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_8
사냥개는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내가 기억하는 첫 개이자 조렵견으로 사육되던 포인터 달랑이는
사람이 사냥한 새를 물고 오는 능력이 뛰어난 개다.
즉, 직접 사냥이 아니라 사냥에서의 편의를 높여주는 개라는 뜻.
반면 진돗개나 풍산개 같은 경우 직접 사냥을 한다.
작게는 토끼나 너구리부터, 고라니나 노루는 물론
여러 마리가 무리를 지었을 때는 멧돼지도 사냥을 한다.
그래서 사냥감을 발견하면 그 어느 때보다 집중했다.
한비도 그랬다. 그 사냥감의 대부분은 바퀴벌레였다.
오래된 개량 한옥은 여기 저기 틈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 틈으로 성인 엄지만한 바퀴벌레가 들어올 때가 종종 있었다.
눈에 보이면 쉽게 잡지만, 장롱 밑으로 들어가면 골치가 아파진다.
그럴 땐,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약을 뿌려야 했지만
한비가 함께 살기 시작한 이후로는 사정이 달라졌다.
잡으려던 목표가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들어가면
"한비, 바퀴벌레!"라고 외친다.
그럼 한가하게 누워 있던 한비가 귀와 꼬리를 세우고 금세 달려온다.
손가락으로 "저기 들어갔어, 저기"라고 가리키면
그곳을 열심히 킁킁거리며 앞발로 긁기 시작한다.
그 소리가 숨어 있던 바퀴벌레의 신경을 굉장히 거슬리게 했는지
금세 다시 나타난다.
난 그때 뭉쳐놓은 신문지로 응징하면 끝.
가끔 날개를 펴고 날아가려는 바퀴벌레도 있지만
내 키만큼 뛰어오를 수 있던 한비는 그런 놈들도 '한입'에 잡곤 했다.
이렇게 수렵 본능이 강한 한비를 제어하는 데에 가장 애를 먹는 순간은
산책 중 길고양이를 만날 때였다.
주차된 자동차들 밑에서 고양이를 몇 번 발견한 한비는
고양이만 보면 달려들려 했다. 사냥 대상으로 본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집 밖으로 나서면서
가장 먼저 자동차 밑을 살피는 게 습관이 되다시피 했다.
가만히 있던 고양이들이 한비와 눈이 마주치고 도망을 가기도 했는데
그러다 혹시 오가는 차에 치일까 걱정이 됐다.
그래서 주차된 차들이 있는 곳은 얼른 지나야 했다.
그렇다 해서 모든 고양이들을 사냥감으로 봤던 건 아니었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들어서게 되는 몇 개의 골목길 중 한 곳에는
오랫동안 방치된 오토바이 안장 위에 고고하게 앉아 있는 검은 고양이와 종종 마주치게 되는데
한비는 그 고양이에게는 이상하게 상냥한 표정이 됐다.
그런 한비를 본 고양이는 우아하게 꼬리를 흔들며 도도한 눈으로 한비를 내려본다.
그리고는 나에게 야옹 거리며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한다.
고양이를 별로 안 좋아하는 나도 기특한 마음에 손을 뻗는다.
그럼 고양이는 사뿐히 내려와 내 다리 사이를 몇 번 오가는데
한비는 그럴 때도 고양이의 냄새만 맡을 뿐 해코지 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기 때문에 줄을 당겨 한비를 집으로 끌고 간다.
그리고 생각했다. 얘가 왜 저 고양이는 사냥감으로 보지 않는 걸까.
그 답은 우연찮은 기회에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