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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ight Jan 19. 2016

대화

살이 에일듯한 날

실로 오래간만에 추위 

회색 플리스 자크를 목 끝까지 올리고

검은색 게스 재킷 단추 세 개를 잠가도 

목도리가 생각났다

경비실을 지나 출입용 카드를 대려는데

오 미터밖에 검 갈색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얘야 춥지 않니


나는 십오 초 뒤에 집에 들어가

따뜻한 방바닥에

추위 따위 금방 잊어버리고 뒹굴거릴 텐데

현관문 번호키를 누르기 시작하면

복슬한 하얀 털 꼬리를 사정없이 흔드는 태양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건데

그마저도 미안하게 너는 왜 우두커니 한(寒)데 있는 거니


이리 와 너무 춥다 


자유의지로 태어나는 생명이 없듯 

너나 나나 한국 땅에 발 디디고 사는데  

나는 두 발로 집에 너는 네 발로 길에

그렇게 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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