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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ight Feb 08. 2016

스페인의 여름을 걷다

제2장 생장 가는 길

아침 7시, 듀이 아저씨가 커피를 내줬다. 어제 아주머니가 적어준 기차 시간표를 다시 확인했다. BORDEAUX St JEAN를 거쳐 카미노 길의 시작점인 ‘Saint jean de port 도착’ 이 오늘의 미션이다. (편의상 생장이라고 지칭한다) 공항입구 부근 차에서 내려 마지막 인사를 했다.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프랑스 기차 탑승은 한국과 다르다. 표를 노란색 기계에 넣으면 일종의 확인 도장이 찍히고 역무원이 랜덤으로 도장을 확인한다. 플랫폼에 적힌 목적지를 두세 번 확인하며 15분 먼저 승강장으로 나왔다. 15분 뒤 제복을 입은 검표원이 날 보고 웃었다. “Welcome to France”


BORDEAUX St JEAN 도착해 환승을 기다렸다. 파업 때문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환승 플랫폼을 잘 못 알아 14번에서 2번으로 급히 이동했다. 잘못하면 기차를 놓칠 뻔했다. 터미널에 도착하자 여행자들이 길게 빠졌다. 배가 고파 고른 샌드위치가 5유로라 놀랐지만 별 수 없었다. 생장으로 가는 6 시행 버스가 7시 31분으로 변경되는 바람에 기다려야 했다. 터미널 근처는 순례자로 가득했다 바닥에 배낭을 깔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 일본어로 된 책을 읽고 있는 여자. 주변을 배회하다 한국인 둘을 만났다. 참고로 산티아고에는 생각보다 한국 사람이 많다. 덕분에 외국인들에게 질문도 많이 받아, 나중엔 기계적인 멘트를 만들었다.


30세 언저리로 보이는 남자는 고등학생과 함께 왔다. 청소년과 여행을 다니는 일을 한다는 그는 이번이 세 번째 순례길이라고 했다. 가볍게 이야기하고 다리가 저려 바닥에 자리를 잡았다. 데면데면함도 잠시 책을 읽고 있던 그녀가 목례를 했다. “하이” 이름은 아키코. 직장을 그만두고 여기로 온 그녀는 스페인에서 교환학생 경험이 있다고 했다. 요즘 일본은 경기가 좋아 금방 직장을 구할 수 있다고 했다. 산티아고를 걷기 위해 일본에서 걷는 연습을 꾸준히 했고 드디어 꿈이 현실이 되었다고 좋아했다. 50분 정도 버스를 타고 생장에 도착했다. 터미널에서 봤던 한국인 일행과 합류해 순례자 등록센터로 움직였다. 순례자임을 증명하는 Carnet (일종의 여권)과  조개껍데기를 받았다. 순례자 여권이 있어야만 알베르게 (공립 숙소)에 묵을 수 있다.


이미 예약이 가득한 숙소를 몇 개 건너, 드디어 첫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첫 도장을 찍고 간단히 저녁거리와 내일 먹을 간식을 준비했다. 피레네 산맥을 넘어야 하는 일정에 뭐가 뭔지 도저히 감이 안 왔다. 저 무거운 13kg 배낭을 메고 33일 동안 걸어야 한다니 막막했다. 이 층 침대가 두 대 놓인 방에 한국인 셋과 수염이 복슬복슬한 이탈리안이 함께 했다. 


베드 버그 (빈대) 방지용 새하얀 커버가 놓인 침대에 침낭을 깔고 그 속으로 몸을 넣었다. 순례자 대부분 개인침낭을 가지고 있고 그 안에서 잔다. 베드 버그 예방이기도 하나 간혹 그냥 자는 용감한(?) 사람도 있다. 하루가 길었고 새 길동무를 만났다. 어스름한 저녁, 주황색 가로등 불빛이 창문 살을 뚫고 나왔다. 상상했던 Camino de Santiago 가 현실적으로 다가온 탓에 오히려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다. 조금의 두려움과 기대감도 잠시 피곤이 몰려왔다.


공항 게이트 앞에서 한 컷. 다시 혼자가 된 기분이었다.


잘못된 플랫폼에서 기다리는 동안 셀카를 찍었다. 아직까지는 사람(?) 답다.


뭐라도 먹어야 겠다는 생각에 든 바게트 샌드위치
순례자 등록 사무소. 일시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 때문에 배낭을 내려놓고 순서를 기다린다.
이런 표식이나 노란색 화살표를 따라가면 된다. 오직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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