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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익 Aug 08. 2024

쉰 두살 라테의 대학 축제.

중간고사가 끝난 10월 어느 금요일, 축제날이 왔다.


무려 1990년, 신입생 라테는 5월에 대동제를 근 3일은 진행했던 것 같은데

2022년의 학교 축제는 하루였다. (케바케이긴 해도 길어야 이틀 ㅋ)


학교 전체가 시끌벅적할 거란 라테의 라테스런 ㅋ 예상과는 달리

오전에 등교하면서  본 캠퍼스는

주점이나 시끌벅적한 놀이마당 대신

각 과 별로 고유의 예술성을 살린 부스들이 작은 아트페어 같았다.

 

디지털 시대의 대학 축제는 어떤 모습 일까...

보고 싶은 맘은 굴뚝같았지만


라테가 동기들을 따라다니는 건 그야말로 폭탄짓이니...

(누가 생애 첫 대학 축제를

 자기보다 서른두 살  많은 사람과 다니고 싶을까...ㅠㅠ

 내 나이가 정확히 그들의 두 배 반이니

체감 나이로 치면 쉰 두살의 내가 백 십오세 된 어르신을 모시고 축제구경하는  상황인 거다. -;)


오후 3시, 수업이 끝나고..

그냥 집에 갈까....

뻘쭘하더라도 혼자 조금 둘러보고 갈까..


결정장애를 일으키며

주섬주섬 가방을 싸고 있는데..

옆에 앉은 동기 수현이가

라테님, 우리 같이 구경 가요. 라며 환하게 웃는다.


아유. 세상에나.... ㅠㅠ


얼굴도 마음씨도 천사처럼 어여쁜  수현이..

고마움에 눈물이.. 또르륵!


그렇게 구세주를 만나 캠퍼스로 향하는데

팀플 조원이던 하연이까지 만나게 돼서

라테는 졸지에 두 명의 동기들 사이에 숨어 ㅋ 축제 구경에 나섰다.


 10월의 맑은 가을 하늘아래

각 과 별로 특색을 살린 부스들은

예술대학답게 미감도 뛰어나서

울학교 캠퍼스는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고마운 두 동기에게 뭐라도 사주고 싶어

먹거리를 살펴보는데

그 옛날 라때! 는

과 별로 파전에 막걸리를 파는 주점이 즐비했지만

지금은 세련된 푸드트럭들이 와서

와플이나 스테이크 덮밥이나 아아를 파는 타임슬립 ㅎㅎ


다니다 보니 삼삼오오 구경 나온 다른 동기들과 심심찮게 마주쳤다.

다들 개성 넘치는 의상으로 차려입은 모습들이 아이돌처럼 멋져 보였다.


엄마 맘이 되어 맛있는 걸 사주고 싶은 라테..

1학기때도 무얼 사줄라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리는 동기들의 성향을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축제인데... 시원한 아아 정도 쏘는 건 괜찮겠지 싶었다.

하지만 카드를 꺼내 들고 동기들을 부를라치면

번번이 오간데 없는 매직.


설마...내가 자기들을 따라다닐까 봐 그러나...


이런 합리적 의심이ㅎㅎ 들면서

문득 라테가 축제를 도는 자체가

마주치는 동기들에게는 민폐가 아닌가 하는

편집증적 ㅋ 피해의식이 발동하면서

라테는 급 의기소침해졌다..


그때 코스프레 사진을 찍어주는 애니메이션과 부스로

수현이와 하연이가 우리도 찍자 손을 이끈다.

수많은 학생들이 앞에서 보고 있는 부스라

너무나도 민망했지만..ㅠㅠ

(교수 거나 엄마... 둘 중 하나로 봤겠지만 ㅎㅎ)


암흑 속 한 줄기 빛 같은.

동기들의 배려에 울컥한 라테는  

이 나이에 흉한 줄 알면서도ㅎㅎ

 토끼 머리띠를 쓰고 저 사진을 찍었다.


쉰 두살의 대학 축제~ 유일한 사진

저 귀요미들과 같은 동기라는 아이러니 ㅎㅎ

저 순간의 감정이 참 복잡했다... 웃는데 눈물 나는? ㅎㅎ


다음 부스로 계속 이동하는데

가는 도중에 수현이를 반기는 타과 친구들을

계속 만났다.

웬 아주머니가 옆에 있어 길게 말도 못 하는 것 같구

수현이도 나 때문에 어울리지 못하는 것 같아

하연이에게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하려는데

 안보였다. 급한 일로 먼저 집으로 갔다는 문자.ㅜ


혼자서는 구경을 계속할 엄두가 나지 않아

슬그머니 수현이 곁을 떠나 우리 과 부스로 향했다.


우리 과 부스는

선배들의 edm 디제잉 클럽이었다.

(사운드 제작 시간에 edm을 배우기도 하고

우리 과엔 뛰어난 뮤지션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

창조관 앞의 잔디마당을 채운 학생들이

디제잉을 즐기는 모습.


라떼는!  축제때 춤을 추라면

어지간한 실력이 아닌 이상 몸을 사렸을 텐데...

요즘 mz들의 클럽 댄스는 요란한 동작이 아닌

살짝살짝 리듬만 타면 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서타일^^


자신의 춤실력을 자랑하는 자리가 아닌

함께 음악과 분위기를 즐기며 소통하는 댄스클럽~

mz 세대의 사고가 참 부러워 보였다.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면서

반짝이는 전구가 들어온 잔디밭 위에서

초가을 저녁의 정취를 만끽하는 학생들은

청춘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다웠다.


물끄러미 그 풍경을 보는데

역시 보통의 사람에겐

제 나이에 어울리는 시간과 공간이

따로 있구나… 새삼스런 깨달음 ㅋㅋ


설령 아니라 해도

오래전 스무살의 라테도 그러했듯...

 그날 그 시간 그 공간의

풋풋한 공기와 상기된 설렘은

온전히 스무 살들의 몫이었다.  


발길을 돌려 교문을 향했다.

마음이 왠지 모르게 홀가분했다.


90년의 대학축제와 2024년의 대학축제를

둘 다 신입생으로 경험하다니...

내가 봐도 난 …

어지간히 이상한 인간인듯 해서

실소가 ㅋㅋ


한편으론 이런 특별한 경험을

어떻게 작업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

라테는 스스로에게 궁금했다.


완전한 어둠에 잠긴  캠퍼스..

등 뒤에서는

곧 초대 가수의 공연이 시작되는 듯

아이들의 환호성이 들렸고

눈부시게 아름다운 젊음들이

앞다투어 라테의 곁을 스쳐갔다.


그들의 발걸음만큼이나

빠르고 야속하게 ㅎㅎ

2022년.... 라테의 쉰 두번째 ;; 가을도

성큼성큼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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