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 살아가는 여행작가의 잡담(1)
여행지에서 살아가다 보면 자주 받는 질문들이 비슷비슷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 동네 사람들만 알고 있는 맛집 없어?"
"알려지지 않은 장소 같은 데 있지 않아?"
"너희 식구들이라도 자주 가는 데 있을 거 아냐?"
"관광객 많이 없는 데 좀 알려줘."
저런 질문들에 대한 대답도 비슷비슷하다. 아니, 똑같다.
"없어, 그런 데."
사실이다.
흔히 말하는 현지인 맛집이라든가, 현지인만 알고 있는 비경 같은 건 없다.
물론 우리 식구들이 자주 가는 집들은 있다.
이마트 옆 중국집이나 롯데마트 근처 코다리집을 정말 자주 간다.
좋아하는 냉면집과 튀김덮밥집이 서로 가까운 곳에 있어 고민이 될 때도 있다.
관광객이 없는 곳이라면, 아파트 단지 몇 개와 바다 사이에 조성된 공원이 있다.
풍경도 좋고 시끄럽지 않아 동네 주민들의 밤마실 코스다.
운하를 따라 설치된 데크를 따라 걷다 보면 조업을 나가는 고깃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때도 있다.
그럼에도 관광객은 거의 없다.
먼 데서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우리 동네에 온 관광객들은
보다 스펙타클하거나 오밀조밀한 것들을 선호하기 마련이니까.
그래야 인스타에 사진 올려서 이곳까지 찾아온 보람을 다른 이들의 좋아요를 통해 찾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그런 곳은 비밀스럽게 숨겨놓을 수 없다.
가끔 "너도 너희 동네에서 회 먹을 거 아냐?"라고 재차 질문하는 경우도 많다.
당연히 먹지. 그 맛있는 걸 왜 안 먹어.
그런데 우리집은 나가서 회를 먹지 않는다.
시장에서 3만 원 안팎이면 두 사람이 넉넉히 먹을 회를 뜰 수 있다.
우리집에서는 그걸 저녁 반찬으로 먹는다.
굴도 마찬가지다.
식당에서 굴을 사먹는 사람들 대부분은 여행을 온 사람들이다.
이곳 사람들은 시장에서 사다 먹는 게 훨씬 좋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당연히 굴 전문 식당은
외지인이거나 외지에서 온 손님을 접대하기 위한 이곳 사람들만 가는 곳이다.
그래서 나는 출장 혹은 여행길에 "현지인 맛집"이라는 타이틀을
그 무엇보다도 불신한다.
그렇다 해서 검색어를 통해 광고를 하는 곳이 모두 엉터리는 아니다.
오히려 광고를 해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인 곳들도 적지 않다.
광고를 만들기 위해 찾아갔다 그곳의 진면목을 경험하고 혀를 내두른 적이 여러 번이다.
그러니, 굳이 "현지인"이라는 말에 집착하지 않는 게 좋다.
어느 곳이든 현지인들은 하루하루 비슷한 일상 속에서
항상 가는 음식점만 가고 가는 산책로만 걷는 사람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