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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환정 Mar 09. 2021

나는 어른이 되었는가_(1)

변화, 불행의 시작

1977년, 뱀띠. 법적으로는 두말 할 것도 없는 성인. 결혼해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으니 부모 중 한 명. 게다가 큰 녀석은 초등학생이니 세상 모든 근심을 짊어진 학부모이기도 한 나는, 과연 어른일까.      


난 여전히 내가 어른인지 의구심이 든다. 나는 여전히 어디든 마음대로 가고 싶을 때가 많고 스스로의 감정을 추스르는 데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필요로 하며 종종 허황된 상상에 휩싸여 터무니없는 행복감을 느끼기도 한다. 


내가 알고 있는, 보아왔던, 모범이라 배웠던 어른들의 모습과는 어느 것 하나 일치하는 데가 없다. 일을 하면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사람들과 만나면서 이상한 불안감을 느끼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지금 나는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특히 운전을 할 때가 그러하다. 직업상, 나는 운전을 할 일이 많다. 일 년이면 4만~5만km를 달린다. 연간 1만2천km~2만km를 평균적인 주행거리라 생각하니 그 두 배 이상을 이동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운전대를 잡고 있는 모습이 문득 생경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고등학교 졸업 직전, 운전면허학원에서 잔뜩 긴장한 채 가속 페달을 밟던 감각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달라진 게 별로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2020년 11월 한 달 동안의 주행거리.


물론 많은 것이 달라졌다. 지금의 내 몸은, 누가 뭐래도 어엿한 중년의 남자가 되어버렸다. 근력도, 지구력도, 집중력도 모두 약해졌다. 내 몸은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은 신진대사로 유지되고 있다. 한 끼라도 거르면 허기에 괴로워지고 욕심을 내 과식을 하면 소화불량 때문에 하루종일 괴로워진다. 보이지 않는, 하지만 체감으로 알고 있는 그 적정선을 넘어버리는 모든 행위는 모두 혹독한 댓가를 담보로 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욕망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것이 불행이라는 사실을 지금에서야 깨닫고 있다.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내 몸과 여전히 이상을 그리고 있는 내 마음이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는 적정선을 찾아 타협할 수 있도록 중재안을 마련해야 한다. 어느 한쪽이 체념하게 된다면, 결국 모두 피폐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마 쉽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그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여전히 어느 한쪽의 의지만을 좇아왔으니까.      


난 여전히 세렝게티 초원에서 점심을 먹던 때가 더 현실적이라는 망상을 하곤 한다.


이제부터 나는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정리하려 한다. 그럼으로써 내가 진짜 어른이 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다. 이 방법이 맞는지 틀린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변화는 어제보다 더 빠르게 일어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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