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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영옥 Mar 18. 2024

걱정 붙들어 둬

 우리 아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호캉스도 아닌 (아이가 호캉스를 좋아한다) 친구가 자기한테 놀자고 했을 때라고 한다. 친구 사귀기에 소심했던 아이인지라 이 소리를 들으니 가슴 한쪽이 먹먹해지고 머리가 한순간 멍했다. 우리 아이는 학교 다니면서 소심하고 발표도 잘 안하고 친구 사귀는 것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2학기가 되어서야 1~2명 정도 사귀어 논다. 친구관계가 걱정이 되어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사회성 치료를 2년간 해주었다.

 치료를 시작하고1년정도 지나니 아이가 자신의 의견을 좀 더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었다. 예전보다 조금 더 빠르게 친구를 만들었다. 3학년 2학기가 되니 훨씬 더 활발하게 생활하였기에 한시름 놨다. 이제 4학년이 되니 금방금방 친구를 사귀고 친구 사이의 상황에도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한다. 며칠 전에는 부반장 선거에 나갔다고 한다. 깜짝 놀라 " 부반장 선거에 나갔다고??? 우와, 너 대단하다. 연설을 뭐라고 했어?" 하고 물었다.  "쓰레기 없는 반을 만들고 친구와 서로 싸우지 않는 반을 만들겠다고 했어." 라고 딸아이는 말한다. 비록 당선은 안 됐다고 하지만 자신이 한 행동에 뿌듯해 하는 모양새다. 많은 발전이다.

 우리 아이는 어릴 때부터 발달이 느렸다. 대근육 발달만 정상이고, 언어, 인지, 사회성, 소근육 등 나머지 발달은 모두 느렸다. 3세부터 언어와 놀이 치료를 시작했고 그 뒤로도 감각통합치료, 사회성 치료, 미술치료 등 여러가지 치료를 병행했다. 지금 4학년인 딸 아이는 많은 성장과 발달을 했다. 그래서 언어와 미술치료만 하고 있고 다음달에는 언어치료도 그만 둘 생각이다. 치료를 종결할 정도로 완벽하진 않지만 예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다.

 엄마 손잡고 아장아장 걸으며 치료실 문을 들어간 아이다. 엄마와 분리가 어려워 1년정도는 치료실에 함께 들어갔다. 조금 거리가 먼 곳은 버스를 타고 가야 했기에 아이 손을 잡고 부지런히 다녔다. 집에 오면 둘다 녹초가 된다. 하지만 아이와 다니는 길이 힘든 것 만은 아니었다. 버스도 타보고 걷기도 하면서 세상 구경도 하고 치료가 끝난 후 햄버거나 쥬스 등 맛있는 요기를 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였다. 어린 딸 아이도 투정 한번 안부리고 따라다닌 것이 지금 생각하면 대견하고 감사할 일이다.

 나도 어렸을 때 굉장히 내성적이고 사회성이 좋은 편이 아니라서 친구 만들기가 어려웠다. 사실 난 지금도 그렇다. 주부라서 많은 관계를 하는 것도 아닌데 아이를 키우면서는 엄마들과의 관계에서 힘들어 하는 순간이 많았다. 틀어진 사람도 있고 10년째 고비를 잘 넘기며 관계가 좀 더 친밀해진 사람도 있다. 또 물흐르듯 우정이 스며든 사람도 있고, 절대 친해지지 않을 것 같은 사람과 시간이 지날수록 더 친해졌다. 인간관계에 자신이 없었기에 딸아이도 혼자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애렸다. 나도 아무때나 말도 잘하고 친구도 많고 활발한 성격이었으면 좋겠다. 40대가 된 지금도 말 한번 건네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내향성을 억지로 외향성으로 고칠 재간이 없다. 그리고 그렇게 노력이라도 하면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진된다.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동안 나의 어릴 때 모습을 생각하며 걱정스러울 때가 많다. 그러나 아이는 나보다 더 잘하는 것 같다. 아이가 커가는 과정동안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면서 배우고 느끼고 성장할 것이다. 내 안의 어린아이를 아이에게 투사하면서 힘들어 할 필요는 없다. 나도 잘 살고 있지 않은가. 아이는 아이대로 잘 성장하리라 믿는다. 그 과정동안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는 부모가 되도록 나의 내면을 단단하게 해야겠다. 아이는 몸과 정신이 건강한 부모의 영양분을 받으면 자랄 것이기에 내가 잘 사는 것이 아이를 위한 일이다. 아이는 아무 문제없이 잘 자라고 있다. 사랑하는 우리 아이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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