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 밥 한번 같이 먹어요. 차 한잔 같이 해요 " 의미에는 상대와 소통하며 대화하고 싶고 친목을 다지고 싶은 마음도 들어 있다.
약속을 금방 잡는 사람도 있고, 그냥 인사치레인가 할 정도의 기다려도 반응이 없는 사람도 있다. 나 또한 그렇다. 약속을 당장 잡기 위해 마음이 다급해지기도 했다가 굳이 안만나도 될 것 같은 마음이 드는 사람도 있다. 밥을 같이 먹으면서 차를 한잔 같이 마시면서 쌓이는 정이 두터워지는 경험을 한다. 친구 h와 함께 하면 더욱 그렇다.
나이는 두 살 위이지만 친구 하기로 한 우리. 짧은 시간에 짝꿍을 이제서야 만난듯이 서로 홀릭되었다.
함께 만나면 청소년 시기로 돌아가 별마디 아닌데도 꺄르르 웃음이 터진다. 작년 5월 h를 처음 만나고 함께 비빔밥을 비벼 먹으면서 사람에 대한 따스함을 느꼈다. 밥한끼로 친해지기도 어렵지만 밥한끼로 벽이 허물어지고 너와 나의 경계가 무너지며 든든한 동지가 생긴 느낌이 든다.
어제도 h는 일끝나고 와서 힘들었을 법도 한데 밥먹으러 오라고 전화가 왔다. 나는 집에 들어가는 길이고 h의 저녁 같이 먹자는 전화에 기뻐하며 한걸음에 달려갔다. 푸짐한 반찬에 두부 많이 넣어진 구수한 된장찌개, 막걸리 한잔 까지 완벽한 저녁식사였다. 아이는 학원가고 남편은 회사에서 늦게 퇴근하여 집에 가서 혼자 뭐해서 먹지 하고 있었던 찰나, 내 앞에 차려진 선물 같은 저녁밥상은 행복한 충만함 그 자체 였다.
<< h가 차려준 밥상 >>
h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한숟가락 한숟가락 맛있게 먹었다. 요새 며칠 보지 못했어서 또 할 얘기가 쌓였다.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낸다. 이야기 속에서 나를 보고 너를 알고 서로를 다독이며 저녁 밥상으로 위안을 다진다. 아이가 올 시간이 되어가 아쉽지만 자리를 일어나려고 할 때 h는 이것저것 반찬을 챙겨준다. h의 반찬은 정말 한정식이다. 엄마에게 받아오는 반찬도 있지만 그녀의 야무진 실력으로 해내는 반찬들도 품격있다. 나는 땡큐지 하면서 챙겨주는 반찬을 바리바리 받는다. 검은 비닐 봉지에 반찬 받아오는 기분은 세상의 사랑 다 받은 듯 했다.
오늘 점심 때 h가 싸준 깻잎 무침, 마늘쫑 무침, 양미리 볶음으로 밥한끼 맛있게 먹었다. 고마운 마음에 h가 일하러 간 시간이라 그녀의 아이들이 생각나서 우리집에 분식먹으로 오라고 했다. 부름에 무섭게 달려온 그녀의 아들, 순대를 좋아한다고 한다. 시킨 음식이었지만 한상 차려준 분식을 맛있게 잘도 먹는다. 떡볶이는 맵다고 해서 남겼길래 튀김과 함께 남은 것을 싸주었다. 배 두둑히 돌아가는 그녀의 아들 뒷모습에 흐뭇함이 느껴진다. 오고 가는 정에 쌓이는 행복감이다.
저녁에 퇴근하고 h는 사진 한장을 보낸다. 내가 아까 싸서 보낸 떡볶이와 튀김과 밥 한그릇 사진이다. 오자마자 배가 고파서 밥 한숟가락 뜨고 내가 싸준 걸로 먹는 모양이다. 하루 열심히 일했을 그녀에게 더 푸짐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이면 좋겠지만 그래도 내가 보낸 음식으로 맛있게 먹어주니 고마운 마음이 든다.
푸짐하게 한 상 차려주는 그녀의 밥상, 그 밥상머리에서 싹트는 우정에 속이 든든하다. 엄마의 사랑 가득한 밥상만 받다가 결혼해서는 내가 항상 차리는 입장이 되니 이런 밥상을 받으면 감동이 밀려온다. 오늘 저녁에 딸아이에게 짜파게티를 끓여줬다. 양껏 차리기 약간은 귀찮은 마음 이어서 선택했지만 딸아이는 간만에 짜파게티에 환호성을 지른다. 엄마가 끓여준 짜파게티가 최고라는 칭찬도 함께 한다. 약간 모자른 듯 보여 국을 얼릉 데펴서 밥하고 주니 반 정도 먹고 배부르다고 한다. 아이에게 차려주는 밥상에서 아이는 엄마의 사랑을 먹고 느낀다. 배가 두둑해 졌는지 자기 할 일 하면서 노는 아이를 본다.
집에 먹을 것이 없어서 이마트로 장을 두둑히 보아 내일 배달 주문을 해 두었다. 사랑의 밥상으로 나의 가족도 챙기고 h도 대접해야 겠다. 밥 한끼 함께 하며 싹트는 정은 어마무시하다. 매일 매일 함께 밥먹는 가족만 해도 그렇다. 그 속에 희노애락이 섞여 노래를 부르는 듯 하다. 정이 메말라가는 요즘 같은 세상에 h의 밥상 선물은 따스한 감성이 되살아 난다. h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함께 하는 우린 어떤 밥상에서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며 행복해 할지 다음 만남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