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환정 Mar 31. 2024

죽은 개를 기억하다_(12)

한비두비_02

동생이 안고 나간 말티즈는, 조금 나아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진단은 장염. 

유기견으로 지내느라 몸이 약해진 데다

여러 마리가 한 데 모인 상태로 지내다 보니 

다른 개로부터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주사를 맞았다고 했다.


난, 동생이 말티즈를 다시 어머니 방의 방석에 내려놓는 걸 본 후 약속 때문에 집을 나섰다.

저녁에 돌아와 보니 그 말티즈는 훨씬 더 활발한 모습이었다.

한비는 여전히 조금 떨어진 상태로 말티즈가 여기저기를 살피고 다니는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경계심은 보이질 않았다.

아마 워낙 작은 개였던 터라 경쟁 대상으로 보이지 않았던 게 아닐까 싶었다.


그래도 밥은 서로 멀찍이 놔줬다. 

말티즈는, 동생이 진료와 함께 사온 소형견용 사료를 줬다. 

다행히 잘 먹었다.

퇴근하신 아버지에게 저간의 일들을 말씀드리자, 잠깐 고민을 하셨다.

개 두 마리를 키우는 것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던 탓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한비가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그 말티즈를 집에 두고 싶어한 사람은 어머니였다.

작고 왜소한 녀석과 하룻밤을 보내시며 정이 든 탓이었다.

지난 밤에는 이불 속을 내어주시고 함께 주무셨을 정도였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말티즈를 키우기로 했다.

우리집에 와서 죽을 뻔한 보기를 넘긴 게 보통 인연은 아니라는 아버지의 판단도 

그 말티즈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된 중요한 요소였다.


새롭게 가족이 된 녀석의 이름은 어머니가 지으셨던 걸로 기억한다.

한비의 동생이니 두비가 좋겠다는 의견에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

그때부터 한비와 두비는 약 11년을 함께 살기 시작했다. 



이전 11화 죽은 개를 기억하다_(11)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