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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환정 Apr 01. 2024

죽은 개를 기억하다_(13)

한비두비_03

두비가 함께 살기 시작한 지 한 달 무렵이 지나자

두 녀석들은 서로에게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밥그릇 놓는 자리도 한 곳으로 모았는데

한비의 신기한 점을 발견했다. 

자기 사료를 먼저 다 먹은 두비가 한비 밥그릇에 머리를 들이밀자

한비는 한발 뒤로 물러서는 게 아닌가.


거의 대부분의 동물들은 먹을 것을 뺏기는 걸 목숨을 뺏기는 일이라 생각하기 마련이다.

인간 역시, 먹을 걸 살 수 있는 돈을 빼앗기면 전부를 잃는 것 같은 상실감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한비는 두비가 자신의 사료를 먹는 걸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신기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아버지의 의견은 이러했다.

원래 진돗개는 집안 가축에게는 입을 대지 않는다.

갓난 병아리도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서 키우는 놈이라면 보호하는 진돗개의 특징이기도 하다.

우리집 식구들이 두비를 아끼는 것을 봤으니 그냥 보고 넘기는 것이다.

아버지의 말씀을 종합하면, 한비는 주인의 인식에 따라 대상에 대한 태도를 따른다는 의미였다.


대문 밖 손님을 향해 짖다가도 집안에서 반기는 목소리가 들리면 꼬리를 흔드는 것도

유독 나에게 살갑게 굴던, 그래서 내가 가끔 쓰다듬던 까만 고양이에게만은 호의를 보이던 것도

한비가 진돗개이기에 갖고 있는 특성이라는 아버지의 추정에

나와 동생은 적극 공감했다. 

다만, 아버지 역시 한비가 밥그릇까지 양보하는 건 아무래도 이유를 추측하기 힘들다 하셨다.

밥을 먹고 있는 한비에게 나나 동생이 고기나 뼈다귀 따위를 더 주기 위해 밥그릇을 건드려도

낮게 으르렁거리다 엉덩이를 두어 대 맞곤 하던 일이 있었으니까.


그런데, 두비는 그런 한비를 굉장히 잘 파악했다.

그리고, 잘 이용해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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