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는 우리 삶에 어디까지 영향을 주는가
3년을 기다렸다. 그 사이 가족은 하나가 늘어 넷이 되었고 얼떨결에 요즘 시대에 다둥이라고 하는. 아들 둘 아빠가 되었다. 거창하게 소회랄 것도 없지만 알파공간 한가운데 이케아에서 산 트로텐 책상을 설치하고 키보드를 두들기는 것은 꽤나 큰 발전이다. 써야지 미루던 글도 공간 하나 생겼다고 이렇게 접근성이 높아졌을 줄이야. 무엇보다 드디어 아이맥을 둘 자리가 있다는 것이 감래무량하다. 새 식탁과 붙박이 장을 두었지만 정작 맥을 둘 공간이 없어 심각하게 맥북으로 교체를 할까 고민했지만 솟아날 공간은 있다고 글로벌 기업 이케아가 나를 애플 생태계를 지켜 아니 살려냈다. 아들들이 아버지는 이렇게 화장실 앞 공간에서도 형설지공의 뜻을 이어받으며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큰 빚이 생겼다. 당연히 된다고 생각했던 신생아 특례대출이 어긋나면서 급하게 집단대출 은행을 알아보고 믿었던 이사업체에 제법 큰 실망을 하면서 역시 인생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생각대로 흘러갔다면 지금의 직장에서 5분 거리 있지도, 80만 육아유투버가 이웃 주민이지도 않았을 텐데, 다시 한번 일산에 계약을 파기해 주신 집주인께 감사를 드린다. 그렇다면 청약에 당첨되는 경험도 신축 아파트 사전점검과 그 지난한 수리 과정도 내 입맛대로 집을 꾸미는 과정도 몰랐을 텐데. 몰랐다면 내가 속해있는 인프라에 대한 의구심과 아쉬움은 그냥 그렇게 살아간다고 넘겼을 텐데 이렇게라도 알게 된 것이 감사하고 고맙다.
저녁을 먹고 나가면 걸을 길이 있고 바다 넘어 오르내리는 해를 보면서, 물줄기가 쏟아지는 놀이터에서 신나게 노는 큰 아이를 보며 새 보금자리가 주는 효용이 지금 당장이 아니면 누릴 수 없는 것에 대한 즉시성이, 사람이 유일하게 이길 수 없는 시간을 다시 생각한다. 주택담보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대출 규모를 줄이는 기조를 이해하면서도 부채라는 레버리지가 없었다면 직주 근접의 인프라는 누릴 수 없었을 것이다.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에서 건강을 지키고 가꾸는 행동이 수반된다. 의지만으로 행동을 이끌어 내라는 건 교과서만 가지고 공부하면 너도 잘할 수 있다는 말과 다름없다. 막을 때 막더라도 그 내용을 알고 적어도 보다 나은 삶의 기회를 앗아가서는 안된다.
이사한 지 두 달이 되어가는 지금 아직까지 미지의 공간이라 하고 정리 예정이라고 명명하는 드레스룸을 바라본다. 연휴가 끝나기 전에 손대지 않으면 인터스텔라로 빠져버릴 그 숨겨진 공간을 기필코 내일은 손대리라 다짐하며, 인프라를 향유하는 대가로 빠져나갈 나의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을 정리하며 연휴 끝자락을 보낼 아니 헤어질 결심을 한다.