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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ight Oct 03. 2019

근황

나의 삶, 당신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근 4년 만에 페이스북에 접속했다. 딱히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건 아니지만 왠지 그럴 때가 있지 않던가. 다른 사람들이 삶이 궁금할 때. 이미 카톡으로도 안부를 묻기조차 어려워진 거리의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질 때. 서글픈 건 오래간만의 페이스북은 프로필 사진 바꾸는 법도 모르겠고 게시글을 올리는 칸도 너무 작아 포기. 인스타그램은 아마 앱을 통해 사진을 업로드하지 않으면 노트북에서 업로드가 안 되는 것 같아 2차 포기. 야심 차게 퇴사하고 산티아고 여행기를 발간해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겠다던 '브런치'로 돌고 돌아왔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나 뉴스 가십거리가 아닌 내 이야기 좀 하려고.


[남북극 전문가? 아직도 가야 할 길]

정부출연연구소(정부가 세금을 들여 만든 연구기관) 기획예산실에서 기획파트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혹시 남극 세종 과학기지와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들어본 적 있는지. 좀 더 풀어쓰면 남극에 우리나라가 세운 두 개의 과학기지와 남북극의 얼음을 뚫고 지나가면서 연구까지 할 수 있는 큰 배를 관리하는 곳이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오 그럼 너도 남극 가는거야? 인데 (아마도 10년 뒤) 1년 정도 기지를 관리하는 대원으로 다녀오지 않을까 싶다. 큰 인프라를 관리하면서 연구자들은 연구를 하고, 기관운영을 지원하는 행정원이다. 대표적인 직무는 국정감사를 비롯한 내외부 감사를 총괄하고, 의전 수행이다. 요구하는 자료를 신속하게 해당부서에 전달해야 해서 꼭 응급실에서 환자를 분류하는 트리아제와 비슷하다. 하고 있는 일은 세부적으로 적자면 인수인계서가 될 것 같아 여기서 멈추고. 남들 쉴 때 쉬고 일할 때 일하는 패턴이 나와 맞는다.  


[2세 탄생 맞이, 앞으로 가야 할 길]

2020년 1월 초에 아들이 태어난다. 복이는 엄마 뱃속에서 꾸물꾸물 잘 움직이다가도 이름을 불러주면서 배에 손을 올리면 가만히 있는다. 일부러 밀당을 하는 것인가. 아내와 새 생명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는가를 시작하면, 우리를 키워낸 부모님의 위대함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한 일 년은 죽었다고, 고3이 된 마음으로 생활하면 된다."는 친구 아내의 말에는 수면부족을 포함해 기꺼이 감내한 성취감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그 좋아하던 커피와 탄산을 단칼에 끊은 아내를 보며 모성애가 대단하구나 생각도 들고. 호르몬과 몸의 변화로 때로는 자신을 낯설어하는 모습은 때때로 안쓰럽고 미안하기도 하다.


비타민C, 비타민 D, 강화 액상 철분, 잡곡밥, 비트, 붉은 소고기(aka  한우) 등 복이가 잘 자라라고 먹는 것들. 복이가 몰라도 괜찮다. 엄마 뱃속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아내가 순산하는 게 지금의 일 순위다. 나중에 어떤 욕심이 생기더라도 지금의 마음 잊지 말아야지. 입김이 하얗게 보이는 내년 겨울, 너와의 처음 만남을 기다린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계속 걸어갈 길]

'다른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것.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걸어갈 것' 2014년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후 줄곧 해던 이야기.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지금도 같은 생각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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