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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ight Feb 08. 2016

헤이트풀8 vs 레버넌트

그 한장면을 복기하다

<헤이트풀8> 과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Western 무비다. 둘 다 지독히 사실적이라 잔인하고 불편하다. 따로 봐도 좋지만, 함께 보면 더 좋은 두 작품을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한다.


# 모호함: 선과 악의 경계 어딘가 

<헤이트풀8> 악질 8명이 눈발 가득한 한겨울 펍에서 벌이는 난투극이다. 영화엔 온갖 대립적인 요소가 등장한다. 흑인과 백인, 남과 북, 남과 여, 현상금과 포상금, 지상과 지하, 진실과 거짓, 범죄자와 위정자 등이 그 예다. 중간지대 없는 대립각 사이에 선악 구분은 모호해진다.

 

주인공 격인 현상금 사냥꾼 (사무엘 L. 잭슨)은 흑인이라는 인종차별의 피해자인 것 같지만 변절자로 의심받는다. 수배범은 반드시 교수형을 시킨다는 원칙으로 살아온 교수형 집행인 (커트 러셀)은 현상금으로 연명하지만 어쨌든 범죄자를 잡는다. 현상금 사냥꾼은 돈에 눈이멀어 사람을 죽이는 존재라고 규정짓기에는 그들만의 사회적 정화작용 즉, 범죄자를 잡아들이는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남북전쟁으로 불안전한 치안과 혼란할 수록 각자도생이 정답일 수 있다. 8명의 삶이 추악하고 더러워 보이더라도, 그것이 스스로를 지키고 살아가는 방법이라면 선과 악의 구분은 무의미하는 말이다. 물론 모든 범죄에는 어떻게든 대가가 따른다. (이 부분은 영화를 봐야 알 수 있다)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19세기 서부 개척기 인디언과 미국인을 비롯한 외지인 이야기다. 휴 글래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복수극이 큰 줄기를 이루나 실상은 복잡하다. 미신과 이성, 가죽과 말, 활과 총, 믿음과 배신, 생고기와 날고기 등 이 끊임없이 대조된다. 


휴 글래스는 양쪽 특성을 이해하고 체득한 중간자에 가깝다. 인디언 부족을 말을 구사하면서 개척자들과 가죽을 얻어 돈을 번다. 그 옆에는 양쪽 피를 물려받은 아들이 있다. 아들을 지키려고 그의 뿌리인 인디언 부족을 이용하는 모습은 아이러니다. 원주민과 침략자라는 지칭은 어디에 중심을 두느냐에 따라 판단은 달라진다.


다만 그가 받았던 한 인디언의 호의와, 가죽을 갈라 추위를 피했던 말, 끝까지 그를 지키려고 했던 브리저의 책임감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어렵다.


 

# 극사실주의: 디테일의 미장센

비위가 약하다면 두 영화는 보기 힘들다. 특히 <헤이트풀8>은 킬빌로 유명한 쿠엔틴 타란티노의 작품이다. 팔이 잘려나가는 건 예사고, 신체 여기저기 '핏빛 폭죽놀이'를 선사한다. 총을 맞으면 어떤 참사가 일어날지 상상할 여유도 없이 리얼하게 드러난다.


이 리얼함은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도 빠지지 않는다. 이름도 어려운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귀가 잘리는 것부터 물소 내장과 사람 머릿 가죽을 벗겨낸다. 특히 특정 동물의 골수 흡입 씬은 영화를 보고 난 후 뼈다귀 감자탕을 먹어야 한다는 유행을 만들었다.


단순히 잔인한 장면 외에도 미장센이 가득한 두 영화다. 새하얀 설산에 점처럼 찍힌 현상금 사냥꾼 글래스의 와이드 샷이나 펍 내부에 커피를 끓이는 장면이 그렇다. 레버넌트에서 추위에 퍼지는 입김이, 피츠제랄드 (톰 하디)가 내뿜는 담배연기와 중첩되어 새벽 물안개로 퍼지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간혹 거대 풍경화 같은 장면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앵글: 퍼즐과 반죽

<헤이트풀8>의 앵글은 촘촘하다. 각 장으로 나뉜 이야기는 감독의 의도대로 퍼즐처럼 조각나고 짜 맞춰진다. 카메라는 각 등장인물의 일부분만 보여주고 제삼자의 시선을 견지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생각하고 추리하느라 명탐정 코난(?)을 보는 듯한 느낌도 없지 않다.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기본적으로 아래에서 위로 향한다. 전투씬이나 이동 씬도 비슷한 배치다. 등장인물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시점이기에 몰입도가 높다. 넓은 화각이 생동감을  극대화시킨다. <헤이트풀8>이 퍼즐 맞추기라면 레버넌트는 반죽 같다. 오래 치댈수록 점도가 높아져 사실감과 몰입감이 찰지다.





결론은 <헤이트풀8> 과 <레버넌트:죽음에서 돌아온 자> 모두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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