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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화 Oct 25. 2024

(소설)로맨스

제7화_첫만남 spring springs spring

첫 만남 2012년 봄

남자가 툴툴거리며 계단을 터벅터벅 내려간다. 무슨 교육을 또 받으라는 건지, 일도 바쁜데 회사에서는 사내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라고 한다. 매일 2시간씩 직무교육을 받는 건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회사 로비에서 오늘 첫 수업의 외부 강사를 마중 나가야 한다.

‘강사님을 모시러 가야지.’

여자는 마음이 벌써 지쳤다. 생각보다 회사가 멀리 있어서 앞으로 8주가 걱정이다.

남자 사원이 계단을 내려온다. 봄바람에 어울리는 하얀 바지를 입은 남자는 미남은 아니지만, 훈훈하고 친절하고 활기 있어 보인다. 남자의 첫인상이 벚꽃 바람처럼 따뜻하다.

‘앗, 강사님이 화가 나셨나?’ 남자는 살짝 긴장한다. 키도 크고 인상이 강한 여자가 스카프를 휘날리며 걸어오는 모습에 약간 주눅이 든다. 그래도 남자는 더욱 친절한 표정을 지으며 인사를 건넨다. 입꼬리를 더 올려보자.


이렇게 시작된 사내 교육 과정에서 두 사람은 학생과 강사로 만났고,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가 궁금하고 알고 싶고, 잘 보이고 싶어졌다. 그리고 서로의 마음도 궁금해졌다.

그렇게 그들의 만남은 2012년 봄, 로이킴의 "봄봄봄" 노래와 함께 시작되었다.


너무 평범해 보이는 첫 만남에서 둘이 왜 어떻게 그렇게 강한 인상을 주고받았는지 서술하고 싶지만 더 이상 설명을 할 수 없다. 남자와 여자는 단지 직장 내 교육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서로를 처음 보았을 뿐인데, 그 순간은 그저 지나치는 일상이 아니었다.   정확히 무엇이라 할 수 없는, 둘만이 느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수업이 3주차가 접어들었을 때, 여자는 남자의 빈자리를 보며 물었다.

“오늘 반장님은 안 오시나 봐요?”

그때 남자와 가장 친한 동료 직원이 대답했다.

“지금 여자친구랑 통화 중이에요. 여행 준비한다는데…”



‘여 자 친 구?’ 남자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말을 들은 순간 여자는 갑자기 얼굴 표정을 어찌해야 될 지 모르겠다. 그때 문이 열리면서 남자가 들어왔다. 여자는 마음을 가다듬고 능청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반장님, 여행 어디로 가세요?”

갑작스러운 여자의 질문에 당황한 남자가 동료를 향한 원망의 눈빛.

남자는 여자친구 이야기가 여기까지 흘러나온 것을 전혀 원치 않았다. 남자의 표정은 당황스러웠고, 눈과 입술이 따로따로 움직이는 듯 씰룩거렸다.

“아. . 네 유럽이요. 저는 유럽 별로 안 좋아하는데. . . “


사실 남자는 여자친구와 억지로 여행을 계획하며 스스로에게 묻고있었다. ‘도대체 왜 이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걸까? 혹시 그냥 오래된 습관이 된 걸까?’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 익숙함에 불편함이 쌓여가는 걸 느끼곤 했다.

그런 남자에게 나타난 이 여자는 첫 만남부터 쉽게 지나칠 수 없는 존재였다. 그 여자를 바라보는 짧은 순간순간마다 두근거리는 자신을 발견했다. 새로운 관계에 대한 설렘을 억누르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었다.


한편 여자는 남자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순간적으로 배신당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남자가 여자친구를 소개팅으로 만났다고 했을 때, 애정이 깊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자신이 스스로 어이없었다.

무의식적으로 특별한 감정을 기대했던 마음을 스스로에게 들키고 나니, 은근히 화가 나기도 했다.

그때 동료가 여자를 향해 불쑥 물었다.

“강사님은 남자친구 있으세요?”

순간 남자와 여자의 눈빛이 미묘하게 교차되었다. 여자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여유롭게 답했다.

“그럼요. 많죠, 남자친구들.”  


남자의 동료가 이어 말했다.

“강사님 과정 끝나고 저희도 회식 한 번 해요.”

“네, 좋아요.”

그러나 여자의 머릿속에는 남자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생각만이 가득 찼다.


아팠다. 젊었다. 사랑하고 있었다.



it was something they both felt deeply within their hearts.

It hurt. They were young. In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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