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과 치열함 사이에서
프리다 칼로를 처음 알게 된 건 MC스나이퍼의 곡이었다. 정확한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그녀의 미술혼과 불굴의 정신을 본받겠다는 가사였다. 숱이 그득한 일자 눈썹과 긴 목의 강렬했던 초상화가 떠올랐다.
지인이 프리다 칼로전에 가보자고 연락이 왔다. 일산에서 올림픽 공원까지 두 시간이 넘는 만만치 않은 거리였으나 보고 싶었다. 멕시코 박물관에서 어렵게 허락받았다는 홍보성 기사도 한 몫 했다.
비가 방울씩 떨어지는 오전 11시 15분 소마미술관에 도착했다. 우산을 맡기고 프리다를 볼 준비를 했다. 남편 디에고와의 관계, 공산당 관련 행동 등 그녀의 일생을 그린 연표가 눈에 들어왔다. 글씨가 많아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어도 교통사고와 사랑 (혹은 애증)이 그녀를 지탱한 원동력이라 짐작했다. 드로잉 스케치, 작은 그림 그리고 꽤 익숙한 자화상을 하나씩 감상했다.
'애잔함'. 전시회를 보고 난 핵심 키워드랄까. 교통사고로 척추에 철심을 박고 침대에서 그림을 그렸다는 배경지식도 무시할 순 없었다. 하지만 평생 디에고의 사랑을 갈망하고, 침대에서 벗어난 지극히 일상적인 생활을 갈구했던 그녀의 붓질은 처절했고 그래서 슬펐다. 흔히 결핍이 예술가를 만든다는데 프리다가 감당하고 해야 할 것이 너무나 커 보였다. 자신을 '대지의 어머니'처럼 그리거나, 유난히 많은 자화상도 '자기애'로 삶을 그려가려는 의지였을 것이다.
아쉽게 생각보다 프리다 칼로의 그림은 적다. 대신 디에고와 타 작가의 작품을 함께 볼 수 있다. 토요일 오전에도 아이들 관람객이 많아서 놀랐다. 아이들은 그녀에게 무엇을 느끼고 고민할지 다소 어렵진 않을지 궁금했다. 한편 디에고나 피카소의 극찬이 없었다면 프리다가 지금처럼 인정받았을지, 조금 이상한 질문을 하며 전시회를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