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두비_02
동생이 안고 나간 말티즈는, 조금 나아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진단은 장염.
유기견으로 지내느라 몸이 약해진 데다
여러 마리가 한 데 모인 상태로 지내다 보니
다른 개로부터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주사를 맞았다고 했다.
난, 동생이 말티즈를 다시 어머니 방의 방석에 내려놓는 걸 본 후 약속 때문에 집을 나섰다.
저녁에 돌아와 보니 그 말티즈는 훨씬 더 활발한 모습이었다.
한비는 여전히 조금 떨어진 상태로 말티즈가 여기저기를 살피고 다니는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경계심은 보이질 않았다.
아마 워낙 작은 개였던 터라 경쟁 대상으로 보이지 않았던 게 아닐까 싶었다.
그래도 밥은 서로 멀찍이 놔줬다.
말티즈는, 동생이 진료와 함께 사온 소형견용 사료를 줬다.
다행히 잘 먹었다.
퇴근하신 아버지에게 저간의 일들을 말씀드리자, 잠깐 고민을 하셨다.
개 두 마리를 키우는 것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던 탓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한비가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그 말티즈를 집에 두고 싶어한 사람은 어머니였다.
작고 왜소한 녀석과 하룻밤을 보내시며 정이 든 탓이었다.
지난 밤에는 이불 속을 내어주시고 함께 주무셨을 정도였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말티즈를 키우기로 했다.
우리집에 와서 죽을 뻔한 보기를 넘긴 게 보통 인연은 아니라는 아버지의 판단도
그 말티즈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된 중요한 요소였다.
새롭게 가족이 된 녀석의 이름은 어머니가 지으셨던 걸로 기억한다.
한비의 동생이니 두비가 좋겠다는 의견에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
그때부터 한비와 두비는 약 11년을 함께 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