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의 상처, 제주에서 지울 수 있을까
목욕탕에서의 경험은 이상했지만, 어쨌든 몸은 좀 풀렸다. 하지만 몇 번의 온탕 냉탕 교차로 외과적 질환이 치유된다면 세상에 병원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원래는 하루종일 무엇인가를 쓰려고 했던 다음날, 나는 우선 한의원으로 향했다. 어차피 아무 것도 못 할 것 같은 날이니 평소 아프던 곳부터 진찰을 받아보자 싶었다. 아침을 올래국수에서 먹은 후, 파리 출장 이후 고질이 된 왼쪽 어깨 통증을 조금이라도 다스려볼 요량으로 한의원이 위치하고 있는 상가건물의 2층으로 올랐다.
내 왼쪽 어깨는 중학생 무렵부터 빠지기 시작했다. 고등학생 시절 가장 많이 빠졌고, 대학생 때도 몇 번 빠졌다. 사회인이 돼 몸이 굳기 시작하자 어깨 탈구 빈도도 줄어들었다. 그랬던 게 지난해 9월, 파리 출장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부터 다시 빠질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파리에서 만난 사람들로부터 “혹시 벌칙 출장이에요?”라는 질문을 받을 정도로 가혹한 일정 때문이었을까. 어쩌면 열네 시간 삼십 분 비행 직후 다섯 시간 삼십 분의 버스 이동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집에 도착한 지 일곱 시간 만에 다시 일어나 출근해야 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어깨가 빠질 것같은 느낌이 든 건, 인천공항에 도착한 후 오버헤드 빈에 넣어둔 배낭을 꺼낼 때였다. 왼쪽 어깨가 원래의 자리에서 곧 이탈할 것 같다는 신호가 감지됐다. 거북하고 긴장되는. 그때 이후로, 그러니까 9월 중순 이후로 내 왼쪽 어깨는 넉 달 동안 너덜너덜한 상태였다. 침이라도 맞아야겠다는 생각도 넉 달 동안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제주에 도착해서야, 올레길을 걷다 다리에 탈이 나서야 핑곗김에 어깨를 위해 한의원을 찾게 됐다.
습관성 탈구는 특별한 방도가 없다. 관절 주변 조직이 크게 손상되지 않는 한 수술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수술을 한다 해도 완전히 치료되지는 않는다 들었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어깨 근육을 키우는 거라는 게 내가 만난 많은 정형외과 의사들의 한결같은 조언이었다.
다시 말해 내 어깨 주위 근육이 상당히 약해진 상태라는 의미였다. 이유는 당연히 운동 부족이었을 것이다. 집에서 강화 튜브를 이용한 스쿼트는 꾸준히 해왔지만 어깨 운동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근육량 보존이 중요하고, 근육이 가장 많은 곳은 허벅지였으니까. 어깨 따위, 옷걸이밖에 안 된다 생각했다. 나의 경우, 스트레스의 신체화 증상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곳이 어깨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니 이 스트레스 많은 회사, 그 스트레스의 절정이었던 파리 출장 중에 어깨에 이상이 생긴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이런 생각을 하며 2층 한의원의 문을 열었다. 대기실엔 사람이 없었고 환자들이 누워 있을 침구실 쪽에서만 몇몇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니폼을 입은 사십 대 후반에서 오십 대 초반 직원 세 명이 눈에 들어왔다. 초진이라 이것저것 적어낸 후 원장과 마주 앉아 짧은 상담을 했다. 한의원의 이런 시스템이 좋을 때도 있고 성가실 때도 있다. 당시에는 후자 쪽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