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영상자료원 VOD 온라인 기획전
허우 샤오시엔의 영화를 좋아한다. 영화 <연연풍진>에는 어린 나이에 도시 타이페이로 떠나 와 공장에서 힘겹게 일을 하는 주인공들이 나오고, 이들의 삶에서 군입대는 커다란 키워드로 등장한다. 영화 속 1960년대 타이페이의 상황과 도시의 분위기를 보면서 비슷한 시기 한국을 떠올렸다. 활력과 우울이 공존하는 도시 분위기나 사람들의 정서가 우리와 뭔가 유사해서 한 번 가보고 싶었던 도시 타이페이.
올해 2,3월 경 타이페이를 가려고 했었다.
해외 여행 전 관련 책을 꼭 사서 보는 편인데, 나우 매거진 <TAIPEI>,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 인기있는 관광지를 소개하거나 통상적인 여행루트를 짜 주는 일반 여행책과는 달리 대만의 역사, 문화, 사회적 맥락 속에서 도시를 소개하는 책 같아 사서 읽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근대화를 이룬 나라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 (...) 타인을 포용하고 다양성을 존중할 줄 아는 사고방식을 지닌 타이베이 사람들은 복잡한 역사적 배경 탓에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면서도 다양한 문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며, 자신들의 도시를 더욱 다채롭게 물들여 갑니다." (nau magazine TAIPEI, 7쪽)
아시아 최초로 동성애 결혼 금지는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고, 2018년에는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를 채택한 나라. 아시아에서 출판 산업이 가장 활기찬 나라. 번쩍거리는 새로움을 추구하면서도 과거의 것을 보존할 줄 아는 나라 등등. 하나씩 타이페이를 더 알아가던 중이었는데......
코로나로 어디에도 못가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언제 갈 수 있을지 모르니 맥이 풀리고 책을 들춰보던 횟수도 점차 줄어들게 된 것이다.
https://www.kmdb.or.kr/vod/plan/475
그러던 중!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진행하는 온라인 기획전 소식을 알게 됐다. 6월 16일부터 29일까지(서두르시라) 약 2주간, 10편의 타이페이 영화를 KMDB 사이트를 통해 볼 수 있다(회원가입/로그인 필수). 원래는 영상자료원 내 극장인 시네마테크KOFA에서 상영하는 것으로 기획되었지만 코로나19 상황으로 먼저 온라인을 통해 10편의 작품을 공개한 것.
1960년대 고전영화부터 최근영화까지 대만의 어떤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기회이지 않을까 하면서, 과거와 현대를 넘나들며 하나씩 보고 있는 중이다. 좁은 골목,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장, 노포, 오래된 건물들, 야경. 서울의 낮과 밤이 다르듯, 타이페이의 낮과 밤은 확연히 다르다. 영화의 내용도 흥미롭지만 도시의 풍경과 분위기를, 정서를 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이 되고 있다.
* 아래는 영상자료원 기획전 소개 글.
시네마테크KOFA는 지난 몇 년간 기획해온 <영화와 공간> 시리즈를 이어 올해는 우수 대만영화 17편의 극장 상영을 통한 타이페이시로의 해외 여행을 관람객들에게 초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이용자 안전을 생각하며 한동안 극장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많은 사람들이 소중한 영화들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저희의 의무라고 생각하며 특별한 선물을 마련했다. <영화와 공간: 타이페이> 극장 기획전 상영작 중 10편을 KMDb VOD를 통해 2주간 볼 수 있도록 준비했다.
온라인 기획전에 포함되는 작품들은 크게 두 가지 섹션으로 나눠진다. 첫 번째 섹션인 ‘대만영화협회 컬렉션’은 대만영화협회(Taiwan Film Institute)에서 운영하는 대만영화툴킷(Taiwan Cinema Toolkit) 프로젝트를 통해 후원 받아 공개하는 대만고전영화 5편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국내에서 최초로 소개되는 이 영화들은 호평 받은 린 투안츄 감독 연출작 두 편(<남편의 비밀> <여섯 명의 용의자>), 유명소설가 경요의 작품들을 각색한 임청하 배우 주연 멜로영화 두 편(<월몽롱조몽롱> <안아재림초>), 그리고 대만의 가슴 아픈 정치사를 서술한 독립영화 (<슈퍼 국민 코>)를 포함한다. 두 번째 섹션인 ‘타이페이, 애우가(愛友家)’는 2000년부터 제작된 대만영화들 중 애정, 우정, 그리고 가정의 복잡함과 대만의 특색이 어우러져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타이페이 이야기들을 보여주는 영화 5편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하나 그리고 둘> <남색대문> <피노이 선데이> <타이페이의 1페이지> <조니를 찾아서>).
이것이 한국영상자료원의 최초 해외영화 온라인 기획전인 만큼 많은 관심을 가지기를 바라며 대만이라는 공간과 그 공간을 묘사한 영화들의 독특하고 다양한 매력들을 느끼기를 바란다. 그리고 (아직 포기하지 않은) 극장 기획전도 꼭 기대하기를 바란다.
* 기획전이 끝나기 전에, 빨리 소식을 전하고 싶어 적어둡니다. 코로나로 극장에 가기 힘드신 분들, 극장에 가도 볼 영화가 없다 하시는 분들, 타이페이에 관심 있는 분들, 즐기시기를요!
* 기간동안 가능한 많이 보고 이곳에 영화에 대해 무언가를 쓰겠다고 스스로 마음 먹어보면서,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