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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ight Nov 11. 2015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그 한 장면을 복기하다

"아, 제가 만든 영화를 상영한다고 해서 잠깐 들렀습니다."

"영화요? 아 영화감독이세요?"

"네. 영화를 몇 편 만들었습니다."

"아, 제가 아는 분이신가요?"

"네.  함춘수라고 합니다."

"아! 함춘수 감독님이요? 감독님 되게 유명하신 분이잖아요. 저 감독님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자리에서 일어나 여자 쪽으로 다가간다) "하하. 아닙니다. 제가 뭘요. 그냥 그런 사람입니다."





2006년. 한 해 늦게 들어간 대학에서 영화의 이해 과목을 수강했다. 예술영화 몇 편을 연출했다는 강사는 꽤 강단 있고 소신이 분명해 보였다. 아마 지금의 내 나이쯤이었을까. 종종 빛과 그림자로 연출한 자기 작품을 보여줬다. 평가가 어땠냐고 묻자 미친놈과 천재 소리를 번갈아 듣는다고 했다. 꽤나 열성적으로 수업을 듣는 어린 놈이 대견했는지 내게 질문을 던졌다. 뭔가 있어 보이고 싶었는지 홍상수라 답했다. 그 감독 영화를 보면 얼마나 봤다고. 약 9년이 지난 2015년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를 봤다.


한국에서 예술가란 특별하다. 특히 영화감독은 '감독님'이란 타이틀이 따른다. 약간은 심드렁하던 여자의 태도가 바뀐 건 단어가 주는 어감 때문일까. 함춘수를 향한 태도는 전편과 후편 차이가 있지만 호칭만은 변하지 않는다. (영화는 2편으로 구성됐다.) 감독님이 주는 힘은 둘만의 공간에서, 지인의 막걸리 파티로, 다음 날 영화 상영회의 감독 평으로 이어진다.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냥 그것을 하고 있다는 함춘수의 설교 아닌 반복되는 외침은 그래서 더 희극적이다.


흑과 백, 정답과 오답, 남과 북, 보수와 진보, 좌와 우 선긋기를 좋아하는 나라에서 해석이 분분한 '홍상수스러움'은 종종 낯설다. '도대체 왜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증만 가득하다. 그래도 그라서 가능한 이야기, 신촌 어디 술집에서 본 듯한 연기는 내추럴을 넘어 뉴트럴 (중립적)이다. 정재영의 파격 노출(?) 연기가 압권이다. 아, 9년 전 그때 이런 질문을 받았었던 것 같다.




"누구 영화를 가장 좋아하세요?"

"홍상수 감독 영화를 좋아합니다."

"왜요?"

"롱테이크 장면이 많은 게 자연스럽고, 그냥 꾸며내지 않는 것 같은 그게 좋습니다."


- 본 포스터의 저작권은 해당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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