배철수의 음악캠프> 30주년 기념,  영국 BBC 마이다 베일(Maida Vale) 스튜디오에서 라디오 생방송을 진행했다. 비틀스, 데이빗 보위, 레드제플린, 라디오헤드, 오아시스, 아델, 콜드플레이 등 이름만 들어도 바로 알 만한 뮤지션들이 라이브 공연을 했던 스튜디오라고 한다. 


절대로 '보이는 라디오'를 하지 않는 프로그램이지만 이 기간만큼은 유튜브 생방송도 진행했다. '2002', 'birthday'로 유명한 앤 마리(Anne Marie), 스타세일러(Starsailor)의 보컬리스트 제임스 월시(James Walsh), 톰 워커(Tom Walker), 윤도현, 유해진이 게스트로 출연했고, 유튜브 마봉춘 라디오 계정에서 방송 영상을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BgDn-2rJa4&feature=share)



2. 

음악이 흐르고 게스트가 출연하고 멘트를 하고 심지어 광고까지, 방송의 내용과 포맷은 비슷하고 사실상 바뀐 건 장소뿐이다. 하지만 그게 30년이라는 시간, 수많은 뮤지션들이 거쳐간 오래된 스튜디오 공간을 만나니 전혀 다른 방송이 된다. 음악이 나오는 동안, 광고가 나가는 동안, 스튜디오에 산만하게(ㅎ) 앉아있는 아저씨를 계속 바라보게 됐다. 


30년 동안 꾸준히 무언가를 한다는 건 어떤 걸까. 그 시간을 지탱하는 힘은 어디서 올까. 매일 2시간씩, 30년 시간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된다. 어떤 이유에서건 멈추고 싶었을 수많은 순간마다 다시 나아가는 것, 숭고한 일이다. 


그런데 30년이라는 시간 자체보다 내 마음을 더 움찔하게 했던 건 멘트를 하는 배철수 아저씨의 모습이었다. 목소리만 들었지 방송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본 건 처음이었는데, 자신의 리듬과 제스처로 대본을 읽어가는 모습은 30년의 내공이 담겼지만 동시에 매번 새로운 것을 대하는 사람의 설렘으로 가득했다. 루즈하지 않고 여전히 쫀쫀했다. 와, 30년 동안 매번 방송을 이런 에너지로?



3.

배철수 아저씨는, 젊었을 때는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았지만 지금 되돌아 생각해보면, 다시 태어나도 젊었을 때 음악을 하다가 또다시 디스크자키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엄청나게 엄청나고 대단히 대단한 사람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무언가를 30년 정도는 꾸준히 한 뒤에, 그 일을 해서 행복했노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나에게는 매일매일 하는 방송은 아니겠지만, 지금 나에게 주어진 일들과 좋아하는 일들이 종국에는 잘 모아질 수 있었으면, 그리고 그 일들을 하길 잘했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가장 중요하게는 그때가 되어도, 여전한 설렘을 간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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