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에일듯한 날
실로 오래간만에 추위
회색 플리스 자크를 목 끝까지 올리고
검은색 게스 재킷 단추 세 개를 잠가도
목도리가 생각났다
경비실을 지나 출입용 카드를 대려는데
오 미터밖에 검 갈색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얘야 춥지 않니
나는 십오 초 뒤에 집에 들어가
따뜻한 방바닥에
추위 따위 금방 잊어버리고 뒹굴거릴 텐데
현관문 번호키를 누르기 시작하면
복슬한 하얀 털 꼬리를 사정없이 흔드는 태양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건데
그마저도 미안하게 너는 왜 우두커니 한(寒)데 있는 거니
이리 와 너무 춥다
자유의지로 태어나는 생명이 없듯
너나 나나 한국 땅에 발 디디고 사는데
나는 두 발로 집에 너는 네 발로 길에
그렇게 사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