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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ight Sep 21. 2015

프리다 칼로와 대화

당신은 왜 그림을 그렸습니까?

칼로 안녕하세요? 생각보다 미인이시네요. 사실 당신의 그림을 직접 본건 두 달 전 소마미술관 이란 곳이었어요. 당신 그림이 한국에 전시된 건 처음이라고 하던데요. 특히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많이 오셨더라구요. 거의 프리다 칼로 열풍이라고도 하던데 기분이 어떠세요?”


“음 만나서 반가워요. 기분은 생각보다 얼떨떨하네요. 멕시코에서는 디에고랑 꽤나 유명하다고 자부했지만 그 먼나라 한국에도 알려졌다니 신기해요. ‘원숭이와 함께 있는 자화상’과 ‘우주와 대지와 나와 디에고와 세뇨르 홀로틀의 사랑의 포옹’도 있었나요?”


“네. 그 두 작품 앞에서 한참을 바라봤죠. 크기도 크지만 뭐랄까 당신이 느낀 애증과 절망 그리고 자신감 같은 게 한데 어우러져 아우라를 펼치는 느낌이었어요. 당신을 처음 알게된 건 중학교 3학년 때 MC스나이퍼라는 래퍼의 곡이었어요. 거기선 프리다 칼로의 미술혼과 불굴의 의지를 본받고 내 길을 가겠다 라는 의미였구요. 실제로 많은 사람들에게 당신은 ‘불구를 이겨낸 아이콘’ ‘디에고의 사랑을 평생 갈구한 여자’ 등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런 시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음. 아무래도 교통사고로 미술에 쏟을 시간이 많이 생겼던 건 사실이죠. 아무래도 이동이 불편하다보니 그런 제약들을 그림이라는 창작욕으로 발현하기도 했구요. 디에고는 제가 정말 사랑한 남자이자 경쟁자죠. 미술에 있어서는요. 물론 그런 외적인 사실들로 칼로라는 사람을 규정할 수도 있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요. 

먼저 그림은 다치기 전에도 계속 해왔던 활동이었어요. 제 특수한 외적인 조건으로 이슈가 될 수 있지만 그렇다면 전 원히트 원더로 끝났겠죠. 하지만 디에고나 피카소 외 많은 사람들이 제 그림에서 특별함을 느낄 수 있었기에 제가 죽은 후까지도 살아남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결핍이 아닌 자기애의 완성이었던 거죠.”


“그렇군요. 다른 자기애의 완성이란 말이 인상적이네요. 사실 예술가는 불안정하지만 신념을 보여주기 위해 온 평생을 바치는 사람들이잖아요. 그런 헌신은 어디서 나오고, 만약 나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경험이 있어서요. 오늘 프리다 칼로씨와 대화해보니 유명세나 부귀영화가 아닌 온전히 그 자체가 그림으로 표현되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네. 사람이 빵으로 살지만 장미도 필요한 거잖아요. 그렇다면 저나 다른 예술가들의 활동이 우리 인류에 ‘장미’가 되는 거죠. 제 작품에 스스로 만족하는 것과 별개로 다른 이들도 내 작품을 좋아해준다면 그거야 말로 ‘원더풀 월드’ 죠.


“그렇군요.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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