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나는 지금 무엇인가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태다. 꾸준히 쓰겠다는 다짐은 멀리둔 채 이제서야 자판을 두들기는 부족한 사람의 고백이다. 그러니까 이건 빈지노의 가사 같은게 아니다. 새 집에 이사를 했고 우리 가족이 향유하는 공간은 더 넓어졌고 좀 더 신경써야 할게 많아졌고 아이맥을 놓을 공간이 없어 엘지그램 노트북으로 영감을 받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두드리는 것에는 큰 의미가 있다. 키보드를 두들겨서 글 따위를 끄적이는게 아니라. 지금의 이 기록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영감을 받은 기록을 그 순간을 기록하기에 의미가 있다. 순간을 기록하기에 우리는 영상매체, 유투브, 인스타그램 같은 이미지를 차용(이용) 하지만 글 만큼 유용한 기록매체는 없다. 이미지는 손실될 수도넘겨버리면 그만이지만 스스로 자판을 쳐서 남긴 텍스트는 누군가 진득하게 읽어주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텍스트를 남겨 전달하는것. 저 멀리 이역만리 캐나다에 있는 오래된 친구가 한번도 경험해보지 않는 대자연에서 글을 쓰는 친구의 모습을 상상하며 그 어떤 대가없이 나를 아니 우리 가족을 초대하는 그 감사함에. 단지 글을 조금 쓸줄 안다는 우쭐함을 우쭈쭈하며 받아주는 감사함을 이번 생이 아니면 (윤회를 믿는 것은 아니지만) 경험할 수 있을까.
꾸준히 쓰겠다는 허영은 그 꾸준함을 현재가 바쁘다는 핑계로 이사를 한다는 이유로 미뤄왔던, 가장 잘 할수 있고 자신있는 것을, 그러나 남들에게는 보여주지 않는 그렇지만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언가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를 생각을 어쩌면 큰 알코올을 흡수하며 대작을 해야지만 나오는 감정을 그 생각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불편함을. 아침이 되면 삭제하거나 보관함으로 보낼지 모르는 이야기를 생각을 그 감저을 온전히 전달하는 이 밤. 더위가 한풀 꺽인. 그래서 더 만나고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