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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환정 Apr 04. 2024

죽은 개를 기억하다_(15)

한비두비_5

한비와 두비에 대해 무엇을 더 말해야 할까.


두비가 이제 막 '막내 동생'으로 자리잡기 시작했을 무렵 집을 나가

어머니가 며칠 동안 앓아누우셨던 일

전봇대마다 전단을 붙여 결국은 근처 여자대학교의 학생으로부터 도움을 받아 찾았던 일이 기억난다.


동생이 군대에, 아버지가 중국에 가 계시는 동안

한비가 자궁적출수술을 받아야 했던 일도 잊을 수 없다.


그런 큰일들이, 그리고 기억이 희미해진 작은 일들이 여러 차례 일어나고 사라지는 동안

우리 가족 모두가 나이를 먹었다.

일상은 큰 문제 없이 이어졌다.

시간은 내내 그렇게 평온하게 흐를 거라 생각했다. 

바보 같은 바람이었다.


어느 날부터 한비는 배변을 보지 못했다.

병원에서 진찰한 결과, 요도에 종양이 생겨 어떤 처치도 불가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임시방편으로나마 요관을 꽂았지만, 그때부터 한비의 상태는 급격히 악화됐다.

내가 출근한 사이 어머니와 아버지는 결국 안락사를 선택하셨다.

한비가 우리집에서 온 지 14년째 되던 해였다.

그날, 집을 나서며 쓰다듬었던 한비의 얼굴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지만

그것을 글로 옮길 수도, 옮기고 싶은 마음도 없다.


두비는 한비가 떠난 후 한 달 가까이 우울해 했다.

내내 움직이지 않고 웅크리고 있을 때가 많았다.

어머니나 내가 불러도 예전처럼 밝은 표정으로 달려오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나자 차츰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시간이 건넨 건 치유만은 아니었다.

두비 역시 3년 후, 내가 결혼한 지 1년이 지났을 무렵 한비와 같은 곳으로 떠났다.


한비와 두비는 자신을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던 사람들의 손길 아래에서 생을 다했다.

한비와 두비를 세상 누구보다 사랑하던 우리 가족은 그때 이후로 개를 키우지 않는다.

물론 여전히 개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서 가끔 우울해질 때면 품 속 가득 개를 껴안고 있고 싶지만

그건 한비도 두비도 아닐 것이기에 허전함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아마 나는 살아가는 내내 한비와 두비를 그리워 할 것이다.

아무런 소용도 없는 일이지만, 가끔 혼잣말로 한비와 두비의 이름을 부를 것이다.

그게 죽은 개를 기억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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